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65장 시기질투

이원범 2021. 6. 24. 10:03

  그날 이후로 다윗은 사울의 집안 식구처럼 받아져 관청에서 일하도록 직무를 맡게 되었다. 다윗은 무슨 일을 맡든지 아주 잘 해냈다.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하시면서, 그가 하는 일을 도우셨기 때문이다. 사울은 다윗의 수완을 인정하여 그에게 관위를 주고 군 지휘권을 넘겨주었다. 여호와께서 다윗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구원을 베푸시니, 다윗은 블레셋의 침략이 있을 때마다 나가서 싸웠고 항상 승리를 거두었다. 그가 세운 공적은 다른 사람의 것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는 일약 영웅으로 떠올라 칭송받으며 백성의 사랑을 독차지하였고, 중신들에게 큰 신임을 얻었으며, 왕의 둘째 딸 미갈과 결혼하여 왕실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다윗의 인기가 사울을 앞지를 무렵, 한동안 잠잠하였던 강박증이 재발하였다. 악한 영들은 사울의 마음에 두려운 망상을 심어 넣었다. 그것은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끊임없이 떠올라 그의 마음을 번민케 하였다. 나날이 끊이지 않는 강박 증세에 그의 심리적 불안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화되었다. 정치나 재판은 관심 밖의 일이 되었다. 외세의 침략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밤늦은 시간이었다. 평소에도 잠을 편히 이루지 못하던 사울은 침소에 앉아 다윗의 하프 연주를 듣고 있었다. 그때 악한 영들이 사울의 의지를 장악하고 다윗을 죽이도록 충동질하였다. 사울은 끌어 오르는 격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에 쥐고 있던 창을 다윗을 향해 던졌다. 그 짧은 찰나에 다윗은 몸을 숙이며 왼쪽으로 비껴 날아오는 창을 가까스로 피하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벽에 박힌 창을 보았다. 조금만 늦었으면 창 끝이 가슴팍을 꿰뚫었을 것이다. 그는 사울이 다른 행동을 취하기 전에 왕궁을 빠져나와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이제 돌아오셨어요?”

  다윗은 숨을 크게 몰아쉬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여보, 무슨 일 있어요?”

  “후욱, 후욱······ 여보, 당신 아버지가 나를 죽이려 하오.”

  “예, 알아요. 아버지는 점점 증세가 더 안 좋아지시는 것 같아요.”

  “아니, 이번엔 달라. 발작하신 정도가 아니야.”

  두 사람은 집으로 들어갔다. 미갈은 다윗의 발을 씻기고 다윗이 잠들 때까지 그의 곁에 앉아 그를 돌보았다. 그 시각, 사울은 다윗의 집으로 수하들을 보내어, 그의 집을 잘 감시하고 있다가 날이 밝는 대로 그를 죽이라고 지시하였다. 자정을 넘긴 캄캄한 밤이었다. 미갈은 자신의 아버지가 정말 본심으로 남편을 죽이려는 것인가 하는 불안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창문 밖으로 어슴프레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감지하였다. 최근 들어 더욱 포악해진 아버지의 모습과 더불어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다윗, 일어나봐요. 지금 자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미갈은 다윗의 어깨를 부여잡고 그를 흔들었다.

  “밖에 수상한 사람들이 있어요.”

  다윗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요. 지금 피하지 않으면 내일 죽게 될 거예요.”

  “알겠소. 짐 좀 챙겨주시오.”

  미갈은 그의 옷가지와 빵, 말린 무화과 열매, 포도주 부대를 챙겨 행낭에 넣었다. 그녀는 그가 겉옷을 입고 허리띠를 두르는 동안, 그의 신발끈을 묶어주며 말했다.

  “부디, 조심하세요.”

  “내가 없을 동안 잘 지내오.”

  다윗은 아내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행낭을 등에 지고 창문으로 슬며시 나갔다. 그리고 어둠을 속으로 사라졌다. 미갈은 사람 크기의 우상을 가져다가 침대에 뉘어 놓고, 이불을 위에 덮고 머리맡에 염소털 가발을 씌워놓았다.

  아침 시각, 사울의 수하들이 대문을 두드렸다.

  “왕의 명을 받아서 왔습니다. 즉시 다윗을 데려오라 하십니다.”

  “죄송해요. 그이는 지금 아파서 침상에 누워 있어요.”

  수하들은 차마 들어와서 확인은 못 하고 물러났다. 그리고 왕께 다윗이 아파서 데려올 수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사울은 감정이 절제되지 않는지, 수하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쏟아냈다.

  “아프면 침상째로 들고 와라! 내가 직접 죽일테니.”

  다시 다윗의 집으로 찾아간 그들은 미갈에게 말했다.

  “다윗을 지금 바로 왕께 데려가야겠습니다. 저희도 이러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들이 방으로 들어와 다윗을 불렀다. 그러나 불러봐도 대답이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들 중 한 사람이 이불을 들췄다. 그러자 염소털 가발을 쓴 우상이 누워있고 다윗은 그 자리에 없었다. 수하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경악해하였다.

  “남편은 밤 중에 도망쳤어요. 당신들이 잡으러 온 사실을 알았으니까요.”

  미갈은 그들을 따라 관청으로 갔다. 역시나 사울은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왜 다윗은 안 보이고 너희만 왔느냐?”

  “그게······.”

  “이실직고 대답해라!”

  “예, 그는 간밤에 도망쳤다고 하옵니다.”

  “뭐라고?! 이 쓸모없는 녀석들! 그놈이 도망칠 때 너흰 뭐 하고 있었어?”

  “죄,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미갈도 같이 무릎 꿇고 왕 앞에 아뢰었다.

  “다 제 잘못이에요! 그들 모르게, 제가 다윗을 도망치도록 도왔어요. 그이가 아프다고 한 말도 거짓말이었어요.”

  사울은 그녀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네가 어찌하여 나를 속였느냐? 네가 내 원수와 한편이 되는 바람에 그 자가 도망쳤지 않느냐!?”

  “그, 그이가 저를 죽이겠다고 위협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도왔던 거예요.”

  미갈은 조금이나마 징계를 경감시키기 위해 거짓말로 둘러대었다.

  “흥! 역적놈이 하는 짓이 그런 거다. 넌 내 말대로 해라. 나중에 혼처 알아볼 테니 그놈에게서 마음 떼라.”

  “예,” 울먹이는 작은 목소리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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