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두 해가 지나갔다. 파라오는 간밤에 희한한 꿈을 연달아 두 번 꾸었다. 그는 마음이 뒤숭숭하였다. 그래서 이집트의 모든 마술사와 현자들을 불러들이고 자신이 꾼 꿈을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줄 해석을 내놓지 못하였다. 왕의 시중을 들던 술 관원은 이 년 전과 같은 상황에 봉착하자, 그제야 요셉의 일을 떠올렸다. 그는 히브리 출신의 젊은 종이 꿈 해석을 잘한다는 말을 왕께 올렸다. 파라오가 즉시 사람을 보내어 그 종을 불러오게 했다. 요셉은 수염을 깎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 왕을 알현하였다.
“그래, 네가 요셉이라고?”
“예, 그러하옵니다.”
“내가 꿈을 꾸었는데, 아무도 해석해 내는 사람이 없구나. 듣자 하니, 너는 꿈을 해석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고 하더구나.”
“왕께 아룁니다. 그것은 소인이 아닌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옵니다. 제게 꿈을 들려주시면, 하나님께서 그것의 분명한 의미를 가르쳐 주실 것이라 사료됩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가 말을 꺼냈다.
“꿈에 내가 나일 강가에 서 있는데, 살찌고 잘생긴 암소 일곱 마리가 갈밭에서 풀을 뜯는 걸 보았노라. 뒤이어 가죽만 남고 아주 흉하게 생긴 암소 일곱 마리가 나타나더니, 아까 그 살찐 암소들을 모조리 잡아먹는 게 아니더냐. 그 놈들은 그렇게 먹어도 여전히 흉한 몰골을 하였도다. 그러고는 내가 깨어났지. 또다시 꿈에 보니, 추수할 때쯤 되어 잘 여문 이삭이 일곱 개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 옆에서 쭈글쭈글하게 바싹 마른 이삭들이 나더니, 알찬 이삭들을 통째로 삼켜 버렸지 뭔가. 허 참, 내가 이 꿈을 마술사들에게 들려줬건만 아무도 제대로 해석해 주지 못했다.”
요셉은 왕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한 후에, 이렇게 대답하였다.
“두 꿈은 결국 하나이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하시려는 일을 왕께 보이신 것이라 사료됩니다. 살찐 암소 일곱 마리와 잘 여문 이삭 일곱은 일곱 해를 의미합니다. 뒤이어 올라온 흉한 암소 일곱 마리와 바싹 마른 이삭 일곱도 마찬가지로 일곱 해를 의미합니다. 앞으로 일곱 해 동안에는 이집트 전역에 큰 풍년이 들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질 일곱 해에는 큰 흉년이 찾아들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언제 이곳에 풍년이 왔었냐는 듯이, 그 흔적마저 지워버리고 말 것입니다. 왕께서 같은 꿈을 두 번이나 거듭 꾸신 것은, 하나님께서 속히 이 일을 행하시기로 결정하셨음을 뜻한 것이옵니다.”
요셉은 진하게 눈을 번뜩이며 조언했다.
“이제 왕께서는 지혜롭고 경험 많은 사람을 세우셔서, 그에게 나라를 맡겨 관리하게 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런 다음 감독관들을 임명하여, 풍년이 드는 일곱 해 동안 이집트 전역을 감독하게 하옵소서. 그들에게 앞으로 풍년이 드는 동안 생산되는 식량의 오 분의 일을 거둬들이게 하여 곡식을 비축하고, 각 성읍에 보관하게 하옵소서. 이렇게 하여야 다가올 기근에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모두가 넋이 나간 듯, 궁정 안이 조용했다. 감옥에서 나온 사람답지 않게 정갈하며 학식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던 것이다.
침묵을 깨뜨리고 파라오가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하나님이 너에게 이 모든 것을 알리셨는데, 너처럼 지혜롭고 경험 많은 자가 어딧겠느냐? 네가 이 나라를 다스리도록 해라. 내 백성이 모두 너의 말을 따를 것이니라.”
신하들이 당황해 하는 눈빛에도 불구하고, 파라오는 요셉을 신임하여 그를 총리로 임명하였다. 요셉은 그만한 자질을 갖춘 인재로 성장해 있었다.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시면서, 그를 여러 방면으로 훈련시키셨기 때문이다. 파라오는 권력의 상징인 인장 반지를 빼어 요셉의 손에 끼워 주었다. 요셉은 명실상부한 이집트의 이인자가 되어 이집트 전역을 다스릴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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