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이 라반의 집에 머문 지 한 달이 되었다. 라반의 집에서 그의 일손을 도왔던 야곱은 목축에 유능한 소질을 보이고 있었다. 라반은 야곱이 그의 집에 큰 유익을 가져다 주리라 내다보았다.
“얘 야곱아, 네가 내 조카이기는 하다만, 거저 일해서야 되겠느냐? 어느 정도의 보수를 받고 싶은지 말해 보아라. 얼마면 적당하겠느냐?”
야곱은 집을 떠나올 때, 아버지께서 당부하신 말을 기억해냈다. 가나안 여인과 결혼하지 말고 라반의 딸들 가운데서 아내를 얻으라는 것이었다.
“외삼촌의 작은딸 라헬을 위해 제가 칠 년 동안 외삼촌의 일을 돕겠습니다.”
“그 애를 낯선 사람과 결혼시키느니 네게 주는 것이 훨씬 낫겠구먼. 좋다, 그렇게 하거라.”
야곱은 라헬을 몹시 사랑했으므로, 칠 년을 수일처럼 열심히 일했다.
마침내, 약속한 칠 년을 채워지는 날이 되었다.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야곱은 라반에게 가서 말했다.
“제가 일하기로 약속한 기한을 다 채웠으니, 이제 제 아내를 주십시오. 저는 당장이라도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라반은 주위 사람들을 모두 초청하여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야곱이 그의 집에 들어온 이후, 라반의 소유는 크게 늘어났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통해 그의 집에 복을 주셨기 때문이다. 라반은 야곱을 붙잡아 놓기 위해 꾀를 냈다. 밤늦은 시간이 되자, 그는 라헬 대신 레아를 신방에 들여보냈다. 야곱은 이를 알지 못하고 레아와 잠자리를 같이했다. 아침에 눈을 뜬 야곱은 옆에 누워있는 레아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라반에게 감쪽같이 속은 것이다.
야곱은 화가 나서 라반에게 따져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제가 라헬을 얻기 위해 일해 드린 것 아닙니까? 어째서 저를 속이신 거예요?”
“미안하게 됐구머이. 우리 고장에서는 작은딸을 큰 딸보다 먼저 시집보내는 법이 없쓰니께 말여. 한 주일만 기다려봐. 그럼 작은딸도 줄 테니께. 그리고 칠 년만 더 일해 주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야곱은 별 수가 없었다. 라헬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던 야곱의 꿈은 좌절되었다. 한 주를 보내고, 라반은 둘째 라헬을 야곱에게 주어 그의 아내가 되게 했다. 이로써 야곱은 다시 칠 년 동안 라반을 섬겨야 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야곱의 가정에 중혼으로 야기되는 불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야곱은 라헬을 더 사랑하고 레아는 경시하였던 것이다. 하나님은 레아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아시고 그녀의 태를 열어 주셨다. 레아는 결혼 후 몇 년 동안 르우벤, 시므온, 레위를 낳았다. 레아는 네 번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의 이름을 유다라 하였다.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누릴 수는 없지만 네 명의 아들을 주신 일에 대해 여호와를 찬양하였다.
반면 아이를 낳지 못하였던 라헬은 의기소침하였다. 레아의 출산 소식이 들려올 때는 더욱 비참한 감정이 느꼈다. 그녀는 괴로움을 참다못해 야곱에게 자신의 여종 빌하를 내어 주었다. 이는 여종의 아이를 자기 아이로 삼으려 하였던 것이다. 빌하는 임신하여 단과 납달리 두 아들을 낳았다. 레아는 자기의 생산이 멈추자, 자기 종 실바를 야곱에게 아내로 주었다. 실바가 임신하여 갓과 아셀을 낳았다.
밀 수확이 있던 어느 날, 르우벤이 들에서 합환채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집으로 가져와 자기 어머니 레아에게 주었다. 라헬은 임신을 돕는다는 그 식물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였다.
“언니, 그 합환채······ 내가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레아의 미간에 내천 자가 생겨났다.
“니가 내 남편을 빼앗아 가더니, 이제는 내 아들이 가져온 합환채까지 원하는 게냐?”
그동안 라헬로 인해 쌓인 울분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레아와 라헬은 매우 상반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야곱의 마음은 라헬에게 향해있어서, 레아는 남편에게서 소외되는 외로운 상황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그런 언니가 가엽게 느껴졌다.
“좋아요. 언니의 아들이 가져온 사랑의 열매를 얻는 대신에 오늘 밤 그이가 언니와 잠자리를 같이하게 해 주지요.”
라헬의 말에 레아는 동의하였다. 그리하여 레아는 라헬에게 합환채를 건네고, 라헬로부터 하룻밤의 부부 권리를 취했다. 남편을 독차지하는 동생에게 가졌던 시기와 미움의 감정은 다소 누그러졌다. 해가 저물 때, 들에서 돌아오는 야곱을 마중 나온 레아는 그를 자기 장막으로 들여 잠자리를 같이했다. 하나님께서 레아의 소원을 들으셔서 두 아들을 더 주셨다. 이들은 잇사갈과 스불론이었다. 그녀는 또한 디나라는 딸도 가졌다. 이후 하나님께서 라헬을 돌보셨다. 그녀는 요셉이란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그 이름 속에서 하나님께서 자기의 지난날의 수치를 옮기셨음과 앞으로 한 아들을 더 주실 것이라는 소망을 나타내었다. 야곱이 하란에 사는 동안에 열한 아들을 얻었다.
이미지 by Sweet Publishing
'언약 내러티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장 사라진 수호신상 (0) | 2021.06.21 |
---|---|
14장 적절한 보상 (0) | 2021.06.20 |
12장 도피처 (0) | 2021.06.20 |
11장 속임수 (0) | 2021.06.20 |
10장 이삭의 가정 (0) | 2021.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