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76장 열국의 제사장

이원범 2021. 6. 25. 10:29

  다윗이 생을 마감한 뒤, 이스라엘의 왕위는 다윗이 밧세바에게서 낳은 아들인 솔로몬에게 돌아갔다. 이스라엘 왕국은 여호와의 돌보심 아래 놀랍도록 발전하여 주변 나라들이 우러러보는 강대국에 들어가게 되었고, 국경은 동쪽으로 유프라테스 강에서부터 서쪽으로 블레셋 사람의 땅과 이집트에 이를 만큼 넓어졌다. 유다와 이스라엘의 인구는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았다. 큰 나라를 다스릴 책임자로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고 결정해야 하는 사안도 중요했던 만큼, 솔로몬은 자신감이 약해져 주저하게 되었다. 진정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왕의 도리를 잘 감당하기 원했던 그는 지역 산당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산당이 있는 기브온에 올라가서, 천 마리의 번제물로 희생제를 드리며 여호와께 예배하였다.

  그날 밤 여호와께서 솔로몬의 꿈에 나타나셨다.

  “내가 무얼 해주기 원하느냐? 구하여라.”

  “주께서 제 아버지 다윗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은혜를 베푸셔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있나이다. 여호와 하나님, 주께서 이 종을 왕위에 앉게 하셨으나, 저는 너무 어리석고 부족하여 이 일을 감당하기 벅찹니다. 하오니, 지혜로운 마음을 주셔서 백성을 잘 인도하고 다스릴 수 있게 하여 주옵소서.”

  여호와께서 심히 기뻐하시며 말씀하였다.

  “네가 오래 사는 것이나 부나 원수의 멸망을 구하지 않고, 다만 백성을 잘 지도하고 다스릴 능력을 구했으니, 네가 구한 대로 다 네게 줄 것이다. 지혜와 총명을 줄 것이니, 너와 같은 자가 전무후무하리라. 또한 네가 구하지 않은 부와 영광도 줄 것이니, 너만큼 누리는 왕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네가 네 아버지 다윗처럼 인생의 지도와 내가 세운 표지판을 잘 살피며 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네게 장수의 복도 줄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솔로몬은 여호와의 영광에 압도되어 엎드린 채 여호와께 감사의 기도를 올려 드렸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사물의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지혜가 솔로몬에게 임하였다. 백성들이 그 어떤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온다 할지라도, 그는 즉각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고 올바른 판결을 내려 민생들의 고민을 덜어 주었다.

  여호와를 경외하였던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이 살아생전 꿈꿔왔던 성전 건축의 뜻을 이루기 위해, 두로 왕 히람의 조력을 얻어 성전 공사에 착수하였다. 히람 왕은 매우 호의적으로 솔로몬이 필요로 하는 물자들을 공급해 주었고, 성전 건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위치는 다윗 성 북쪽 모리아 산 꼭대기로 잡았으며, 막대한 공사 비용과 가능한 한 모든 기술력이 동원되었다.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주신 지혜가 확연히 나타났고 이 지혜로써 그는 위대한 일을 행할 수 있었다. 솔로몬은 온 이스라엘에서 일꾼들이 모아 일을 분담하였고, 7년 여의 대공사 끝에 설계대로 성전이 완공되었다.

  솔로몬은 언약의 법궤를 성전으로 들이기 위해 모든 지파의 대표들과 각 가문의 족장들을 불러 모았다. 그 해 일곱째 달에, 온 이스라엘이 큰 가을 절기로 예루살렘에 모였다. 이스라엘의 모든 지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제사장들이 여호와의 궤를 메고, 회막과 회막에 딸린 모든 비품들을 성전으로 옮겼고, 이 일이 진행되는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희생제물이 여호와께 드려졌다. 제사장들은 여호와의 궤를 성전 내실의 지성소 안 캐루빔들의 날개 아래에 가져다 놓았다. 그들이 성소에서 나오자, 구름처럼 여호와의 영광이 성전을 가득히 채워서 제사장들이 서서 섬기지 못할 정도였다.

  여호와의 영에 감동된 솔로몬은 이스라엘 온 회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단 앞에 자리를 잡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고 기도했다. 솔로몬이 기도를 마치자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제물을 태웠고 하나님의 영광이 성전에 가득했다. 그 하나님의 영광 때문에 제사장들은 성전 안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그 불과 하나님의 영광을 본 사람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이 모든 담대하고 뜨거운 기도를 여호와께 드린 뒤에, 솔로몬은 무릎 꿇고 있던 여호와의 제단 앞에서 일어나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게 선 채로 소리 높여 이스라엘 온 회중에게 축복했다.

  그날 솔로몬은 큰 가을 절기로 이스라엘 온 회중을 모으고, 여호와께 희생제를 드려 예배하였다. 소 2만 2천 마리, 양 12만 마리가 제물로 드려지며, 악사들과 성가대가 여호와께 큰 찬양을 올려 드렸다. 칠 일을 계획하여 시작된 절기는 칠 일을 더 늘려 꼬박 이 주 동안 절기 행사를 벌였다.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베푸신 모든 선한 일들로 인하여 그들의 마음은 감사가 흘러넘쳤고 기쁨으로 충만하였다. 이 순간 하나님만이 그들의 언약의 주 하나님이셨고 이스라엘은 그의 거룩한 백성이었다.

  그 후 밤중에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다시 나타나셔서 말씀하셨다.

내가 네 기도와 뜨거운 간구를 모두 들었다. 네가 지은 이 성전을 내가 거룩하게 했다. 이제 내 이름이 그 위에 영원히 새겨졌으니, 내 눈이 그 위에, 내 마음이 그 안에 언제나 머물 것이다. 네가 네 아버지 다윗처럼 순전한 마음으로 내 앞에서 행하고 내가 정해 준 삶을 다라 살며 내 가르침과 판단에 주의하여 순종하면, 이스라엘을 다스리는 너의 왕권이 든든한 기초 위에 서게 될 것이다. 네 아버지 다윗에게 보증했던 것처럼 네게도 이것을 보증하겠다. ‘이스라엘의 왕위에서 네 자손이 항상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와 네 자손이 내게 반역하고 내 가르침과 판단을 무시하며 이방 신들과 어울리면서 그것들을 섬기고 예배하면, 그때에는 이 보증이 무효가 될 것이다.

나는 이스라엘을 명하고 내 이름을 높이도록 거룩하게 구별한 이 성전에서 등을 돌릴 것이다. 그러면 이스라엘은 세상 민족들 사이에서 흉한 농담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훌륭한 이 성전도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고개를 저으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어쩌다가 이렇게 망해 버렸는가?’ 하고 물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이런 답을 듣게 될 것이다.

‘한때 여기 살던 민족은 그들의 여호와, 곧 그들 조상을 이집트에서 구해 낸 하나님께 반역했다. 그들은 이방 신들과 어울리며 그것들을 예배하고 섬겼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이렇게 폐허로 만들어 버리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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