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66장 슬픈 작별

이원범 2021. 6. 24. 10:41

  다윗은 라마로 가서 사무엘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 소식을 들은 사울이 그를 잡으려고 수하들을 보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여호와께서 그를 보호하시려 그들이 성령의 임재 상태에 들어가도록 만드신 것이다. 사울마저도 성령의 임재 속에서 하루 종일 예언을 하였다. 다윗은 사울의 눈을 피해 기브아로 돌아왔다. 은신처가 발각되어 버린 이상 라마에 더 머무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갈 곳이 막막하였던 다윗은 다시 기브아로 돌아와 요나단에게로 갔다. 마침 집 근처에서 밭을 갈고 있던 요나단은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반가이 맞으며 집으로 맞아들였다. 두 사람은 나이가 열 살 이상 차이가 났지만 친형제보다도 더 가까운 사이였다.

  요나단이 안부를 묻자, 다윗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말했다.

  “요나단, 대체 왜 이러는 거지? 내가 뭘 잘못했길래 당신 아버지가 날 죽이려 하시는 거야?!”

  “아니, 무슨 말이야? 아버지가 널 죽이시다니! 넌 아무 잘못도 없어. 네가 죽을 일은 없을 거야. 절대로! 아버지는 무슨 일이든 미리 나에게 말씀을 하셔. 그런데 그걸 내가 모르게 하시겠어?”

  “너희 아버지는 우리가 절친한 사이인 걸 아시는 거야. 그래서 아무 말씀 안 하신 거지. 여호와께서 살아계심을 두고 맹세하는데 그는 나를 죽이기로 작정한 것이 틀림없어.”

  “그래, 네 말을 믿어. 내가 널 어떻게 도우면 되지?”

  “왕께서 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해 보고 싶어. 난 내일 월삭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들판에 숨어 있을 게. 왕께서 나를 찾으시면, 가족들과 함께 예배드리러 베들레헴으로 갔다고 말씀드려줘. 만약 자네 아버지께서 ‘알았다’고 말씀하시면 나는 무사할 거야. 하지만, 화를 내신다면 그분은 나를 죽이기로 마음먹으신 게 확실해.”

  침통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윽고 다윗이 결심한 듯이 말했다.

  “형은 나랑 언약을 맺은 사이니까 이 부탁을 하는 건데, 왕께서 나를 죽이려고 하시면 그땐 형이 나를 죽여. 그에게 데려갈 것 없이 말이야.”

  “그런 바보 같은 소릴! 이까짓 일로 포기하려는 거야! 아버지께서 너를 죽이려 하시면 내가 즉시 너에게 알려줄 거야. 넌 결코 죽지 않아!”

  다윗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자신의 유약한 생각이 부끄러웠다.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들로 나갔다. 완만한 구릉지대 너머로 대해가 수평선을 그리며 펼쳐져 있었다.

  “다윗, 너무 염려하지 마! 내가 아버지의 의중을 알아내서 반드시 너에게 알려줄 테니까.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맹세하건대, 죽는 일이 있어도 나는 너를 배반하지 않을 거야! 만에 하나 내가 널 배반하게 된다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 위에 벌을 내리실 거야. 이 일이 무사히 해결된다면 언약의 친구로서 계속 남아주기를 바래. 만약 내가 죽는다면, 내 가족을 끝까지 지켜 주게나. 여호와께서 이 땅에서 너의 원수들을 없애실 때, 나에 대한 의리를 지켜 주게!

  내일 네가 자리에 나타나지 않으면 다들 너를 찾을 거야. 너는 사흘 후 그 큰 바위 옆, 전에 네가 숨었던 곳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바위 쪽으로 화살을 세 번 쏠 테니, 내가 종에게 ‘화살이 이쪽에 있으니, 가져오라.’고 외치면, 돌아와도 좋다는 신호야. 그러나 ‘화살이 더 멀리 나갔다.’고 외치면, 서둘러 도망치도록 해. 여호와께서 네가 여기서 벗어나기를 원하시는 것이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의논한 모든 것에 대해 여호와께서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하심을 잊지 마러!”

  다윗은 눈물을 머금고 알았다고 대답하였다.

  이튿날 저녁 초하루 절기로 왕과 중신들이 모여 식탁에 앉았다. 사울은 늘 앉던 대로 벽 쪽 자리에 앉았고 요나단은 식탁 맞은편에, 아브넬은 사울 옆에 앉았다. 그러나 다윗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날 사울은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초하루 이틀째에도 다윗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이새의 아들은 어디 있느냐? 어제도 오늘도 우리와 함께 먹지 않는구나.”

  요나단은 손에 들었던 스푼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대답하였다.

  “예, 다윗은 고향의 가족 모임 때문에 불참한다고 미리 저에게 이야기했었습니다.”

  테이블이 쾅! 하고 내리친 사울이 요나단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이 더러운 계집의 자식아! 네가 이새의 아들과 한통속이 되어, 너와 네 어미 둘 다 욕되게 하고 있는 것을 내가 모르는 줄 아느냐? 이새의 아들이 이 땅을 활보하고 다니는 한, 이 나라에 너의 장래는 보장할 수 없다. 어서 가서 그를 잡아 이리로 끌고 와라! 이 순간부터 그놈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죽은 목숨이라뇨! 다윗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사울은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 벽에 걸린 창을 들고 요나단을 향해 던지려고 하였다. 그 순간, 아브넬이 사울에게 매달려 그의 행동을 저지하므로, 요나단은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다. 흥겨운 분위기는 깨지고 중신들은 사울의 심기를 달래고자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그가 다윗에게 살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요나단은 잔뜩 화가 나서 자리에서 뛰쳐나갔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다윗 생각에 마음이 아팠고, 아버지에게 당한 모욕 때문에 속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이튿날 아침, 다윗은 요나단이 일러준 바위 곁에 숨어 가만히 기다렸다. 얼마 지나자 요나단이 어린 종을 데리고 들판으로 걸어 나왔다.

  “달려가서 내가 쏘는 화살을 가져오너라.”

  어린 종은 화살촉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앞서 달려 나갔다. 활시위를 놓자, 화살이 하늘로 포물선을 그리며 바위 너머로 날아갔다.

  “화살이 더 멀리 나가지 않았느냐? 어서! 서둘러라! 그냥 거기 서 있지 말고!”

  바위 곁에 숨어 있던 다윗은 요나단의 외침 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 어린 종이 화살을 주워 주인에게 가져왔다. 그 어린 종은 요나단이 다윗에게 보낸 메시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요나단이 화살집과 활을 어린 종에게 건네주면서 집에 돌아가 있으라 말하니, 종이 그것들을 들고 사라졌다. 다윗은 바위 곁에서 나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그렇게 그는 세 번을 절했다. 고마움과 작별의 의미가 담긴 인사였다. 요나단은 그렇게 다윗을 떠나보내기가 너무 아쉬워, 그에게 달려갔다. 다윗이 서러워서 울는 것을 보고 그는 마음이 쓰라리고 아파왔다. 요나단은 그에게 입을 맞추었고 함께 울었다.

  “평안히 가라. 여호와께서 나와 너 사이에, 내 자녀와 네 자녀 사이에 영원한 보증이 되실 거야”

  다윗은 모든 슬픔을 털어내고 웃는 얼굴로 일어나, 그와 작별을 나누고 자기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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