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18장 요셉의 꿈

이원범 2021. 6. 21. 10:45

  이스라엘은 마므레에 있는 아버지 이삭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 여정에서 라헬이 둘째 아들을 낳고 숨을 거뒀다. 이스라엘은 그 아이의 이름을 베냐민이라 불렀다. 그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겪었다. 레아가 낳은 그의 아들들이나 빌하와 실바가 낳은 아들들에 대해서는 별로 애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요셉에게는 달랐다. 그는 라헬에게 향하던 사랑을 그녀가 낳은 아들 요셉에게 쏟았다. 그는 요셉에게 정교하게 수놓은 옷을 지어 입혔다. 그의 편애는 가정의 불화를 가져왔다. 다른 아들들이 요셉을 시샘하여 그에게 말도 건네지 않았던 것이다.

  어느 날, 요셉은 간 밤에 꾼 꿈으로 흥분하여 형들 앞에서 재잘거렸다.

  “내가 꾼 꿈 이야기 한 번 들어봐요. 우리가 모두 밖으로 나가 밭에서 밀짚 단을 모아 들이는데, 갑자기 내 단이 일어나 우뚝 서고 형님들의 단들은 내 단 주위로 빙 둘러서서 내 단에 절을······.”

  단지 꿈에 불과한 이야기였지만, 형들에게는 매우 기분 나쁜 소리로 들렸다.

  “무슨 그런 엉터리 같은 소릴! 니가 우리 왕이라도 돼서 다스리겠다는 거냐?”

  얼마 뒤, 요셉은 또 다른 꿈을 꾸었다. 그는 들뜬 마음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들어 보셔요. 또 꿈을 꾸었어요. 이번에는 해와 달과 별 열한 개가 내게 절을 했어요.”

  이번에도 그의 꿈 이야기는 형제들을 노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이 요셉을 꾸짖었다.

  “그 무슨 해괴한 꿈이냐? 그래, 나하고 네 어미와 형들이 땅에 엎드려 네게 절이라도 올린단 말이냐?!”

  괘씸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드물긴 해도 꿈이 계시의 수단으로써 나타남을 알고 있던 이스라엘은 그 꿈을 마음에 두었다.

  형제들은 세겜으로 가서 아버지의 양 떼에게 풀을 먹이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아들들의 형편을 살피기 위해 그곳으로 요셉을 보냈다. 요셉은 세겜에 이르러서, 형들을 찾지 못하다 어떤 사람을 만나 형들의 행방을 알게 되었다. 그는 형들을 만나러 멀리 도단까지 찾아갔다.

  양들 곁에서 주위를 경계하던 한 형제가 멀리서 오는 요셉을 발견했다.

  “저기 꿈꾸는 애가 오는데.”

  “하! 귀하신 양반이 누추한 이곳까지 어인 일로?”

  “짜증나 아주! 우리 뭐하나 감시하러 왔겠지.”

  그때 시므온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저놈을 죽여 구덩이 속에 던져놓고 맹수한테 잡아먹혔다고 하면 어떨까?”

  “푸하하! 그것 참 재밌겠네. 그럼 그 꿈이 어떻게 되려나.”

  곁에서 이상한 소리가 오고 가니 르우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이것들이 점점······ 너희 미쳤냐?! 형제간에 살인이라니! 혹시라도 그러면 진짜 가만 안 둔다.”

  르우벤은 화를 냈지만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면도 있었다. 그도 역시 아버지의 편애로 인해 요셉이 얄미운 게 사실이었던 것이다. 방금 무슨 말들이 오갔는지 알턱이 없는 요셉은 형들을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몇 주동자들이 다가온 요셉을 붙잡고 옷을 벗겼다. 어리고 약한 요셉은 저항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곧 바싹 말라붙은 구덩이 속으로 던져졌다.

  그들은 앉아서 저녁을 먹었다. 그러는 동안 길르앗에서 오는 이스마엘 상인 행렬이 그들 가까이로 오고 있었다. 그때 유다에게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그 녀석이 미운 건 사실인데, 갤 죽인다고 우리에게 남는 게 뭐 있겠어? 우리가 손을 직접 댈 것 없이, 저기 이스마엘 사람들에게 그냥 노예로 팔자. 어찌 됐든 그 애도 우리 혈육이니까.”

  형제들은 유다의 말에 동의하고 요셉을 구덩이에서 끌어냈다. 그리고 이스마엘 상인에게 은화 스무 개를 받고 팔아넘겼다. 요셉은 애걸하며 부르짖었지만, 형제들은 아무런 동정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르우벤이 요셉을 구출하려고 구덩이로 돌아왔으나 이미 한 발 늦었다. 요셉은 결박당한 채 이집트로 끌려가고 있었다. 르우벤은 비통한 심정으로 옷을 찢으며 울부짖었다.

  형제들은 염소를 잡아서 그 피를 요셉의 옷에 적셨다. 그들은 그 옷을 아버지에게 가지고 가서 말했다.

  “저희가 이걸 찾았는데, 혹시 아버지 아들 옷인지······.”

  “내 아들의 옷이야. 사나운 짐승이 요셉을 잡아먹었구나. 요셉이 갈기갈기 찢겨 죽었구나!”

  이스라엘은 자기 옷을 찢으며 슬피 울었다. 거칠고 굵은 베옷을 입고 아들의 죽음을 오래도록 슬퍼했다. 어떤 위로도 그의 슬픔을 달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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