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고성은 언제 시작될지 모를 공격에 대비해 성문을 닫고 철통같이 굳게 경계하고 있었다. 여호수아는 직접 여리고성 근처로 시찰을 나섰는데, 거기서 칼을 빼들고 서있는 어떤 사람을 보게 되었다. 그는 하나님께로부터 보냄 받은 존귀한 분이었다.
여호수아는 그가 누군지 알지 못하여,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우리를 돕는 편입니까, 아니면 적입니까?”
“어느 쪽도 아니다. 나는 하나님의 군사령관으로서 너에게 왔느니라.”
여호수아는 그분의 신성과 위엄을 보아 그분을 알아보고 땅에 엎드리며 말하였다.
“주께서 이 종에게 내리실 명령이 무엇입니까?”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곳이다.”
여호수아는 그대로 행하고 다시 엎드렸다.
“잘 들어라. 내가 여리고를 그 왕과 그의 용사들을 이미 네게 넘겨주었으니, 너는 이렇게 하여라. 모든 군사들을 데리고 성을 매일 한 바퀴씩 돌되, 육일 동안 반복해라. 제사장 일곱 명이 각자 숫양 뿔나팔을 들게 하고, 법궤를 든 자들이 그 뒤를 따르게 해라. 칠 일째 되는 날에는 제사장들이 나팔을 부는 동안 성을 일곱 바퀴 돌아라. 후에 숫양 뿔을 길게 부는 소리가 들리거든 온 백성이 힘껏 소리를 질러야 한다. 그러면 성벽이 곧바로 무너질 것이다. 그때 백성과 일제히 진격해 들어가라.”
여호수아는 주님의 현현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곧바로 그분의 명령대로 일을 진행하였다. 첫째 날 제사장들을 호위하는 부대가 가장 선두에 섰고 뒤이어 나팔을 든 일곱 명의 제사장들과 법궤를 멘 제사장들이 따라갔다. 이어서 나머지 백성이 따라갔다. 이스라엘 전군이 참여하는 거대한 행진이었다. 아무도 말하거나 소리를 내지 않았다. 다만 뿔나팔 소리가 허공을 가르고 울려 퍼졌다. 그렇게 여리고 성을 한 바퀴 돌아서 진으로 돌아왔다. 둘째 날도 같은 식으로 성을 돌았고, 그렇게 엿새 동안 성을 돌았다.
일곱째 되는 날은 온 이스라엘이 새벽 일찍부터 행진을 시작했다. 여리고 성읍의 성벽과 병사들은 여전히 철통같이 방비하고 있었다. 일곱 바퀴를 모두 도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오후 늦게야 일곱 바퀴를 돌았다. 이스라엘은 행진을 마치고 대오에 맞춰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다음 내려질 명령을 기다렸다.
여호수아가 정렬하여 늘어선 이스라엘 장병들에게 말하였다.
“다들은 잘 봐 두십시오. 이제 곧 하나님께서 이 성을 우리에게 주셨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 성은 가나안 정벌에 있어 하나님께 드릴 첫 열매가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성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은 전멸하여 하나님께 바쳐야만 합니다. 다만 이방 여인 라합만은 예외입니다. 라합과 그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은 제가 보낸 두 젊은이들을 숨겨 주었으므로 살려 두어야 합니다.
이 말을 명심하십시오. 성 안에 있는 물건을 탐내지 마십시오. 사사로이 물건을 취하여 이스라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은이나 금, 동과 철로 만든 그릇은 하나님께 바칠 귀한 것이니 창고에 들일 것이지만 다른 건 모두 진멸하십시오.”
여호수아의 이 명령은 못 들은 사람이 없도록 모든 사람에게 전달되었다. 곧이어 제사장들이 나팔을 불었다. 뿔나팔 소리가 길게 울려 퍼지자, 장병들은 있는 힘을 다해 함성을 질렀다. 그 순간, 여리고 성벽에 균열이 가면서 흙먼지를 날리며 주저앉았다. 이스라엘은 곧장 성 안으로 달려들었다. 여리고의 많은 병사들과 주민들이 무너져 내린 잔해더미 속에 매몰되었고, 혼란 상태에 빠져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이스라엘 병사들은 주민들을 몰살시키고 가옥을 불살랐다. 그 와중에 라합의 집만은 구별되어서 라합과 그녀의 아버지 집안과 그녀와 관계된 모든 사람은 생명을 보존하였다.
철통 같은 방비를 자랑하던 여리고 성은 철저히 파괴되어 옛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검은 연기가 밤하늘에 피어오르며 그날에 임한 심판을 마무리하였다.
여호수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여리고 성을 일으켜 다시 세우겠다고 하는 자는 주님 앞에서 저주를 받을 것이다. 성벽 기초를 놓는 자는 맏아들을 잃을 것이요 성문을 다는 자는 막내아들을 잃을 것이다.”
그의 얼굴에선 승리의 기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죽은 자들을 애석하게 여기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그에게도 전해져 온 것이었다. 그의 이 말은 대대로 전래되어 여리고의 끔찍한 참상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기게 했다. 여리고에서 벌어진 이 일은 가나안 온 땅으로 두루 퍼졌고 그로 인해 가나안의 모든 나라가 여호와의 이름과 이스라엘로 인하여 두려움에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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