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은 권능과 지혜와 영광이 충만하시며 영원히 쇠하지 않는 나라를 통치하신다. 그의 나라에는 이름도 역할도 다른 수많은 천사들이 있다. 그들은 순결하고 성실하지만 그분의 후사는 아니었다. 그저 뛰어난 수행원일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하나님은 그의 영광에 참여하여 친밀한 관계 속에서 영원히 사랑할 자를 미리 택하셨다. 이들은 천사보다 고귀하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했다. 그의 택하신 후사는 그의 품 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을 닮은 영혼들이다. 그들은 아직 완전하지 못하며 천사의 수종을 받아야 했지만, 장차 하나님의 백성이요 그의 거룩한 신부가 되도록 정해진 자들이다. 또한 그들을 위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셨다. 밝은 빛과 청명한 하늘, 광활하고 녹음이 우거진 대지와 향기롭고 먹음직한 열매들이 맺히는 나무, 그것과 조화를 이루는 무수한 생명체들이 생겨났다. 모두 사람을 위해 예비된 것들이다. 마침내 가장 중요한 순간이 왔다. 두 손으로 흙을 감싸시고 반죽처럼 주물러 사람의 형상을 빚으셨다. 그 모습이 진흙으로 된 인형과 같았다. 그다음 코에 숨을 불어넣으시니, 얼굴에 생기가 돌고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피조물 중에 가장 경이로운 존재인 인간의 탄생이다.
동쪽의 에덴이라 불리는 땅은 사람이 거주하기에 가장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낙원이었다. 대지를 적시며 흐르는 강과 우거진 수목은 경탄할 만한 풍경을 자아냈고, 빼곡한 가지들 사이로 이쁘고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에덴의 중심부에는 그 열매를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있었다. 아담은 이곳에 거주하면서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동산에 열리는 과일, 들판의 채소와 곡식이 그의 양식이 되었으며 그는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풍성히 제공되는 낙원에서 완전한 자유와 복을 누렸다. 그는 하나님의 자애로우심을 본받아 위임받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인간이 하나님을 대면하거나 음성을 듣는 것이 지금처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담에게 있어 하나님과의 교제는 평범한 일상과 같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적하고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하나님은 피조물인 사람이 자기의 말을 존중하는지 확인하고 싶으셨다.
“아담아, 이것들이 무엇이냐?”
“예, 전부 주님께서 은혜로 주신 선물이옵니다.”
“그래, 내가 너에게 이를 말이 있다.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실과는 무엇이든 먹어도 좋단다. 하지만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만은 금할 것이니 먹어서는 아니 된다. 명심하거라. 그것을 먹으면 반드시 죽을 거란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동산은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나무들이 가득하여 먹을 것이 풍족하였다. 하나님은 그중 한 가지만을 제한하신 것이다.
아담은 지혜롭고 모든 분야를 통달한 사람처럼 못하는 것이 없었다. 가희 인간의 정점에 이르렀을 만큼 탁월한 존재였다. 다만 결핍된 면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아직 여자가 지음 받지 못한 탓에 혼자였던 것이다. 하나님은 고독한 그를 위해 돕는 베필을 만드시기로 결정하셨다. 하루는 그에게 동물들을 이끌어 오셨다. 들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새들이 개성을 뽐내며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각기 종류별로 수십만의 생물들이 모였지만 아담은 구별이 가능하였다. 그가 한 마리씩 품에 안아 붙여주는 이름은 세상에 둘도 없을 절묘한 이름이었다. 그는 꽤 오랫 동안 머물러 모두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다들 맞는 짝이 있는데, 왜 나하고 맞는 짝은 없을까?’
홀로 평지를 거닐며 처음으로 외로움이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고 여기신 하나님은 아담으로 하여금 깊은 잠에 빠지게 하시고 그의 갈빗대 하나를 취하여 여자를 창조하셨다. 그의 품 속에 가장 보배로운 존재를 숨겨두심은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아담이 깨어났을 때, 하나님께서 여자를 그에게 이끌어 오셨다.
“당신은······?”
“나는 아담이오. 정말 눈 부시게도 아름답소.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당신을 여자라 부르리다.”
“네, 당신도 참 멋있어요.”
남자와 여자는 큰 감격과 기쁨에 사로잡혔다. 둘은 즉시 호감을 느꼈고 본래 알던 것처럼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이후로 여자는 남자를 보필하며 그와 함께 하나님께서 위임하신 일들을 수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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