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 일가에 자녀가 없었던 시절, 그 땅에 흉년이 들었다. 이러한 연유로 이삭은 잠시 이집트로 피하려고 하였다. 그때 하나님은 이집트로 내려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그에게 그랄에 머무를 것을 명령하셨다. 그리고 순종한다면 아브라함에게 맹세하신 약속을 다 이루어, 그의 후손을 하늘의 별처럼 많게 하고, 그들에게 이 모든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하나님께는 그의 후손이 너무나 중요한 존재였다. 온 인류의 복이 되실 분이 후손 중에 나셔야 했다. 이삭은 말씀에 순종하여 그랄에 머물렀다. 그리고 땅을 일궈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다. 양 떼와 소 떼와 종들의 수도 많이 불어났다. 이삭은 점점 대 부유해져, 아주 큰 부자가 되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복을 주셨다.
얼마 후 그랄 주민들이 그를 시기하여 그의 우물들을 메우며 핍박했다. 다만 이삭은 그들과 싸우려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골짜기를 파서 샘의 근원을 얻었는데 그 지역에서 또 난동을 피워댔다. 그는 다툼을 피하여 물러날 뿐 대항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으나 피하기만 하였던 이유는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셨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그 일에 나서시자 주변인들은 압박감을 느꼈고 이삭을 존대하며 평화 협정까지 맺기에 이르렀다.
이삭과 리브가가 결혼한 지도 오래 지났는데 하나님은 아무 자녀도 주지 아니하셨다. 그들은 아이를 원하였는데 특히 리브가는 더하였다. 이삭은 자기 아내가 임신하지 못하므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그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리브가가 임신하게 되었다.
그런데 태 속의 아이들이 어찌나 뒤척이고 발길질을 해대던지, 그녀는 참다못해 하나님께 하소연하였다.
“주여, 주께서 은혜로 잉태케 하신 아기가 날이면 날마다 배에서 발길질을 해대니 괴로워서 못 살겠나이다. 주여,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네 태 속에 두 민족이 있다. 두 민족이 네 몸에 있는 동안 서로 다툴 것이다.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압도할 것이며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다.”
해산할 기일이 되어 리브가는 쌍둥이를 낳았다. 먼저 나온 아이는 몸이 붉고, 그 피부가 마치 털옷 같았다. 그래서 이름을 에서라고 지었다. 그리고 둘째 아이가 바로 뒤이어 나왔는데, 그 아이는 형의 발꿈치를 잡고 나왔다. 그래서 그 아이의 이름을 야곱이라고 지었다. 두 아이는 자라면서 서로 상반된 성격을 드러냈다. 에서는 밖에서 지내기 좋아하는 야성적인 사냥꾼이 되었고, 야곱은 주로 장막에 붙어사는 차분한 사람이 되었다. 이삭은 강한 자인 형을 좋아하였다. 더욱이 에서가 사냥해 온 것을 좋아하였다. 리브가는 야곱을 사랑했다.
어느 날, 야곱이 화로에 앉아 팥죽을 끓이고 있었다. 사냥하고 허기가 진 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무슨 냄새가··· 야곱아, 뭐하냐?”
“팥죽.”
“아, 배고프다. 아우야, 내게 그걸 좀 다오.”
에서는 동생이 만든 붉은 죽이 너무나 먹고 싶었다. 이때 야곱은 교활한 궁리를 하고 있었다. 에서가 결코 거절하지 못할 것이란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형이 사냥해온 걸 먹지 왜 내 팥죽을 달래?”
“하— 미치겠네. 지금 배고파 쓰러지겠다!”
“그럼 형이 장자권이라도 준다면 내 선심쓰지.”
“지금 그런 걸 따지게 생겼냐?! 어서 주기나 해, 이놈아.”
에서는 너 배가 고팠기 때문에 장자의 명분이나 권리가 중요하지 않았다. 야곱은 에서가 변덕을 부리지 못하도록 맹세까지 요구하였고, 결국 맹세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사람의 약점을 이용한 냉혈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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