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 제자들은 시냇물을 건너 겟세마네 동산으로 올라갔다. 늘 머물던 장소에 이르렀는데, 주님의 얼굴에서 평소 때와 같은 평온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자들도 주님의 안위가 걱정되어 마음이 편치 못치 못했다. “내가 기도할 동안 너희는 여기 있거라.” 이 말씀을 하시고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만 따로 불러 숲속 한적한 곳으로 같이 나아가셨다. 주님의 발걸음은 몹시도 무거웠다. 달빛에 반사된 예수님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듯 생기가 없었다. “내가 지금 괴로워 죽을 같구나. 여기서 나와 함께 깨어 있거라.”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음성이었다. 이 말씀을 하시고 열 걸음 이상 더 나아가, 둥글게 솟은 바위 위에 기대듯이 엎드리셨다. 그리고 인류의 끔찍스러운 죄악과 대면하시어 그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