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41장 불순종한 아간

이원범 2021. 6. 22. 11:01

  이스라엘군은 가나안 산지 중심에 위치한 아이 성을 공략 목표로 삼았다. 가나안을 남과 북으로 양분하여 각 종족들이 힘을 규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여호수아는 그곳으로 정찰자들을 보내 성의 방비가 어떠한지 알아보게 했다. 보고에 따르면 그곳은 2, 3천의 병력만으로 거뜬히 점령할 수 있을 곳이었다. 확실히 그 성은 여리고 성에 비해 만만해 보였다. 그는 정찰들의 말만 믿고 3천 명으로 구성된 단일 부대를 아이 성으로 보냈다. 이스라엘과 함께 싸우시는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모든 전투에서 능히 승리할 줄로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출전한 부대는 적에게 패하고 돌아왔다. 그것도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수치스럽게 도망치다가 36명의 전사자를 낸 것이었다. 지휘대장의 보고를 받고 나서, 그는 낙심에 빠졌다. 이제 전면전이 시작되었는데 벌써부터 사기가 떨어진 것이다.

  “주 하나님, 어째섭니까? 아모리 사람의 희생물이 돼라 하시는 겁니까? 차라리 요단 동편에만 지내는 게 나을 뻔했습니다. 주님, 이스라엘이 패하여 도망쳤나이다.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가나안 족속이 들으면 떼로 몰려와서 우릴 해할 것입니다. 그럼 주님의 이름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일어나거라. 어찌하여 엎드려 있느냐? 이스라엘이 죄를 지었다. 내가 지키라고 명한 언약을 어기고 전리품을 취했다. 그 물건을 너희 중에서 없애지 않으면, 나는 너희와 함께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럼 그 죄를 지은 자들을 가르쳐 주옵소서.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해서 합니까?”

  “백성에게 자신을 정결하게 하라고 일러 주어라. 너는 지파들을 내 앞으로 지나가게 하라. 내가 한 지파를 지적하면 그 지파 가운데서 가문들이 지나가게 하라. 그리하면 그 가문 중에서 내가 한 가족을 뽑을 것이고, 그 가족 중에서 한 사람을 뽑을 것이다. 그 물건을 가진 것으로 밝혀지는 사람은 그의 모든 소유와 함께 불태워 버려라. 그가 내 언약을 어기고 이스라엘 가운데서 비열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여호수아는 열두 지파를 차례로 불러 우림과 둠밈으로 여호와의 뜻을 여쭈었다. 지파 중에 유다 지파가, 가문 중에 세라 가문이, 가문 중에 삽디 가족이, 가족 중에 아간이 지명되었다.

  여호수아가 아간에게 말했다.

  “아간, 여호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네가 한 일을 내게 말하여라. 아무것도 숨기지 마라.”

  “제, 제가 진실로 주 하나님께 죄를 지었습니다. 소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전리품 가운데에서 아름다운 외투 한 벌, 은 이백 세겔과 오십 세겔쯤 나가는 금덩이 하나를 훔쳤습니다. 그 물건들을 저의 장막 안 땅 속에 감추어 두었는데 보십시오. 은을 맨 밑에 두었습니다.”

  아간이 자신의 죄악을 실토하였으므로, 여호수아는 사람을 보내 확인하도록 했다. 부하들이 장막으로 달려가서 바닥을 뒤지니, 그가 말한 물건들이 묻혀 있었다. 그 물건들로 인하여 그의 범죄 사실을 증명되었다. 그로 인해 아간과 그의 자식들은 돌에 맞아 죽고 그의 모든 소유는 불에 태워졌다. 죗값으로 형벌이 시행되었고 이스라엘은 죄 상태에서 놓여났다. 그제야 하나님께서 진노를 거두셨다.

  이 일이 있은 후,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겁내지 마라. 머뭇거리지도 마라. 너의 모든 군사를 이끌고 다시 아이로 가거라. 내가 아이 왕과 그 백성과 성읍과 땅을 다 네게 넘겨주었다. 이번에는 재물과 가축을 너희 마음껏 전리품으로 취해도 좋다.”

  그리고 아이 성을 공략할 계책을 가르쳐 주셨다. 여호수아는 총 병력 3만으로 이루어진 본대에서, 새로이 매복 부대를 편성하고 그곳에 5천의 병력을 할당하였다. 그리고 작전 지시를 내렸다.

  “잘 들어라. 매복 부대는 성 뒤쪽에 매복하되 최대한 바짝 접근하여라. 그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 주력부대는 성 정면으로 다가갈 것이다. 적들이 전처럼 본대를 맞서러 나오면, 본대는 돌아서서 도망칠 것이다. 그들은 방심하고 있으니 성을 무방비 상태로 놔두고 본대를 쫓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성에서 멀찍이 떨어지면, 너희 매복 부대는 그 즉시 뛰쳐나와 성을 점령하도록 해라. 하나님께서 그 성을 손쉽게 너희에게 넘겨주실 것이다. 일단 성을 차지하고 나서는 불살라 버려라. 이렇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으니 너희는 그대로 순종하여라.”

  여호수아와 이스라엘군은 밤중에 이동하여 아이 성 서쪽 베델과 아이 사이에 매복하고 기다렸다. 아침이 되자 여호수아가 본대를 이끌고 아이 성 북쪽에 진을 쳤다. 양 진영 사이에는 골짜기가 놓여 있었다. 매복 부대는 자리를 지키면서 신호를 기다렸다. 아이 성의 왕은 의기양양하게 이스라엘의 본대를 치려고 군세를 거느리고 달려 나왔다. 그들과 교전을 벌이던 여호수아는 그들을 못 이기는 척 본대를 뒤로 물리며 후퇴하라고 명령하였다. 적들은 자만하고 있었기에, 이스라엘군을 물리치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도망치는 그들을 추격했다.

  그때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 손에 든 단창을 아이를 향해 뻗어라. 내가 그 성을 네게 넘겨주겠다.”

  여호수아는 손에 든 단창을 아이를 향해 뻗었다. 매복해 있던 부대는 공격 신호를 받고서 즉시 성 안으로 돌입했다. 성 안은 무방비 상태에 가까웠다. 그들은 남은 주민들을 살육하고 가옥과 성채에 불을 질렀다. 하늘로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그것을 본 아이 성 사람들은 비탄에 잠기며 싸울 의욕을 잃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호수아 휘하의 본대가 방향을 틀어 그들을 공격하였다. 성을 점령하였던 매복 부대로 곧장 성에서 쏟아져 내려왔다. 적들은 앞뒤로 포위당해 무참히 살해당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지시하신 대로 전투를 수행하였고, 성에서 가축과 재물을 전리품으로 취하였다. 폐허로 변해버린 아이 성은 하나님의 심판의 어떠한 것인지 보여주었다. 그날 죽은 사람은 남녀 합해서 1만 2천 명으로, 아이 사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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