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은 사울의 일로 오랫동안 깊이 슬퍼했다. 수심에 잠겨 여러 달을 보내는 동안, 그는 몰라보게 수척해지고 생기를 잃었다.
“사무엘아, 내가 이미 사울을 버렸거늘 언제까지 침울해 있으려느냐? 너는 뿔에 거룩한 기름을 담아서 베들레헴의 이새에게로 가라. 내가 그의 아들 가운데서 왕을 예비하였느니라.”
“주님, 제가 어찌 갈 수 있겠습니까? 그가 들으면 나를 죽이려 할 것입니다.”
“너는 암송아지 한 마리를 끌고 가라. 누구든 네게 묻거든 여호와께 번제를 드리려 왔다고 전해라. 그리고 이새의 가족을 희생제에 반드시 초대해야 한다. 네가 기름 부어야 할 자는 그때 가서 내가 지명할 것이다.”
“분부하신 대로 하겠나이다.”
사무엘은 여호와께서 지시하신 대로 수양 뿔에 기름을 채워서 베들레헴으로 향했다. 그가 베들레헴에 도착하자 성읍의 장로들이 그를 맞으러 나왔다. 하지만 전혀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불안한 눈초리로 사무엘을 응시하며 물었다.
“선견자님, 여긴 어쩐 일로 찾으셨습니까?”
“안심하십시오. 저는 여호와께 이 암송아지를 제물로 바치려고 온 것뿐입니다. 당신들은 자신을 살펴 정결하게 하고 나와 함께 희생제를 드리도록 합시다.”
그리고 이새를 따로 불러 아들들을 모두 데리고 나오라고 말했다.
정오가 거의 되어갈 무렵, 성읍 장로들과 베들레헴 주민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제단터가 가득 매워졌다. 피 냄새에 이끌린 솔개가 반원을 그리며 상공을 날고 있었다. 사무엘이 제의를 집례하여 여호와께 희생제를 올렸다. 제의를 마치자, 이새가 사무엘을 자신의 집으로 인도하였다. 하인들이 만찬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사무엘은 성읍 장로들과 함께 준비된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곧 이새가 자신의 아들들을 사무엘 앞으로 데려와서 말했다.
“선견자님, 제 아들들입니다.”
그의 뒤로 아들들이 나란히 순서대로 섰다.
“여기는 저의 장남 엘리압입니다. 제가 집을 비울 때, 모든 걸 맡겨놓을 만큼 믿음직스러운 아이죠. 그다음 둘째 아들인 아비나답입니다. 어려서부터 힘이 세고 아주 용감하지요. 그리고 셋째인 삼마······”
다음 차례로 이어지는 중에도, 사무엘의 시선은 벌써 장남 엘리압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호오! 여호와께 기름부음 받을 자가 바로 이 사람이구나!’
그러자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
“그의 외모와 키에 감동하지 마라. 나는 그를 제하였노라. 내가 사람을 판단할 때 외모를 볼 줄 아느냐? 내가 보는 것은 마음이다.”
사무엘은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부끄러웠다. 이새로부터 일곱째 아들까지 소개를 받는 동안, 그는 여호와께로부터 아무런 감동을 받지 못했다.
“여호와께서 이들 가운데 누구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들이 전부입니까? 아들이 더 없습니까?”
“작은 녀석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만, 밖에서 양을 치고 있습니다.”
“어서 그 아이를 데려오십시오.”
이새는 잠시 멍한 듯 있다가 자기 시종에게 다윗을 데려오라고 하였다. 사무엘은 앞에 마련되어있는 음식을 먹지 않고,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이새의 여덟 번째 아들인 다윗이 안으로 들어왔다. 햇빛에 그을려 붉어진 그의 얼굴은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하였으나 매우 준수하였고, 그의 두 눈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목동으로서 흠잡을 데가 없었으며 무척 책임감이 강하여 어린 나이임에도 밖으로 놀러 다니는 일이 없었다.
“일어나서 그에게 기름을 부어라! 바로 이 사람이다.”
사무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름이 담긴 뿔을 다윗의 머리 위에 부었다. 그 순간 객실 안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조용하였다. 이새와 그의 형제들은 너무 놀라 말을 잊지 못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성읍 장로들은 여호와의 놀라우신 뜻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일을 발설하지 않도록 서로 약속하였다. 다윗은 자라면서 여호와의 영으로 말미암은 다양한 은사가 발현되었다. 그는 영감이 짙은 다양한 시와 노래를 지었으며, 아름다운 선율의 하프 연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또한 아버지의 양 떼를 돌보다가 사자나 곰이 나타나면 맨손으로 제압하고 죽일 만큼 강한 힘과 담력이 속에서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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