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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일서 서론

요한일·이·삼서의 저자는 예수님의 제자 요한입니다. 이 점은 글을 읽는 중에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요한은 가장 늦게까지 남아 교회를 돌본 사도로서, 이 편지를 쓸 당시 사도는 그가 유일했습니다. 노년에 이른 그는 경전의 필요성을 절감하였을 것입니다. 이제 자신마저 죽으면 그리스도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본서는 하나님의 속성, 회개, 죄 용서, 그리스도의 대속, 새 계명, 정욕, 적그리스도 등 다양한 주제가 나타납니다. 특히 형제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에베소 교회에는 영지주의 이단이 들어와 잘못된 교리로 성도를 혼란케 했습니다. 요한은 타협할 수 없는 진리를 가르치는 한편 빛과 어둠, 사랑과 미움, 하나님과 세상을 대비시킵니다. 그리고 단..

나훔 서론

엘고스 사람 나훔은 니느웨의 멸망을 예언했습니다. 아마 기억하시는 분은 "또 니느웨야?"라고 할 것입니다. 전에 요나가 니느웨로 가서 임박한 심판을 전했는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예언을 들은 니느웨는 안 좋은 의미에서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략 몇 세대 전 요나는 그 성읍에 들어가서 사십 일이 지나면 심판이 임한다고 전했습니다. 교만이 하늘을 찌르는 그들이 과연 들을까 싶은데,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왕에서부터 천민에 이르기까지 굵은 베옷을 입고, 식음을 전폐하고, 하나님께 부르짖었던 것입니다. 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습니다. 대체로 우리는 이것을 회개로 인정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회개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회개란 죄를 뉘우치며 용서를 구하는 것인데, 이들은 그저 죽을 ..

열왕기상 서론

열왕기상은 제목이 그러하듯 열왕들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전반부는 솔로몬의 행적으로 채워져 있으며, 나머지는 남북 왕국 열한 왕의 기록입니다. 왕마다 분량은 일률적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세상의 관점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왕실과 조정을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단순히 역사적 가치로 읽는 책이 아닙니다. 왕들의 행실과 그에 대한 평가를 읽고 신앙적 교훈을 얻기 위함입니다. 본서에는 "그가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였더라" 혹은 "그가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더라"라는 표현이 쓰입니다. 저자가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주의 음성대로 주께서 판단하시는 바를 기록하였음을 알 수 있습..

사사기 서론

가나안에 정착한 후 이스라엘이 직면한 문제는 다름 아닌 영적 타락입니다. 거듭해서 주의하라고 당부하시며 그들이 원하던 땅과 부귀를 주셨음에도 말입니다. 선대부터 하나님의 선민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가졌어도 가나안의 향락적 문화에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때 이스라엘에는 모세와 같은 영적 지도자가 없었습니다. 여타 나라들처럼 왕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왕이셨기 때문입니다. 정착 1세대는 광야에서 오랜 연단을 거쳤고 전쟁을 직접 수행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직접 목도했고 온건한 믿음을 가지게 됐습니다. 성경에는 나오지 않더라도 그들은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했고 숱하게 그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웠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TV나 오락이 없었던 시절이니 재미없다고 안 듣는 일은 상..

기독교강요(초판) 27강 세례에 관하여

세례는 개신교에서 인정하는 성례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처음에는 회개한 사람을 대상으로 죄 사함의 표로서 주어졌고, 그 이후로 전통처럼 교회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공훈을 세운 군인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것처럼, 더러운 죄와의 싸움을 수행한 성도에게 죄가 사하여졌음을 알리는 의식입니다. 정의하면 세례란 죄를 씻어 정결케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입니다. 오해가 생길 수 있어서 부연하자면 세례 자체의 효능으로 우리가 정결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세례는 훈장과 같아서 그저 증표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죄 사함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실제로 죄를 용서받아 깨끗해진 사람에게 세례가 그 사실을 확증하는 것입니다. 간혹 세례가 신비한 능력으로 지난날의 모든 죄를 말소시킨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관..

기독교강요(초판) 24강 주기도문 해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독생하신 아들의 이름을 믿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가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육신의 부모보다 크고 위대합니다. 간혹 부족한 부모는 자식을 버리기도 하지만 하나님은 택한 자녀가 완전히 돌아서지 않는 이상 버리지 않습니다. 탕자의 비유에는 그의 부성적인 온유하심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비록 배은망덕하고 반역적이며 부정한 아들이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는 모든 아버지보다 훨씬 뛰어나고 자비로우신 분으로서 회개하는 자녀를 내치지 않고 은혜 가운데 받으십니다.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이름이 갖는 의미는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습니다. 지칭하는 이름으로 그 존재가 설명된다거나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기독교강요(초판) 21강 성령 하나님

성령 하나님 "성령을 믿사오며" 우리는 성령이 계심을 믿습니다. 다만 무엇을 행하시는지 여기에는 잘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사도신경이 성령에 관하여 적게 말하는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53문은 그 부분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1) 성신은 성부와 성자와 함께 참되고 영원한 하나님이십니다. 2) 그분은 내게도 주어져서 나로 하여금 참된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그의 모든 은덕에 참여하게 하며 나를 위로하고 영원히 나와 함께하십니다. 위의 고백처럼 성령님은 신성한 삼위일체의 세 번째 위격으로, 성부와 성자와 함께 참되고 영원한 하나님이십니다. 성부와 성자와 동일본질이시며, 함께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삼위일체라는 하나님의 속성은 우리가 찬미하여야 마땅하며 영원히 신비로 남을 주제입니다. ..

기독교강요(초판) 9강 제5계명

제5계명 "네 부모를 공경하라"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과 낳아준 부모로 말미암아 세상에 존재합니다.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사랑해야 함이 마땅한 것처럼, 낳아서 길러준 부모를 섬기고 순종함이 마땅합니다. 부모가 못 배우거나 부족하다고 해서 무시하는 행동은 옳지 않습니다. 걱정을 끼친다든지 화나게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린 시절에는 철이 없어서 종종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나중에는 고쳐야 합니다. 그것은 부모만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식에게 중대한 문제입니다. 하나님께서 부모를 공경하라 하셨으므로 공경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어긋난 자녀에게 징계가 필요함은 그들이 나중에 고생하지 않게 하려 함입니다. 하나님은 이 명령 뒤에 축복을 첨언하셨습니다. 주님의 뜻 안에서 부모에게 순종하며 ..

기독교강요(초판) 3강 율법

앞서 타락에 관해서 이야기했는데 이어질 내용도 그리 즐겁지 못합니다. 타락한 인간은 본질상 진노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인생은 어두컴컴한 빗길을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언제 넘어질지 모릅니다. 잘 나가더라도 죽음과 파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 암울한 현실을 이야기해서 싫어하는 분이 있을 줄 압니다. 절망이란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인간으로서 회의감도 느끼게 됩니다. 하나님은 다소나마 우리가 죄에 대해 인지하도록 의도하셨습니다. 양심이라고 부르지요. 이것은 우리 마음에 새겨진 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율법입니다. 의에 관한 기준이자 가르침으로서, 이것을 지키므로 의롭다 인정받습니다. 양심과 율법은 같은 기능을 합니다. 죄에 눈을 뜨도..

기독교강요(초판) 2강 우리 자신을 아는 지식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익히 아는 속담인데 마치 우리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웬만한 것은 다 잘 아는데 자신에 대해서만 잘 모르니 말입니다. 우리 자신에 관한 지식에 이르려면 먼저 하나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시고 마지막으로 인간을 지으셨습니다. 우리의 시조 아담은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대로 창조되었습니다. 그 말은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확연히 다른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의 지혜는 세상의 모든 현인을 합친 것보다 나았고, 거룩하고 의로운 상태였습니다. 피조물 중에 가장 하나님에 근접한 능력자였습니다. 만약 순수한 본성을 잃지 않고 하나님과 함께했다면 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영원히 살았을 것입니다. 아담이 영원히 살았을 것이라는 말은 거짓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