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배웅을 받으며 조용히 집을 나온 야곱은 하란으로 먼 길을 떠났다. 베델에 이르러 해가 지자, 그는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그는 하늘을 지붕 삼고 돌 하나를 머리에 베고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보니, 땅에 계단이 세워져 있고 그 끝이 하늘에까지 닿아서, 천사들이 그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고, 꼭대기에는 하나님이 서 계셨다.
“누, 누구십니까?”
“나는 하나님, 네 조상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이다. 네가 지금 자고 있는 이 땅을 내가 너와 네 후손에게 주겠다. 네 후손이 땅의 먼지처럼 많아질 것이며, 서쪽에서부터 동쪽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북쪽에서부터 남쪽에 이르기까지 퍼져 나갈 것이다. 땅의 모든 민족이 너와 네 후손으로 인하여 복을 받게 될 것이다. 참으로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네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내가 너를 떠나지 않겠다.”
곧 야곱이 잠에서 깨어났다. 하나님과의 대면이 적지 않은 위압이었는지, 그는 깨어나서도 여전히 몸을 떨었다.
"하아, 하아······."
‘하나님께서 이곳에 계시는데, 내가 미처 몰랐구나.’
곧 베개로 삼았던 돌을 가져다가 기념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을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될 때에 하나님께 십일조를 바치겠다고 서원하였다. 한껏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야곱은 다시 길을 떠났다.
긴 여정 끝에 드넓게 펼쳐진 평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동방 사람들의 땅에 이른 것이다. 들판에는 우물이 있고, 그 주위로 세 무리의 양 떼가 둘러앉아 쉬고 있었다. 이 우물은 양 떼에게 물을 먹이는 공동 우물이었다. 우물 입구는 큰 돌로 덮여 있었다. 양 떼가 다 모이면 목자들이 우물 위에 돌을 옮겨 양 떼에게 물을 먹였고, 물을 먹인 뒤에는 다시 돌을 우물 위에 덮곤 하였다.
야곱이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에게 물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란에서 왔수다.”
야곱은 자신이 제대로 찾아온 사실을 알고 물었다.
“혹시 나홀의 손자 라반이란 분을 아십니까?”
“예, 잘 알지요.”
그 대답에 야곱의 얼굴에서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그분은 지금도 잘 계십니까?”
“그렇소. 저기 그의 딸 라헬이 양 떼를 몰고 오는군요.”
멀리서 라헬이 아버지의 양 떼를 몰고 그쪽으로 오고 있었다. 다른 목자들과 마찬가지로, 양 떼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서였다. 야곱은 친족을 만난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는 혼자 힘으로 우물 위의 돌을 옮겨내고 그녀의 양 떼에게 물을 먹였다. 그러고 나서 라헬에게 입 맞추고 감격의 눈물을 흘렀다. 그는 자신이 라반의 생질이요 리브가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그녀에게 밝혔다. 라헬은 집으로 달려가서, 이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렸다. 곧이어 라반은 자기 누이의 아들 야곱이 왔다는 소식에 매우 기뻤다. 그는 야곱을 살갑게 맞이하여 그를 집으로 데려왔다. 야곱은 라반에게 그의 가정사와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이야기했다. 그리하여 그는 라반의 식구로 받아져서 그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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