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삼손은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힘이 장사였는데, 청년이 되어서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였다. 그는 교제하는 여인과 만나기 위해 딤나로 내려가는 중이었는데, 포도원 근처를 지날 무렵에 뜻밖의 상대를 만나게 되었다. 굶주린 사자가 수풀 속에서 나오더니 곧장 그에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삼손은 여호와의 영에 감동되어, 자신보다 덩치가 큰 사자를 마치 염소 다루듯이 제압하고 사자의 입을 양손으로 잡아 찢었다. 그 놀라운 힘은 삼손에게 주어진 그의 사명과 관계된 여호와의 은총이었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여호와께서 자신과 함께하시며 그분의 능력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길로 애인의 집을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여인은 블레셋인이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그녀를 무척 사랑하였다.
결심을 굳힌 삼손이 부모에게 간청했다.
“아버지 어머니, 제가 딤나에서 만난 여자가 있는데 블레셋 처녀예요. 그 여자랑 결혼하고 싶은데 아버지께서 꼭 주선해 주셨으면 해요.”
그러자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를 타이르며 말했다.
“그건 좀 곤란하지 않니. 이 근방에도 만날 만한 처녀들이 꽤 있을 텐데 말이다. 왜 하필 할례 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에게서 아내를 얻으려는 거냐?”
“그 여자가 좋으니까 그렇죠. 제발 도와주세요. 그 여자야말로 제가 원하는 짝이에요.”
삼손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그 결혼을 허락해 주었다. 그리고 얼마 있어 그들은 딤나로 내려가 신부 측과 혼담을 나눴고 결혼 날짜까지 잡았다. 그는 곧 그 여자와 결혼할 생각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약속한 기일이 되어, 그는 신부의 집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그는 죽은 사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져서 그 길로 다시 가봤다. 사자의 주검은 반쯤 썩어 형체가 많이 훼손되었으며, 뚫린 구멍들을 통해서 벌 떼가 드나들고 있었다. 그는 짚을 태워 연기를 피우고서 벌들이 있는 쪽으로 부채질하였다. 매캐한 연기로 벌들을 쫓아내고서 그는 벌집을 얻게 되었다. 시체로부터 취한 부정한 음식이었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손으로 꿀을 떠먹으며 가던 길로 내려갔다.
신부의 집에는 결혼을 축하하러 온 하객들로 붐볐으며 테이블 위에는 갖은 음식들과 술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삼손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으려 하니, 그와 비슷한 또래의 블레셋 청년들이 그의 주위에 둘러앉으며 그와 어울리고자 했다. 그들은 삼손을 견제하기 위해 블레셋 주민들이 고용한 자들이었다.
삼손은 그들을 골려 줄 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 가지 수수께끼가 있는데 나랑 내기해 보겠소?”
“재미겠군.”
“무슨 내기요?”
“잔치가 끝나기 전에 당신들이 그 답을 알아맞히면 내가 당신들 모두에게 베옷 한 벌과 겉옷 한 벌을 주겠소. 그러나 알아맞히지 못하면 당신들이 나에게 베옷 서른 벌과 좋은 겉옷 서른 벌을 줘야 하오.”
“좋소. 어디 한번 문제를 내보시오.”
“크흠, 잘 들으시오. 먹는 자에게서 먹을 것이 나오고 강한 자에게서 단 것이 나왔도다. 맞춰 보시오.”
그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의논해 보았지만,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흘이 지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잔치가 나흘째로 접어들었다. 그들은 몹시 조급해진 나머지 저급한 방법을 강구했다.
그들 중에 한 명이 신부를 불러냈다.
“우리를 빈털터리로 만들려고 이리 초대한 거요?”
신부는 겁이 나서 몸을 웅크렸다.
“잘 들으시우, 당신 남편에게 가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답을 알아내는 거요! 알겠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과 당신네 가족들을 모두 불살라질 테니, 그리아슈.”
신부는 너무 두려워서 아무 소리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는 삼손에게 가서 답을 가르쳐 달라고 애원하였는데, 삼손은 가르쳐 줄 수 없다며 거절하였다. 이내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당신은 내가 미운 거죠? 적어도 나한테는 답을 말해줄 수 있잖아요!”
“그렇지 않아. 내 부모한테도 말하지 않았는걸,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이건 말해줄 수 없어.”
삼손은 그녀의 부탁을 뿌리치고 다른 곳으로 갔다. 그러나 그녀는 잔치 기간 중에 계속 눈물을 보이며 그에게 매달렸다. 칠 일째 되는 날 그는 마음이 약해지고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도 들어, 신부에게 답을 말해줬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 동족에게 그 수수께끼의 답을 알려 주었다. 그날 저녁 잔치를 파할 시점이 가까웠는데, 블레셋 청년들은 오히려 한껏 기분이 달아올라 떠들썩하게 웃으며 축배를 들었다. 그중 한 사람이 삼손에게 와서 답을 찾았다며 말을 건넸다.
“꿀보다 단 것이 무엇이며 사자보다 강한 것이 무엇이겠소? 하하하하!”
그 순간 삼손의 표정이 굳어졌다. 혹시나 하였던 것이 이제 분명해졌다.
“이 비열한 놈들! 내 여자를 겁박해서 알아낸 거지? 이것들을 그냥······!”
이윽고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잔치 석상의 웃음소리며 말소리가 전부 사라졌다. 그가 화를 억누른 채 처가의 집에서 나오려는데, 뒤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보게, 삼손! 약속한 물건 잊지 말게나!”
삼손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는 블레셋에 대한 환멸로 몸서리치며 곧장 아스글론으로 내려가, 그곳 주민 서른 명을 때려죽이고 그들의 옷을 벗겨 수수께끼를 푼 자들에게 건네줬다. 그리고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아서 신부도 챙기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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