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6장 의심의 덫

이원범 2021. 6. 20. 12:21

  아브람이 가나안으로 이주한 지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나님의 약속이 지연되어 감에 따라 사래의 믿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사래는 전혀 아이를 임신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태껏 자신만 바라보며 살아와 준 남편에게 고마움과 함께,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여보, 하나님은 내가 아이 갖는 것을 좋다고 여기지 않으시니, 당신은 내 여종과 잠자리를 같이하세요. 내가 여종의 몸을 빌려서 대를 이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사래는 이렇게 해서라도 아브람이 후사를 얻게 해주고 싶었다. 아브람은 순순히 사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래와 아브람은 인간적인 생각으로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해 보려고 시도하였다. 아브람이 하갈과 잠자리를 같이하자, 하갈이 임신을 했다. 하갈은 아브람의 아내가 됨과 더불어 그의 아이를 배자, 여주인을 업신여겼다. 아이 배지 못하는 설움이 사래의 마음에 북받쳐 올랐다. 그녀는 아브람에게 항의하며 자기가 받은 멸시의 책임을 남편에게 돌렸다. 아브람은 두 아내 사이에서 곤란한 상황을 겪게 되었다.

  “사래, 하갈은 당신 종이니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소?”

  아브람은 사래가 겪었을 고통에 동감하며, 하갈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그리하여 하갈은 사래의 밑에 들어가, 여주인을 업신여긴 잘못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하갈은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 도망하였다. 아브람과 사래의 인간적인 타협이 그들의 가정에 이런 불행한 일을 불러온 것이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아브람 가정에 자비를 베푸셨다. 하나님의 천사가 광야의 샘 곁에서 하갈을 발견했다. 하갈은 임신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행동을 하고 있었다.

  “사래의 여종 하갈아,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느냐?”

  “내 여주인 사래에게서 도망치는 중입니다.”

  “네 여주인에게로 돌아가거라. 그녀의 학대를 참아 내어라.”

  천사는 하갈의 잘못 품은 생각을 만류하였다. 그리고 아들에 관한 장래의 약속을 들려주어 소망을 얻게 해 주었다.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속한 모든 사람을 특별한 관심과 사랑으로 대하고 계셨다. 하갈은 하나님을 뵈었음에 감격하며, 아브람의 장막으로 돌아와 사래에게 복종하였다. 그녀에게서 아이가 태어나자, 아브람은 그 아이의 이름을 이스마엘이라고 불렀다.

십여 년의 세월이 경과하였다. 오랜 기다림에도 사래에게는 자녀가 생기지 않았다. 아브람의 희망은 이스마엘에게 향해 있었다. 그럴 무렵,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셨다. 아브람은 하나님의 임재에 압도되어,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하나님께서 방문하신 목적은 그분의 약속을 아브람에게 보다 분명히 밝히기 위함이었다.

  “이것은 내가 너와 맺은 언약이다. 너는 수많은 민족들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이제 네 이름은 아브람이 아니라 아브라함이다. 내가 너를 수많은 민족들의 아버지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네게서 여러 민족과 여러 왕이 나오게 할 것이다. 내가 너와는 물론이고 네 후손과도 영원토록 지속될 언약을 맺어. 네 하나님이 되고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될 것이다. 네가 장막을 치고 있는 이 땅, 곧 가나안 땅 전체를 너와 네 후손에게 주어 영원토록 소유하게 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될 것이다.”

  하나님은 그와 그의 후손에게 이러한 복을 약속하셨으며, 동시에 그와 그의 후손이 지켜야 할 규례를 주셨다. 그것은 할례를 행하는 것이었다.

  “네 아내 사래를 더 이상 사래라고 하지 말고, 사라라고 하여라. 내가 그녀에게 복을 주어, 그녀가 네 아들을 낳게 하겠다! 내가 반드시 그녀에게 복을 주어, 그녀에게서 여러 민족이 나오게 하고, 여러 민족의 왕들도 나오게 할 것이다.”

  ‘다 늙은 여자가 어떻게 아이를······?’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린 아브라함은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이스마엘이나 하나님 앞에 살기를 원하나이다.”

  그는 인간의 관점에서 보아 자녀 생산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여 그녀에게서 자식을 얻기를 단념하고 있었다.

  “아니라. 네 아내, 사라가 아들을 낳을 것이다. 너는 그 아이의 이름을 이삭이라고 하여라. 내가 그와는 물론이고, 그의 후손과도 영원한 언약을 맺을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마엘이 그의 후사가 아니며, 사라의 몸을 통해 나올 자가 약속을 이을 자식임을 명백히 가르쳐 주셨다. 아브라함은 이스마엘을 비롯하여 그의 장막에 거하는 모든 남자들을 불러, 언약의 증표가 될 할례를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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