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48장 나실인

이원범 2021. 6. 23. 09:27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여러 용사들이 위기에 빠진 이스라엘을 구해냈다. 이스라엘은 외세의 여러 위협에도 여호와의 돌보심 가운데 평온하였다. 하지만 뿌리 깊은 죄성이 그들로 하여금 다시 하나님을 배반하게 만들었다. 한동안 멀리하던 우상 숭배가 다시 만연하게 된 것이다. 여호와는 질투하시며 이스라엘을 블레셋에게 넘기셨다. 블레셋은 강한 군사력으로 이스라엘을 정복하여, 좋은 농지와 과수원들을 빼앗아 가졌다. 이스라엘은 그들의 압제에 고통스러웠지만 부르짖지 않았다. 그리하여 구원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이십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가나안 서남쪽의 작은 성읍 소라에 마노아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임신을 못하였던 탓에 그의 가정에는 자녀가 없었다.

  어느 날 주님께서 마노아의 아내에게 나타나 말씀하셨다.

  “주께서 네 기도를 들으셨느니라. 너는 이제 임신하여 아들을 품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너는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말고, 부정한 것은 어떤 것도 먹지 마라. 또한 그 아이의 머리를 깎아서도 안 된다. 그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나님의 나실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블레셋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구원하는 일을 위해 선택된 아이다.”

  그 여인은 뜻밖의 소식에 놀라서 남편에게로 급히 달려갔다.

  “여보, 하나님의 사람이 왔었는데, 글쎄 그 모습이 천사 같지 뭡니까! 어디서 왔는진 묻지 못했는데 사람 같진 않아유. 내게 이름도 말해 주지 않더구만유. 아무튼 나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거니, 포도주나 독한 술 또 뭐시지? 부정한 것은 어떤 것도 먹지 말라고 하지 뭐유. 그 아이가 하나님의 나실인이 될 거라 했시유!”

  마노아는 아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경청하더니, 이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는 태어날 아이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여호와께 기도하였다.

  “주님, 우리에게 보내신 하나님의 사람을 다시 보내 주셔서, 앞으로 태어날 이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주님께서는 그의 기도를 합당이 여기셨다. 어느 날, 주님께서 그의 아내에게 다시 나타나셨다. 여인은 밭에 앉아 일하고 있었는데 마노아는 그곳에 함께 있지 않았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서 남편에게 달려갔다.

  “여보! 여보! 다시 왔시유. 내게 왔던 그분 말이유!”

  마노아는 아내를 따라 그 사람에게 갔다.

  “······당신이 제 아내에게 말씀한 그분이십니까?”

  “그렇다.”

  “예, 그렇군요.” 마노아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당신께서 제 아내에게 해주신 말씀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제 귀로 분명히 듣고 싶어서 말입니다. 당신께서 말씀하신 그 아이를 제가 어떻게 길러야 합니까요?”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여인에게 일러 준 모든 말을 명심하여라. 포도나무에서 난 것은 아무것도 먹지 마라.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말고, 부정한 음식은 어떤 것도 먹지 마라. 그녀는 내가 명령한 것을 모두 지켜야 한다.”

  그러고 나서 발길을 돌리셨다. 마노아는 그분을 그냥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청하였다.

  “조금만 저희와 함께 계시지요. 당신을 위해 새끼 염소 한 마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좀 더 머무를 수야 있지만, 너희 음식은 먹지 않을 것이니라. 다만 번제를 드리려거든 여호와께 바쳐라.”

  마노아는 자기가 주님과 대화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주님께 여쭈었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당신의 말씀대로 이루어질 때, 저희가 당신의 이름을 기리기 원합니다.”

  “어찌하여 내 이름을 묻느냐? 알려주어도 너희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니라.”

  마노아는 새끼 염소 한 마리와 곡식 제물을 제단 위에 올려놓고 여호와께 번제로 드렸다. 그러자 주님께서 제단 불꽃을 타고 하늘로 오르셨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마노아와 그의 아내는 경외감에 사로잡혀 얼굴 땅에 대고 엎드렸다. 그분이 하나님과 같으신 분이심을 깨달은 것이다.

  “여보! 우린 죽은 목숨이오. 하나님을 보았으니 말이요!”

  그러자 그의 아내가 남편의 등을 토닥였다.

  “걱정 마시유. 여호와께서 우릴 죽이실 작정이셨다믄 번제물을 받지 않으셨을 테고, 아이에 대한 일도 계시해 주실 리가 없잖아유.”

  후일에, 마노아 가정에 주님께서 약속하신 아들이 태어났다. 마노아는 매우 감격스러워하며 여호와께 영광을 돌렸고, 그 아이의 이름을 삼손이라고 지었다. 여호와의 영이 그 아이 속에 있었고 그가 자라는 동안 내주 하시며 그를 돌보셨다.


이미지 by Sweet Publishing

'언약 내러티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50장 피의 보복전  (0) 2021.06.23
49장 수수께끼  (0) 2021.06.23
47장 반복되는 실수  (0) 2021.06.23
46장 보리빵 한 덩이  (0) 2021.06.23
45장 여룹바알  (0) 202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