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44장 등돌린 이스라엘

이원범 2021. 6. 22. 11:32

  가나안 정착 생활은 광야를 유랑하며 살아온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례 없는 부와 안정된 삶을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광야에서처럼 하나님의 돌보심만 의지할 필요도 없었다. 이스라엘의 지파들은 유다 지파를 선두로 분배받은 땅에서 가나안 족속을 몰아내는 전쟁을 시작했다. 지파별로 벌인 국지적인 전투였으나 가나안 잔당 세력을 물리치기에는 충분한 전력이었다. 유다 지파는 전쟁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지파들은 별로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들은 편안한 삶에 안주한 나머지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하나님의 명령을 철저히 수행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느 지파들은 적을 진멸하지 않고 자기 지파에 종속시켜 노예로 삼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광야에서 출생한 세대가 전부 죽고, 새로운 세대가 이스라엘을 대체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인과 어울려 살면서 그들의 딸과 결혼했고 그들의 아들을 사위로 삼았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명령을 등지고 타협하는 쪽으로 심히 기울어졌다. 목축에서 농경으로 생업을 전환한 이스라엘은 가나안의 발전된 문화와 풍습에 물들어 갔다. 그들의 눈에는 풍요로움과 다산을 약속하는 이방 신들이 매력적으로 비쳤다. 이스라엘이 이방 신에게 나아가 섬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언약을 무시하고 바알과 아세라를 섬겼다. 그로 인해 이스라엘 백성에 대한 여호와의 분노가 불타올랐다.

  언약을 무시하고 여호와를 배신한 결과, 이스라엘은 여호와의 돌보심에서 멀어졌다. 극도로 허약해진 이스라엘은 한때 가나안을 호령하는 패자에서 외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였다. 그 무렵 모압 왕 에글론이 세력을 키우며 강하게 부상하였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그에게 넘기시니, 에글론은 이스라엘을 속국으로 삼고, 양식이며 좋은 것들을 약탈하고 부녀자와 아이들을 잡아갔다. 이스라엘 자손은 그들의 폭정에 못 이겨 여호와께 부르짖었다. 그들을 긍휼히 여기신 여호와는 구원자를 보내어 이스라엘을 외적의 손에서 건져 내셨다. 하지만 이스라엘 자손들은 얼마 못 가서 이방인의 풍습을 열망하였고 또 우상 숭배에 빠져들었다. 여호와는 이스라엘을 다시 외적의 손에 넘기셨다. 이스라엘은 다시 고통 속에 절망하며 하나님을 불렀다. 그럴 때면 여호와께서 구원자를 보내어 그들을 건져 내셨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변화를 모색하지 않았다. 거룩한 계명과 모세가 전하여 준 율법이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칠 신실한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구별된 정체성을 깨닫지 못하고 소견에 옳은 대로 행동했다. 여호와를 섬기면서도 동시에 우상들을 숭배하였고 이를 이상히 여기지 않았다. 개인 산당에는 우상들을 전시해 놓았고 그 앞에 복을 빌었다. 여호와는 이스라엘을 미디안과 아말렉의 손에 넘기셨다. 그들은 매년 수확기만 되면 침범해 들어와 곡식을 약탈하고 아직 거두어들이지 않은 농작물을 짓밟고 밭에 불을 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농가의 가축들을 전부 빼앗아 갔다. 농가의 수탈로 인해, 이스라엘은 몇 년간 제대로 먹을 것을 얻지 못하였고 국력은 극도로 쇠약해졌다. 이스라엘 농민들은 그들의 포악한 만행에 치를 떨며 원통해하였고, 산속에 동굴이나 요새로 피신하여 목숨을 부지하였다. 가난할 대로 가난해진 이스라엘 백성은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여호와께 도와 달라고 부르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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