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59장 요나단의 활약

이원범 2021. 6. 23. 12:35

  늦은 밤 경계병의 교대가 이루어질 무렵 요나단은 망대 위로 올라가 주위를 살폈다. 산등성이 위로 모습을 내민 달이 투명히 빛을 비추었고, 이따금씩 산새의 울음소리가 적막을 깨고 들려왔다. 북동쪽으로 수 킬로미터 떨어진 블레셋 본진은 마치 잠든 것처럼 조용하였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믹마스 고갯길에는 정찰대로 보이는 작은 진지가 보였다. 여호와께서 요나단의 마음을 붙잡으시며 용기를 북돋으셨다. 블레셋을 치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힌 요나단이 수행원을 바라봤다.

  “장비 챙겨라. 저기 놈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무슨 말이긴, 놈들을 치자는 거다.”

  “헥!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왕자님. 차라리 병사들을 모아서 움직이시는 게······.”

  순간 요나단이 눈을 번뜩였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해 일하실 거다. 여호와는 큰 군대를 통해서만 구원하시지 않아. 그분께서 구원하시기로 뜻을 정하시면 아무도 그분을 막을 수 없어.”

  “후— 말씀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

  “꼭 죽으러 가는 얼굴이구나.”

  “그간 모실 수 있어서 더없이 영광이었습니다. 제가 죽더라도 꼭 살아남으셔서 반석과 같았던 저의 충정을 잊지 않기를 간청드립니다. 그리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 형들, 동생들에게 제 이야기와 사랑한단 말······”

  “아, 알았으니 거기까지만 하고 이렇게 하자. 건너가서 적들에게 우리를 보이는 거다. 만일 ‘멈춰라 너희를 검문할 때까지 꼼짝하지 마라’ 하면, 우리는 관두고 돌아갈 거다. 그러나 저들이 ‘어서 올라와라’고 하면, 여호와께서 우리 손에 넘겨주셨다는 표징이니 바로 올라가도록 하자.”

  요나단과 그의 수행원은 진지를 몰라 빠져나와 협곡 아래로 내려왔다. 그 시각 달빛마저 나무들로 그늘져 매우 어두웠다. 그들은 발 밑을 더듬으며 천천히 적의 소초를 향해 나아갔다. 요나단은 경계병의 눈에 뜨이기 위해 나무 사이로 몸을 내보였다.

  그러자 경계를 서고 있던 블레셋 인들이 소리쳤다.

  “저기 히브리 놈들이 보인다!”

  “어라?! 저놈들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어서 이리 올라와봐! 본떼를 보여주마! 하하하핫”

  이는 여호와께서 그들을 넘겨주셨다는 표징이었다. 요나단이 수행원에게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암벽을 기어올랐다. 수행원이 곧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 그가 목책을 뛰어넘어 요새로 돌입하니, 기고만장해하던 블레셋 인들이 칼과 창을 빼들고 덤벼 들었다. 그는 어렵지 않게 적군 스무 명을 칼로 베었다. 그리고 화롯불을 걷어차서 장막에 불이 옮겨 붙게 했다. 그와 비슷한 시점에 블레셋 본진에 큰 소동이 벌어졌다. 여호와께서 보내신 하늘의 군대가 전진을 휩쓸며 공세를 시작한 것이다. 블레셋 인들은 크게 두려워하며 동요했고 땅까지 흔들렸다.

  이스라엘 진영 망대 위에 배치되어 있던 초병은 적진에서 관찰한 내용을 상황실에 보고했다. 사울은 밖으로 나간 자가 있는지 조사하라고 수하들에게 일렀다. 점호를 해보니 요나단과 그의 무기든 자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출진해야 하는지 사울이 제사장에게 의견을 묻고 있을 찰나에, 블레셋 진영의 소동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는 즉시 군대를 불러 모아 믹마스로 달려갔다. 적진에 이르러 보니 적들은 서로 살육전을 벌이고 있었다. 사울은 전장을 헤집고 다니며 블레셋 인들을 죽였다. 그러고 나서 벧아웬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약탈을 저지른 블레셋 인들을 진멸하였다. 일찍이 블레셋에 포로가 되어 전쟁에 동원된 이스라엘인들이 다시 돌아와 이스라엘 편에 가담하였다. 또한 길갈에서 탈영했던 병사들까지 돌아와 이스라엘군의 수효는 만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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