신학 노트/교리 입문

내재하는 죄: 속임과 강압

이원범 2025. 11. 10. 22:20

죄는 대적하는 원리이자 유혹자로서 신자의 영혼을 파멸로 이끌기 위해 역사한다. 이때 사용하는 두 가지 수단은 속임과 강압이다. 속임은 인간의 지성과 결부되고, 강압은 인간의 의지와 결부된다.

속임

뱀이 하와를 유혹하여 금단의 열매를 먹게 한 데는 속임이 유효했다. 그는 교묘한 질문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거기에는 하나님의 뜻에 대한 곡해가 섞여 있었다. 이어지는 하와의 대답은 그녀가 뱀의 주장에 동요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본래 규정에도 없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살짝 불만이 생긴 그녀의 심리를 보여준다.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하와에게 불만의 씨를 심는 데 성공한 그는 더욱 대담해져 하나님의 말씀과 자신의 말을 대치시켰다. "반드시 죽으리라" 하신 말씀에 대해 죽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이다. 그에 더해 하나님과 같이 될 것이라는 교만을 부추기는 말을 했다. 이는 명백한 거짓임에도 하와를 꾈 여지가 있는 시도였다.

이러한 술수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죄가 대적하는 원리로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이간하고 인간이 하나님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갖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것이다. 죄는 자신의 사악한 의도를 숨긴 채 인간 편에서 이익이 될 조건을 제시하고, 죄에 따른 궁극적인 결말을 축소하거나 부정한다. 지성이 그것을 죄로 인식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용서하실 가능성을 크게 열어놓음으로 징벌에 대한 두려움을 약화시키도록 조장한다. 또한 죄를 지음으로 얻게 될 육신의 만족을 놓치지 말라고 종용한다.

강압

강압은 내재하는 죄의 순수한 힘이다. 계략이나 잔꾀를 사용하지 않고 신자의 의지에 가하는 힘 말이다. 이를테면 속임은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해 계략을 동원하는 것이고, 강압은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죄는 속임을 장기로 삼지만, 그것이 통하지 않을 때는 힘을 통한 방법을 사용한다. 이것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지에 밀어붙이는 힘으로 나타난다. 신자라면 아마 익숙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강압은 의지의 일부인 정욕을 통해 나타난다. 이를 자제하려 해도 끊임없이 달라붙는 집착을 일으킨다. 이 역사는 중력처럼 항상 일정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지만 힘이 가해지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에 분명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 힘에 저항하는 것은 인내를 요하고, 지속적으로 심력을 소모한다. 그래서 이것에 굴복해 포로가 된 자들이 있고, 혹은 저항하더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정 부분을 허용하는 등 타협을 택한다.

정욕은 채울수록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해지고 더 자주 격동한다. 그리고 더 높은 단계인 광기로 발전한다. 사울은 하나님의 명령에 거듭 불순종하고 그 단계에 이르렀다. 그의 광기는 다윗을 시기하여 죽이려는 데서 잘 나타난다. 다윗은 사울의 사위로서 가족이었고 그에게 어떤 해도 끼치지 않았으나, 그는 다윗을 죽이려 했다. 처음에는 창을 던졌고, 다윗이 피해서 도망치니 군대를 이끌고 쫓았다. 정욕의 상위 단계인 광기에서는 죄의 강한 이끌림으로 인해 이런 비이성적인 행동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