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날이 지난 후, 평소와 다름없이 제단 앞에서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를 올리고 있던 사무엘에게 여호와의 말씀이 임했다.
“내일 이맘때, 내가 베냐민 땅에서 한 사람을 보내 너를 만나게 할 것이다. 너는 그에게 기름을 부어 내 백성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아라. 그가 내 백성을 블레셋의 압제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이튿날 아침, 사무엘은 백성들이 준비해 놓은 희생제에 참여하기 위해 산당으로 향했다. 마침 성읍 입구 근처에 초행자로 보이는 사람 둘이 서있었다. 그중의 한 사람은 키가 훤칠하고 얼굴이 매우 준수하여 특히 두드러져 보였다. 사무엘이 그를 보는 순간, 여호와께서 일러주셨다.
“이 사람이 내가 네게 말한 바로 그다. 이 사람이 내 백성을 다스릴 것이다.”
키 큰 젊은이는 사무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실례지만, 선견자가 어디 사는지 아시는지요?”
“내가 그 선견자요.”
“미처 못 알아봐서 죄송합니다. 저는 베냐민 기브아에 살고 있는 사울이라고 합니다.”
사울은 죄송한 낯빛을 하며 인사했다.
“일단 나와 같이 식사를 하십시다. 제가 꼭 해주어야 할 말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잃어버린 나귀들에 대해선 그리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찾았으니까요. 당신은 이스라엘의 모든 기대를 받게 될 사람입니다.”
“당치도 않습니다. 저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작은 베냐민 사람이며, 지파 안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가문 출신입니다요. 그런데 제가 나귀를 찾아다니고 있던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허허허허! 내가 선견자란 사실을 잊은 것이오?”
그들은 곧 산당에 도착하였고, 사무엘은 사울과 그의 종을 객실로 인도하였다. 만찬이 준비된 테이블들이 놓여 있고 초청된 인사들 서른 명이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
사무엘은 사울을 상석에 앉히고 요리사에게 지시했다.
“내가 자네에게 보관해 두라고 했던 가장 좋은 고기를 가져오게.”
요리사가 고기를 가져와 사울 앞에 성대히 차려 놓으며 말했다.
“이 음식은 바로 당신을 위해 따로 준비해 두었던 것입니다. 드십시오! 오늘 여러 손님들을 대접하고자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사울은 사무엘과 함께 음식을 들며 긴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해는 뉘엿뉘엿 산마루 뒤로 기울었다. 캄캄한 밤이 돼서야 그들은 성읍으로 내려갔다. 시원한 산들바람이 부는 사무엘의 집 옥상에 사울의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튿날 동틀 무렵에, 사무엘이 옥상에 있는 사울을 불렀다.
“일어나십시오. 내가 배웅하겠습니다.”
사울과 그의 종은 일어나서 밖으로 나왔다. 사무엘은 성읍 경계까지 그들과 동행하고서, 그에게 말했다.
“종에게 먼저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십시오. 당신에게는 여호와의 말씀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사울은 종을 먼저 보내고서, 그의 앞에 섰다. 곧 사무엘이 기름병을 들어 사울의 머리에 붓고,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까? 여호와께서 그대에게 기름을 부으셔서 그분의 백성을 다스릴 지도자로 삼으셨습니다.”
사울은 자신의 머리로 흘러내리는 기름을 손으로 만져 보았다. 그는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눈치였다.
“제가 아닐 겁니다, 선견자님. 뭔가 착오가 있으신 게 아닌가요? 어제 저를 처음 보셨는데, 어찌 저를 신용하실 수 있으십니까? 저는 그런 일을 감당할 만한 자가 되지 못합니다.”
“제가 선견자라는 사실을 또 잊으셨습니까? 그대가 여호와께로부터 택함 받은 기름부음 받은 자라는 사실은, 곧 표징으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사무엘은 눈을 감고 말을 이었다.
“그대가 오늘 길을 떠나 고향 땅 베냐민에 이를 즈음, 라헬의 묘 근처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당신이 찾으러 간 나귀들은 이미 찾았지만, 당신 아버지가 당신 걱정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이지요. 거기서 좀 더 가다 보면 다볼의 상수리나무에 이를 텐데, 거기서 하나님을 예배하러 베델로 올라가는 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한 사람은 염소 새끼 세 마리를 끌고, 다른 한 사람은 빵 세 자루를, 나머지 한 사람은 포도주 한 병을 들고 있을 겁니다. 그들이 ‘안녕하시오?’ 하면서 그대에게 빵 두 덩이를 주거든, 그것을 받으십시오.
그 후에 그대는 블레셋 수비대가 있는 신의 언덕에 닿을 것입니다. 성읍에 가까이 이를 즈음에, 하프와 탬버린과 피리와 북을 연주하며 산당에서 내려오는 예언자 무리와 마주칠 것입니다. 그들은 예언을 하고 있을 텐데, 그대도 모르는 사이에 여호와의 영이 임하셔서, 그들과 함께 그대도 예언하게 될 것입니다. 그대는 변화되어 새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 표징들이 모두 이루어지거든, 자신이 준비된 줄 아십시오. 그대에게 무슨 일이 주어지든지, 그 일을 행하십시오. 여호와께서 그대와 함께하십니다.”
사울은 발걸음을 돌려 사무엘을 떠났다. 앞서 말한 표징들이 그날 모두 이루어졌다. 사울과 그의 종이 기브아에 이르렀을 때, 그들 앞에 예언자들이 있었다. 사울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여호와의 영이 임하셔서, 그들과 함께 예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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