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은 집사에게 자루에 곡식을 담고 대금을 함께 넣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베냐민의 자루에는 은잔을 집어넣으라고 지시했다. 집사는 요셉이 지시한 대로 모든 일을 처리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 형제들은 곡식 자루를 수레에 싣고 가벼운 걸음으로 고향을 향했다. 아직 성읍에서 멀리 벗어나지 못한 시점에, 말을 탄 병사들이 뒤에서 쫓아오더니 그들을 길에서 막아 세웠다. 선두에 선 사람은 요셉의 집을 섬기던 그 집사였다.
그는 엄하게 돌변한 태도로 호통을 쳤다.
“거기 서라! 은혜도 모르는 괘씸한 자들 같으니. 너희는 어찌하여 귀한 은잔을 훔쳐갔느냐?”
“왜 저희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형제들은 그런 짓을 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지난번 자루 속에서 발견한 돈도 다시 가져왔습니다만, 저희가 무슨 이유로 그 잔을 훔치겠습니까요. 저희 중에서 만약 찾으신다면 그는 죽어 마땅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머지 형제들도 그분의 종이 되겠습니다.”
“좋다. 허나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잔이 발견되는 자는 내 주인의 종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나머지는 풀어주겠다.”
형제들은 각자 자기 자루를 바닥에 내려놓고 자루 속을 내보였다. 집사는 그들의 자루를 빠짐없이 뒤졌는데, 베냐민의 자루에서 그 잔이 나왔다. 집사는 뻔히 아는 사실이었지만 냉담히 표정을 굳히고 베냐민을 연행해 갔다. 그러자 형제들은 낙심하여 옷을 찢고 다시 요셉의 집으로 되돌아갔다.
요셉은 노한 얼굴로 형제들을 대면하였다.
“너희가 어찌하여 이런 짓을 했느냐?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형제들은 충격과 절망에 휩싸여 그 앞에 엎드렸다. 요셉의 꾸짖음에 그들은 변명할 말이 없었다.
유다가 대표자로 발언했다.
“저희가 뭐라 할 말이 있겠습니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나이다. 하나님께서 주의 종들의 죄를 찾아내셨으니, 이제 저희들이 다 주의 종들입니다.”
“아니, 결코 그럴 마음이 없다. 이 잔을 가졌던 자만이 내 종이 되리라. 나머지 너희는 평안히 되돌아가거라.”
베냐민은 고개를 떨군 채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없어 억울할 따름이었다. 형제들도 마찬가지로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결코 동생을 잃을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내 주여, 이 종이 한 말씀 올리는 것을 허락해 주옵소서. 어른께서는 파라오와 같으시니, 노여워하지 마시고 저를 주제넘다고 여기지 말아 주십시오. 주인어른께서는 저희에게 ‘너희 막내 아우를 데려오라’ 하시며, 그를 데려오지 않으면 나를 보지 못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아버지께 돌아가, 어르신께서 하신 모든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한사코 반대하시며, 그 아이를 데려오지 못하면 자신은 슬퍼하다가 죽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아버지에게 있어 베냐민은 자신의 목숨이나 다름없습니다. 저희가 동생을 못 데리고 돌아간다면,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돌아가시고 말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저희가 백발이 성성한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셈이 됩니다. 그뿐 아닙니다. 저는 이곳으로 오기 전에 아버지께 ‘동생을 데려오지 못한다면, 제가 모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제가 그를 대신해서 종이 될 순 없습니까? 부디 저를 종으로 삼아 이곳에 남게 하시고, 동생은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십시오.”
다른 형제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유다의 뜻과 동일했다. 그들은 베냐민을 구하기 전에는 요셉 앞에서 떠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더 이상 시험이 필요하지 않았다.
요셉은 자신의 감정을 추체할 수 없었다.
“물러가라! 다들 물러가라!”
그는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형님들, 내가 요셉이요! 요셉!”
자제력을 놓아버린 목소리는 바로의 집까지 들릴 정도였다.
“내가 요셉입니다. 내 아버지께서 아직 살아 계십니까?”
“예······?”
형제들은 너무도 눈을 크게 떠 튀어나올 듯했다.
“내게 가까이 오십시오.”
아직 정신적으로 수습이 안 돼서 멍한 표정인 형제들이 모였다.
“내가 바로 형님들의 아우 요셉입니다. 형님들이 이집트에 팔아넘긴 그 요셉입니다. 저를 팔아넘겼다고 괴로워하지도 말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그 일 뒤에는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형님들보다 앞서 이곳으로 보내셔서, 여러 목숨을 구하게 하신 것입니다. 이 땅에 흉년이 든 지 두 해가 되었지만, 앞으로도 다섯 해 동안은 흉년이 계속 들어 밭을 갈지도 못하고 추수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앞서 보내셔서, 이 땅에 살아남은 민족이 있게 하시고, 놀라운 구원의 행위로 형님들의 목숨을 구하도록 준비하셨습니다. 보다시피,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파라오의 아버지와 같은 자리에 앉히시고, 내게 그의 일을 맡기셔서, 나를 이집트의 통치자로 세워 주셨습니다.”
요셉은 형들에게 잘못의 책임을 전가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 전적인 하나님의 뜻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요셉은 자기 아우 베냐민과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리고 형들과도 한 사람씩 입을 맞추며 부둥켜안고 울었다. 이스라엘의 아들들은 과거의 상처를 씻고 진정한 화해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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