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장 귀향

  키루스가 바빌론으로 입성할 당시, 주민들은 그를 해방자로 여기며 환영하였다. 그는 아량이 넓은 사람이었고 백성의 민심을 얻어서 나라를 다스려가길 원하여, 군병들이 점령한 성읍 주민들을 해하거나 약탈을 하지 못하도록 금했다. 또한 주민들의 종교적 자유를 허용하고 공포나 위화감을 주지 않도록 하게 했다.

  키루스 재위 1년에 유다 자손들을 향한 그의 칙령이 공포되었다.

페르시아 왕 키루스가 선포한다. 여호와 하늘의 하나님께서 내게 지상의 모든 나라를 주셨다. 또 내게 명령하여, 유다에 있는 예루살렘에 그분을 예배할 성전을 짓게 하셨다. 여호와의 백성에 속한 사람들은 모두 돌아가라.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와 함께하시기를 빈다.

  페르시아 왕의 선포로 유다 백성들은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이전에 느부갓네살이 성전에서 가져왔던 금, 은 기명들을 되돌려 받았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땅으로의 귀환 행열이 조직되었고, 왕족의 후예 세스바살이 첫 귀환 행열의 인솔자가 되었다. 이때쯤 해서 많은 유다인들은 바빌론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고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미래가 불확실한 모국 땅으로의 귀환을 꺼려야 그 행열에 참가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재정에서 얼마를 재건 사업을 위해 기부하였다. 드디어 5만 명의 유다인들이 모국 땅 유다로 돌아왔다. 도성 예루살렘은 무너진 성벽과 건물 잔해가 널려져 있는 폐허더미 그 자체였다. 그해 칠월, 스룹바벨과 여호수아의 주도하에 귀향민들은 일제히 예루살렘으로 모였다. 그들은 여호와께 제물을 바치기 위해 번제단을 옛 터 위에 세워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그달 초막절을 지켰다. 이어서 귀향민들은 성전 건축 공사를 시작하였다. 그들은 레바논에서 백향목을 사들였다.

  그들이 도착한 지 이 년이 되어 성전 기초를 놓았을 때,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은 백성들이 믿음으로 예배하는 가운데 여호와를 만날 수 있도록 그를 찬양하였다. 그때 모든 백성들이 기쁨으로 외치며 여호와를 찬양하였다. 파괴되기 전의 솔로몬 성전을 보았던 노인들은 기쁨으로 외치는 대신에 소리 내어 울기도 하였다. 그러다 얼마 안 있어 주위 대적들의 방해가 들어왔다. 그로 인해 페르시아의 협조가 중단되게 되었다. 더 이상 페르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러 해 기근이 찾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궁핍에 시달리며, 아사자들이 속출하였다. 궁핍과 불안정한 생활 가운데, 귀향민들은 성전 재건에 대한 열의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로써 성전 공사는 중단되며, 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렇게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때 등장한 학개 선지자는 여호와의 이름으로 백성들의 나태함을 책망하며, 성전을 재건할 때가 이르렀음을 역설하였다. 또한 스가랴 선지자는 메시아의 왕국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환상으로 보며 백성들에게 예언하였다. 좌절과 낙심에 빠져있었던 백성들은 여호와께서 약속하신 메시아와 그의 영광스러운 왕국을 꿈꾸며 다시 힘을 내어 공사를 재개하였다. 마침내 겨우 성전이 재건되었고 불모지와 같았던 땅이 개간되어 많은 부분이 회복되었다. 이후로 여러 차례에 걸쳐 다수 백성들이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모국 땅을 밟으며 이스라엘의 재건을 도왔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과 유다와 전혀 새로운 언약을 맺을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 땅에서 나올 때 맺은 언약과 다른 것이다. 언약을 제정하신 여호와는 약속을 이행하셨는데 약속의 수혜자인 이스라엘은 그 언약을 어겼다. 여호와는 그분의 언약 백성 마음속에 그의 법을 넣어주실 것이다. 늘 함께 하시며 그들을 가르치실 것이다.

딸 시온아, 환호성을 울려라!
딸 예루살렘아, 환성을 울려라!
네 왕이 오고 계신다!
모든 것을 바로잡으시는 선한 왕.
새끼 나귀 타고 오시는 겸손한 왕이시다.
내가 전쟁을 끝냈다.
에브라임에 전차들이 사라졌고,
예루살렘에 군마들이 사라졌다.
칼과 창, 활과 화살들도 사라지고 없다.
그분께서 민족들에게 평화를 가져오신다.
사방 온 세상, 칠대양에 이르기까지,
평화로운 통치를 펼치시리라.

---

이미지 by Sweet Publis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