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80장 갈멜산 대결

이원범 2021. 6. 25. 11:03

  시간은 흘러 가뭄이 임한 지 삼 년째 접어들 무렵이었다. 마침내 여호와께서 노를 그치시고, 그의 종 엘리야를 돌아오게 하셨다. 사마리아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몰라볼 정도로 피폐해 보였다. 살아있는 짐승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며, 인구는 절반 이하로 줄어 있었다. 참담한 기분이 들어 홀로 길을 걷고 있던 엘리야는 멀리서 어떤 무리가 들판을 서성이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궁내대신 오바댜를 만나 아합을 불러오라 전했다.

  아합은 오바댜의 전언을 듣고 당장 엘리야를 만나러 나왔다. 그리고 그를 보자마자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이스라엘을 괴롭게 하는 자가 너냐!”

  “흥! 이스라엘을 괴롭게 하는 자는 내가 아니라, 당신과 당신 아버지의 가문이요. 당신은 여호와의 명령와 규례를 어기고 더럽고 추한 바알들을 좇았소! 그렇기에 때문에 여호와께서 징벌을 내려, 비가 내리지 않게 하신 거요.”

  엘리야는 여호와께서 주시는 감동을 따라, 거침없이 그의 죄악을 질책하였다. 그의 강한 기세에 주눅이 든 아합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 사이 엘리야는 잠시 숨을 고르며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에게 갈멜 산에서 종교 대결을 펼칠 것을 제안했다. 신의 응답을 구하여 누가 참 신인지 가려보자는 내용이었다. 아합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갈멜 산에서 대회를 열 것을 공표하였다. 그리고 온 이스라엘에서 바알과 아세라 제사장들을 불러 모았다.

  대회 당일, 아합의 주관으로 갈멜 산에 모인 백성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서로 웅성거렸다.

  “왜 사람을 불러서 귀찮게 구는지······.”

  “듣기론, 오늘 진짜 신이 누군지 가려낼 거라더군.”

  “정말인가? 이거 굉장한 걸!”

  “아니 기대할 게 뭐유! 당연히 바알이지.”

  “어이 이봐, 바알이 진짜라면 왜 비가 안 오겠나? 나도 바알에게 꽤나 바쳐봤지만 삼 년 동안 비는 구경도 못하지 처자식들은 아우성이고, 내 배를 봐 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라오.”

  “저도 동감입니다. 그럼 여호와가 진짜 신일까요?”

  “글쎄 올시다. 그분은 살아계신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에휴— 바알이든, 누구든 제발 비 좀 내려줬으면······.”

  그때 엘리야가 태양을 등지고 높이 솟은 바위 위에서 소리쳤다.

  “너희가 언제까지 양쪽 사이에서 머뭇거릴 셈이냐? 만일 여호와께서 참 하나님이라면 그분의 뒤를 따르고 만일 바알이 참 신이라면 그의 뒤를 따르라.”

  백성은 한마디 말도 대답 못하고 그를 바라만 봤다. 엘리야가 이어서 소리를 높였다.

  “나는 여호와를 섬기는 자로서, 바알을 섬기는 저 제사장들과 대결을 벌이오. 이것은 어느 신이 진짜 신인지 판가름하는 중요한 대결이니, 이제 여러분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보십시오. 대결 방식은 이렇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제단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바알 신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호와를 위한 것입니다. 각각 소 한 마리를 잡아서 제단 장작 위에 벌여 놓되 불은 붙이지 마십시오. 그다음 바알을 섬기는 자들은 바알에게 기도하십시오. 저는 여호와께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불을 내려 응답하시는 신이 참 신, 우리의 진정한 주가 될 것입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온 백성이 그의 말에 동의하며 화답했다. 먼저 시작한 쪽은 바알 제사장들이었다. 그들은 소를 잡아서 제단 위에 올려놓고, 온갖 다양한 형태의 춤사위를 선보이며 제단 곁에서 뛰놀았다. 또한 하늘을 향해 목청껏 부르짖었다.

  “바알이여! 응답하소서!”

  그 우레와 같은 외침 소리는 하늘을 찌를 듯이 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정오가 지나도록 하늘에선 어떤 징조도 나타나지 않았다. 장시간 의식이 지속되면서, 그들도 지쳐가는지 목소리가 줄어들며, 움직임도 현저하게 느려졌다.

  그러자 잠자코 지켜보던 엘리야가 그들을 조롱하며 외쳤다.

  “더 크게 불러라! 그가 신이니 깊이 묵상을 하는지, 아니면 어딘가 여행을 떠난 게 아니겠냐? 혹시 자고 있는지 모르니 제대로 깨워 봐라!”

  엘리야의 조롱 소리에 자존심이 상한 바알 제사장들은 젖 먹던 힘을 다해 바알에게 소리를 질렀고, 칼로 제 몸에 상처를 내어 피를 줄줄 흘리기까지 하였다. 오후 늦은 시각까지 그들의 광란은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하늘의 불은 묘연하기만 했다. 그들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보았지만 바알에게서 응답받는 일에 실패하였으며, 대부분 탈진하여 바닥에 쓰러져 뒹굴었다.

  “그만하면 됐소. 이제 내 차례요.”

  엘리야가 그들을 만류하였다. 더 이상의 진행은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바알의 제사장들은 분하지만 그의 말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엘리야는 백성들의 이목을 여호와의 제단에 집중시키며 그들과 더불어 허물어진 제단을 보수하고, 제단 둘레에 넓은 도랑을 팠다. 제단 위에 장작을 펴서 각을 뜬 소를 그 위에 얹어 놓으니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엘리야가 백성들에게 말했다.

  “들통에 물을 담아 와서 소와 장작 위에 흠뻑 부으시오.”

  백성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으나, 그대로 순종하여 산 아래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가 제단 위에 쏟아부었다. 등통 네 개가 그 위에 부어졌으나, 엘리야는 부족하다 느꼈는지 물을 더 갖다 부으라고 지시하였다. 그들이 그대로 순종하여 다시 한번 쏟아 붙고 그다음 세 번째로 그렇게 하니, 제단은 흠뻑 젖었고 도랑에는 물이 흘러넘쳤다.

  이제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엘리야는 제단 곁에 무릎을 꿇고 여호와께 기도를 올렸다.

  “여호와,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의 하나님,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며 저는 주의 종이나이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주님의 명령에 따른 것임을, 지금 이 순간 모든 자들에게 알려 주옵소서. 여호와 하나님, 제가 응답해 주옵소서. 그리하여 주께서 참 하나님이시며 이들에게 다시 회개할 기회를 주고 계시다는 것을 가르쳐 주옵소서.”

  그의 기도가 끝나자마자, 즉시 응답이 임했다. 여호와의 강한 불이 하늘에서 내려와 제단 위를 강타하였다. 그 불은 제물과 장작, 돌, 흙을 순식간에 태우고 도랑의 물까지 바싹 말려 버렸다. 그곳에 모여 있던 무리는 여호와의 불에 압도되어 넋을 잃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들은 일제히 소리 질렀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바알 제사장들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주체할 수 없는 허탈감이 그들의 마음에 밀려들어왔다. 그들은 땅을 치며 애통하였으나, 오래 슬퍼할 여지도 없이 백성들의 손에 붙잡혀 기손 시내에서 죽임을 당했다. 엘리야는 갈멜 산 꼭대기로 올라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다. 이스라엘의 죄악된 행실에도 불구하고 긍휼을 잊지 않으시는 은혜에 대한 감사였다. 그리고 얼마 후 하늘로부터 세찬 폭우가 쏟아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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