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 이새의 집에서 이른 새벽부터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화덕에서 구워지고 있는 빵의 구수한 냄새가 집안 가득 진동하였다. 이새는 전쟁에 나가 있는 아들들의 안부가 궁금하였다. 그곳에는 맏아들 엘리압과 둘째 아비나답, 셋째 삼마가 출전해 있었다.
“다윗아, 이리 오너라!”
양 떼에 풀을 먹이러 나가려던 다윗은 아버지의 부름에 달려왔다.
“무슨 일이세요?”
“이것들을 네 형들에게 가져다줘야겠다. 굵게 빻은 밀 한 포대와 빵 열 덩이다. 아, 그리고 치즈 열 덩이를 챙겨서 부대장에게 갖다 줘라.”
“알았어요.”
“그래, 네 형들 잘 살피고 전쟁이 어떤지 확인해서 알려 다오. 다녀오거라.”
다윗은 양들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시종 한 사람과 짐을 나누어지고 길을 떠났다. 반나절쯤 걸어서 엘라 골짜기 곁 이스라엘 진영에 도착한 다윗은 가져온 음식 보따리를 시종에게 맡기고, 형들이 배치된 곳을 찾아서 달려갔다. 그는 형들과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었다. 그러는 동안, 블레셋 선봉장인 골리앗이 나와서 전처럼 고함을 지르며 이스라엘을 모욕하는 말을 쏟아놓았다. 진영 내의 분위기가 곧장 얼어붙었다. 이스라엘 병사들은 그의 조롱하는 소리를 들으며 하나같이 겁에 질려 뒷로 물러났다.
“아니, 저 사람은 누군데 이스라엘 군대를 욕하죠? 왜 저런 자를 가만 놔두는 거예요?”
“후우— 상대를 제대로 봐. 저 자는 블레셋에서 제일 가는 장수야. 그리고 거인이지. 누가 저런 상대와 싸우겠냐?”
“여긴 형들이 맡으니까, 넌 걱정 말고 집이나 가 있어! 음식 맛있게 먹겠다고 전해드리고.”
다윗의 기행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이어 다른 병사에게 물었다.
“저 블레셋 사람을 죽으면 무슨 보상이 있습니까?”
“당연하지. 저 거인을 죽인 사람은 왕께서 큰 상을 내리시고 사위로 삼아주실 거다.”
“그럼 저 할례 받지 못한 자와 싸울 사람은 없습니까?”
그러자 대부분 말을 잇지 못했다. 엘리압은 그 말에 심기가 거슬렸다.
“아니, 집에는 안 가고 뭐 하고 있써? 이곳에 구경이나 하려고 온 거였냐?!”
“전 그저 물어본 건데, 뭘 그렇게 화를 내요!”
다윗은 개의치 않고 자기주장을 이어갔다. 그러자 누군가 그의 말을 전해 듣고 사울에게 보고했다. 사울은 사람을 보내 그를 불렀다.
“용감한 소년이 있다 하여 불렀더니 너였느냐?”
“예, 심부름으로 이곳에 왔다가 우연히 골리앗이란 자의 모욕을 듣고 화가 너무 났습니다. 저 자를 그냥 두시면 안 됩니다. 제가 가서 저놈과 싸우겠습니다!”
“그건 무리다! 너는 너무 어려. 그는 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싸움판에서 잔뼈가 굵은 자다.”
“저는 그동안 아버지의 양을 돌봐 왔습니다. 사자나 곰이 새끼 양을 물어가면 제가 쫓아가서 그 짐승을 때려눕히고 구했습니다. 그 짐승이 덤비면 목가지를 잡아 비틀어 버렸습니다. 하나님의 군대를 조롱하는 저 블레셋인한테도 제가 똑같이 할 것입니다.”
사울은 두 번 헛기침을 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좋다, 나가는 것을 허락하마. 여호와께서 너를 도우시기를 빈다!”
그는 손짓하더니 자신의 무구 장비를 꺼내어 다윗에게 입혀 주었다. 그런데 투구나 갑옷은 사이즈가 너무 커서 헐렁거렸다.
“전하, 이렇게 입고는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다윗은 그것들을 다 벗어 버리고 양손에 목자의 지팡이와 물매만을 쥐어 밖으로 나갔다. 골짜기 아래로 내려간 그는 시냇가에서 조약돌 다섯 개를 골라 주머니에 넣고 골리앗에게로 걸어갔다.
“막대기를 들고 나오다니, 내가 개냐?”
골리앗은 가나안의 신들의 이름으로 그를 저주하였다. 다윗과 골리앗은 스무 걸음 정도 떨어져서 서로 마주 보고 섰다. 골리앗은 다윗보다 갑절은 키가 컸으며 허리는 곰처럼 두껍고 팔뚝은 성인 남성의 허벅지만큼 두꺼웠다. 그의 얼굴은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을 느끼게 할 정도로 살기등등했다. 그에 비해 다윗은 뺨이 붉고 앳되 보이는 소년이었다.
“어서 덤벼라. 내가 너를 이 들판에서 죽여 독수리 밥이 되게 해 주마, 들쥐들의 별미로 만들어 주겠다.”
험상궂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다윗은 위축됨이 없었다.
“너는 칼과 창 따위의 무기를 의지하지만, 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을 의지한다. 오늘 여호와께서 너를 내 손에 넘겨주셨으니, 내가 너를 죽이고 네 머리를 베어서, 네 시체와 네 블레셋 동료들의 주검을 까마귀와 늑대들의 먹이로 던져 줄 것이다.”
“크아아아앗, 이런 애송이가······!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골리앗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분노를 느꼈다. 그는 광분하여 창을 들고 달려왔다. 반면에 다윗은 허리에 찬 주머니에서 조약돌을 꺼내 무릿매에 재우고 오른팔로 팽팽하게 돌렸다.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그의 귓전을 울렸다. 그는 맹수를 잡을 때와 동일하게 앞으로 달렸다. 그리고 그의 이마를 향하여 팔을 휘저었다. 조약돌이 바람을 가르고 정확히 그의 이마에 박혔다. 거인은 맥없이 그 자리에서 거꾸러졌으며, 다윗이 그에게로 달려가 그를 밟고 선 뒤 칼집에서 칼을 뽑아 그의 목을 베었다. 블레셋 인들은 그들 편의 장수가 쓰러져 죽는 광경을 보고, 사기를 잃고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이스라엘군은 기세를 몰아 그들을 추격하여 멀리 가드 경계와 에그론 성문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쳤다. 사아라임 길을 다라서 가드와 에그론에 이르기까지 부상당한 블레셋 사람이 곳곳에 널브러졌다. 이스라엘 백성은 추격을 마치고 돌아와 블레셋의 진을 약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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