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으로 말미암은 회개의 세례는 유대 사회에 새로운 영적 흐름을 일으키고 있었다. 세례가 베풀어지는 요단 강가 베다니에는 여호와 앞에서 자신을 깨끗이 하려는 자들의 모임 장소가 되었고, 영적인 목마름이 채워지는 곳이었다. 많은 유대 백성들은 요한에게 큰 관심을 보이며 그를 따랐다. 그러나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자들이 있었는데, 유대 사회에서 권력과 명예를 함께 거머쥐고 있던 예루살렘의 종교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은 종교계의 부패를 고발하며 회개를 촉구하는 요한이 눈엣가시처럼 거슬렸다. 속으로는 그를 매우 미워하면서도 민중의 시선을 의식하여 드러나게 적의를 표하지는 않았다.
어느 날 다수의 종교 지도자들이 세례가 베풀어지고 있는 요단 강가로 시찰을 나왔다. 그들의 옷은 색감이 화려하며 땅에 끌릴 만큼 길었다. 요한은 그들의 심령 속에 들어차 있는 악독으로 인해서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역겨움을 느꼈다.
“이 독사의 자식들아! 닥쳐올 징벌을 피하라고 누가 일러주더냐? 너희는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써 보여라.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다' 하는 말은 아예 할 생각을 마라. 하나님은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를 만드실 수 있다. 도끼가 이미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를 맺지 않은 나무는 다 찍혀 불에 던져질 것이다.”
무리는 여호와로 말미암은 두려움으로 침묵하였다. 곧 그들은 여호와 앞에서 바른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에게 묻기 시작하였고 요한은 각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을 고려하여 그 사람에게 해당할 실천 내용들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첫 대면에서 수모를 당한 종교 지도자들은 더욱 요한을 미워하게 되었다. 그들은 요한의 정체를 파악하고자, 조사단을 꾸려서 그에게 보냈다.
“당신이 그 메시아요?”
“나는 메시아가 아니오.”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요? 엘리야요?”
“아니오.”
“예언자요?”
“아니오.”
“그렇다면 대체 누구란 말이오? 우리를 보낸 자들에게 전해 줄 말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예언자 이사야가 말한 대로,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요.”
“당신이 메시아도, 엘리야도, 예언자도 아니라면 세례는 왜 주는 겁니까?”
“나는 물로 세례를 줍니다. 곧 나보다 능력 강하신 분이 오실 터인데,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을 자격도 없소. 그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시는 분이오.”
이는 요한이 세례를 주던 요단 강 건너편 베다니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거기서 요한은 메시아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드러내었으며, 그분이 하나님을 계시하는 분이심을 회중들에게 증언하였다.
그날도 요한은 백성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있었다. 그때 예수께서 그가 세례를 베풀고 있는 곳으로 나오셨다. 예수님은 그에게 세례를 받으려시는지, 곧장 그의 앞으로 다가오셨다. 요한은 할 말을 잃고 멈추어 섰다. 그가 증언하려는 대상, 메시아께서 앞에 서 계신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심장은 큰 고동 소리를 내며 사정없이 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분이 바로 그분이시다! 내가 전에 내 뒤에 오시지만, 사실 나보다 앞서 계신 분이라 말한 것은, 바로 이분을 두고 한 말이다. 그분은 언제나 나보다 먼저 계신 분, 늘 먼저 말씀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그의 앞에 서 계신 예수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요한은 심히 민망하였다.
“제가 선생님께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선생님께서 내게 오셨습니까?”
“지금은 그렇게 하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하여, 우리가 모든 의를 이루는 것이 옳습니다.”
그제서야 요한은 이를 허락하고 오른손으로 주님의 등을 받치고 물속으로 뉘었다. 잠시 후 예수께서 물 위로 올라오시는 순간, 요한의 눈앞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갑자기 밝은 빛이 구름을 뚫고 수면 위를 환히 비추더니, 하늘로부터 비둘기 같은 형체가 주님의 머리 위에 내려와 머물렀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이 음성은 그곳에 있던 자들 중 오직 요한만이 들을 수 있었다.
이분은 하나님의 유월절 어린양이시다.
세상 죄를 용서하시는 분이다!
내가 전에 ‘내 뒤에 오시지만, 사실은 나보다 앞서 계신 분’이라고 말한 이가 바로 이분이다.
나는 이분이 누구신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은 이분이 하나님을 계시하는 분이심을 이스라엘이 알아보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내 임무라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물로 세례를 베푸는 것이다.
너희를 말끔히 씻기고 너희 삶에서 죄를 씻어 내어, 너희로 하여금 하나님과 함께 새 출발을 하게 하려는 것이다.
나는 성령께서 비둘기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이분 안에 편히 머무시는 것을 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이분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다.
다만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내게 권한을 주신 분께서 말씀하시기를, ‘성령이 내려와 그 위에 머무는 것을 보게 될 것인데, 그가 성령으로 세례를 베풀 자라’ 하신 것이다.
나는 그 일이 일어나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전하는 것입니다.
이분은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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