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96장 동방 박사들

이원범 2021. 6. 26. 09:57

  먼 이국 동방에서 별을 관찰하는 학자들이 예루살렘성 헤롯의 궁정을 찾아왔다. 헤롯이 방문자들을 반겼다.

  “오신 걸 환영하오. 내가 유대를 다스리고 있는 헤롯이오. 어디 멀리서 오신 것 같은데, 이곳에 오신 용건이 무엇입니까?”

  “만나 뵙게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희는 그저 밤하늘과 별들의 운행을 관심 있게 살피는 자들일 따름입니다. 왕께서는 왕의 탄생을 알리는 큰 별이 유대 땅 위에 머물러 있음을 아시는 지요, 저희는 동방에서 그 별을 보고 왕께 경배하려고 순례를 왔습니다.”

  뜻밖의 소식에 헤롯은 당혹감을 느꼈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전해 듣소.”

  “왕이시여, 한 가지 여쭈어봐도 될는지요?”

  “말해보시오.”

  “혹시 이 성에 새로 태어난 아기가 있습니까?”

  “없소만.”

  동방에서 온 학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는 유대인의 왕으로 오실 이가 이곳 예루살렘에 있을 줄 알고 왔습니다만, 그럼 새로 태어난 왕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전부 생소한 얘긴데, 내가 그걸 어찌 알겠나.”

  헤롯이 대신들에게 지시했다.

  “가서,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을 불러오너라.”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헤롯의 궁전으로 대제사장들과 율법 교사들을 들어왔다.

  “잘 오셨소이다. 여기 멀리서 온 학자님들이 계신데, 이분들이 유대인의 왕으로 오신 분을 찾고 있소. 그대들은 여호와의 말씀에 정통하니, 그분이 어디서 태어나시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거라 생각하오만.”

  “유대 베들레헴입니다. 예언자 미가가 이렇게 기록하였습니다. ‘너 유대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대 고을 가운데서 작지 아니하도다 너에게서 통치자가 나올 것이니, 그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다스릴 것이다.’”

  그들의 대답을 듣고, 학자들은 방금 전보다 훨씬 얼굴이 밝아졌다.

  “놀랍군, 아주 놀라워! 그대들의 박식함에 그저 놀랄 따름이요. 해답을 얻었으니, 내가 반드시 상응하는 보상을 드리리다.”

  “왕이시여, 저희가 이곳에 찾아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대답을 얻었으니, 저희는 이제 물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학자들은 헤롯에게 감사의 절을 올리고 물러나서, 궁을 나서려고 하였다.

  그러자 헤롯이 그들을 불러 세웠다.

  “아, 잠깐!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소. 좀 더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는데.”

  학자들은 헤롯의 부탁에 응하여 그의 궁전에 더 머물면서 그와 대화를 나누며 식사대접을 받았다. 헤롯은 그 별이 나타난 때에 대해 자세히 물으며, 나실 메시아 왕에 관한 특별한 관심과 열성을 내비쳤다. 그러고는 그들을 보내면서 이렇게 부탁했다.

  “가서 그 아기를 찾게 되거든 내게 알려 주시겠소? 나도 귀하신 아기께 경배드리고 싶소.”

  “알겠습니다. 꼭 그리하지요.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들은 왕의 지시를 듣고 길을 떠났다. 곧 밤이 되어, 다시 별이 나타났다. 동방에서 보았던 바로 그 별이었다. 별은 그들을 앞장서 가다가 아기가 있는 집 위에 머물렀다. 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였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실례합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머무는 허름한 집은 두 세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희미한 달빛이 내부를 비추고 있었다.

  “아, 어떻게 오셨지요?”

  “저희는 별을 관찰하는 자들로, 메시아 탄생을 알리는 큰 별을 보고 먼 동방에서부터 여기까지 먼 길을 왔습니다.”

  학자들은 자신들을 소개하고, 곧 아기에게로 화제를 돌렸다.

  “이곳에서 이 아기가 태어난 것입니까?”

  “예, 그렇답니다.”

  학자들은 그 아기를 보더니 감격에 겨워, 무릎을 꿇고 여호와께 경배를 드렸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무사히 저희를 당신의 아들께서 나신 곳까지 인도하셨나이다.”

  “주의 크신 은총에 감사드립니다. 할렐루야!”

  그들은 짐에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꺼내서 마리아 품에 안긴 아기 앞에 내려놓았다.

  “아기로 태어나신 구주께 저희가 준비한 예물을 드립니다.”

  아기는 잠들어 있었지만 학자들은 왕께 대한 예의를 잊지 않았다. 요셉과 마리아는 여호와께서 행하시는 기이한 일들에 놀라워했다. 그들은 약속의 메시아를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였다. 깊고 고요한 베들레헴의 밤이었다.

  한편, 헤롯은 예루살렘성에서 학자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몇 주를 기다려도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천사의 계시를 통해서 헤롯이 아기를 죽일 위험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벌써 유대를 벗어나 본국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이 무례한 놈들이 나를 속였군!”

  헤롯은 몹시 분해하며, 군지휘관을 불렀다.

  “병사들을 인솔해서 베들레헴과 그 인근에 태어난 영아들을 조사해서 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사살해라. 알겠느냐!”

  병사들이 베들레헴에 들이닥치기 전, 천사는 다시 요셉의 꿈에 나타났다.

  “요셉아, 일어나거라. 헤롯이 아기를 찾아서 죽이려 하니,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라. 따로 지시가 있을 때까지 거기 있어라.”

  깨어난 요셉은 즉시 짐을 꾸리고서 밤을 틈타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피신하였다. 동틀 무렵에는 마을을 벗어나 있었다. 그의 가정은 이렇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어린 아기를 둔 다른 가정은 참상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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