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지나지 않아 헤롯은 죽었고, 요셉의 가족은 천사의 인도를 받으며 고향 유대로 돌아왔다. 당시 유대는 부왕 헤롯 못지않게 잔혹하다는 아켈라오에 의해 다스리고 있었다. 요셉은 유대에 머물기가 두려워, 헤롯의 다른 아들인 안티파스가 다스리는 갈릴리 나사렛으로 거처를 옮겨 그곳에서 살게 되었다.
예수께서 열두 살이 되던 해, 유월절이 가까웠다. 당시 유대인들은 매해 첫째 달 14일을 유월절로 지키라는 율법에 전통을 충실히 지키고 있었다. 이는 언약의 요구를 무시한 대가로서 나라가 망하고 외세에 억압당한 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던 연유였다. 그때 이후로 분명 그들은 이방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예루살렘에서 유월절 절기를 철저히 지키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요셉 역시 하던 일을 멈추고 마리아와 아이들을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순례 행렬에 동참하였다. 예루살렘에서 7일가량 지내고, 절기가 끝나서 집으로 돌아갈 때에, 아이 예수는 예루살렘에 남아 있었지만 부모는 그 사실을 몰랐다. 그들은 순례자의 무리 어딘가에 아이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무심코 길을 지나왔는데, 하루가 지나도 아이 예수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여보, 당신 예수와 같이 있지 않았소?”
“예, 난 당신이 예수랑 같이 있는 줄 알았죠.”
“늘 얘를 맡아 오던 건 당신이어서 난 신경 안 쓰고 있었지.”
“당신도 참, 올해는 예수가 열두 살이에요. 성인이라고요. 그러니 당신과 함께 있어야 된다고요!”
“알았어요, 여보. 이렇게 싸울 때가 아니라, 어서 예수를 찾아야 하지 않소! 아마도 우리 뒤에 있을 테니, 되돌아가면서 한번 살펴봅시다.”
요셉과 마리아는 왔던 길을 거슬러서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루살렘까지 되돌아와서야, 마침내 성전 뜰에서 예수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는 성전 뜰에 앉아, 서기관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대화를 들으시며 또 그들에게 질문도 하고 있었다. 성전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아이의 질문을 듣고는 성경에 대한 그의 통찰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요셉과 마리아도 그 모습을 보며 매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예수야!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네가 안 보여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저를 찾으셨어요 어머니? 제가 제 아버지 집에 있을 것을 모르셨나요?”
마리아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 어깨를 으쓱거렸다. 곁에 선 요셉도 전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나사렛으로 돌아와, 전과 같이 부모의 권위 아래 순종하며 그들을 섬기셨다.
한편, 나이가 많았던 사가랴와 엘리사벳 부부는 어린 요한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하나님은 홀로 남겨진 요한을 에세네 파 신도들의 틈에서 자라나게 하셨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었던 일이 이제 곧 실현을 앞두고 있었고, 그는 여호와께서 택하신 일꾼으로서, 그 일을 감당하기 위해 준비되어야 했던 것이다. 어려서부터 성령이 충만하였던 그는 영적으로 성장하는 속도가 확연히 빨랐다. 한 번 앉은자리에서 수 시간을 요동치 않고 기도를 지속하였고, 음식은 메뚜기와 야생꿀을 먹었는데 그것도 금식하는 때에는 먹지 않았다.
그렇게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때가 이르렀다. 여호와께서는 요한에게 광야에서부터 사역을 시작하라 명하셨다. 그때부터 요한은 유대 광야에 모습을 드러내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말씀을 선포하기 시작했다. 당시 유대 백성들은 여호와만을 유일하신 하나님으로 섬긴다 고백은 하지만 그것은 입술의 고백일 뿐 실제 삶에는 반영되고 있지 않았다. 종교 지도자들은 부패하여 돈과 명예만을 숭상하였고 형식과 외형만을 종교적 의례로 치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요한의 입에서는 결코 듣기 좋은 설교가 나오지 않았다. 반대로 교만하고 더러운 죄인들을 향한 도발적인 일갈이 터져 나왔다.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죄뿐 아니라 깊이 속에 숨겨진 죄성까지도 고발하였다. 어떤 자들은 그를 미치광이 취급하며 무시하고 지나갔지만, 더러는 엎드려 울며 통회하는 자들도 있었다. 그에 대한 소문은 유대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어 퍼졌고 그가 선포하는 메시지를 들으러 광야로 나가는 자들이 급속도로 늘어갔다. 나아온 자들은 곧 죄를 고백하고 여호와 앞에서 변화된 삶을 살기로 결단하였다. 요한은 용서의 증표로서, 그들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다.
한 소리가 외친다.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여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을 위한 대로를 곧게 하여라. 모든 계곡들이 높아지고 모든 산과 언덕들이 낮아지며 고르지 않은 땅이 평평하게 되고 험한 땅이 평지가 될 것이니,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나고 모든 육체가 그것을 함께 볼 것이다. 여호와의 입이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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