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아버지 이삭이 지시한 대로 라반의 딸을 아내로 취하였고, 라헬에게서 요셉이 태어나자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 여겼다.
“장인어른,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처와 자식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니 허락해 주십시오.”
“부탁이네만, 좀 더 머물러 줄 순 없겠나? 하나님께서 너로 말미암아 내게 복을 주셔서 이렇게까지 내가 부유하게 된 것을 다 안다. 제발 부탁이네.”
라반은 그가 못 가도록 만류했다. 단지 일손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복이 떠날 것을 싫어하는 것이다. 다만 야곱 입장에서는 그의 집에 머무는 것이 별로 메리트가 없었다.
“제가 한 일이 장인어른께 얼마나 가치가 있었는지, 잘 아실 겁니다. 제가 여기 왔을 때만 해도 장인어른의 재산이 보잘것없었으나 지금은 크게 불어났습니다. 이제는 제가 제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 내가 자네에게 무얼 해주면 되겠나?”
그러나 그의 말에는 그다지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었다. 이미 수 차례나 야곱의 품삯을 변개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야곱은 썩 내키지 않은 모양이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딱히 얼마를 원하는 게 아니라, 가축 떼에서 얼룩지거나 점이 있거나 검은 것만을 골라서 제게 주십시오. 다른 건 원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양들은 하얗고, 염소들은 검기 때문에 야곱이 요구한 품삯은 매우 소박한 것이었다. 그 제안은 거절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었다.
“좋네. 그렇게 하지.”
이로써 야곱에게 돌아갈 분깃은 확연히 구별이 가능해졌다. 그날로 라반은 얼룩지고 점이 있거나 검은 것을 가려내어 자기 아들들에게 맡겨 돌보게 하고, 야곱과 마주칠 일이 없도록 멀리 거리를 두었다. 그는 야곱의 소유가 더 늘어나지 못하도록 이렇게 술책을 부렸다. 그는 야곱을 매우 인색하게 대했다. 그동안 야곱은 라반의 가축 떼를 돌보았다.
하나님은 라반에게 이용당하는 야곱을 헤아리시고 꿈속에 이상을 보이셨다. 야곱은 꿈에서 본 바를 실행에 옮겼다. 그는 미루나무, 감복숭아나무, 버즘나무의 싱싱한 가지들을 꺾어다가 껍질을 벗겨 흰 줄무늬가 드러나게 했다. 그는 껍질을 벗긴 가지들을 가축 떼가 물을 먹으러 오는 여물통 앞에 세워 두었다. 짝짓기 때가 된 가축들이 물을 마시러 와서 줄무늬가 있는 나뭇가지들 앞에서 짝짓기를 했다. 그렇게 짝짓기를 한 것들은 줄무늬가 있거나 점이 있거나 얼룩진 새끼들을 낳았다. 그는 그 번식 방법을 건강한 것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적용했다. 그리하여 적은 수에 불과하던 야곱의 가축이 라반의 것보다 더 많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라반의 것보다 더욱 건강했다. 야곱은 라반보다 더 큰 부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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