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73장 나단의 질책

이원범 2021. 6. 24. 14:21

  어느 날, 선지자 나단이 여호와의 말씀을 전해 받고 다윗에게 나아왔다.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에스골에서 생산한 포도를 먹고 있던 다윗은 허리를 일으켜 세우고 앉았다.

  “주군, 나단이옵니다.”

  “어서 오시게. 나단, 무슨 일로 찾으셨소?”

  “예, 실은 주군의 왕국에서 벌어진 매우 불의한 일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왔나이다.”

  다윗은 눈이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불의한 일이라니, 이 나라에서 말입니까?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한 성읍에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부유하고 다른 사람은 가난했습니다. 부자는 양 떼와 소 떼가 아주 많았으나, 가난한 사람은 자기가 사서 기른 새끼 암양 한 마리밖에 없었지요. 그 양은 그와 그의 자녀들과 한 상에서 먹고 같은 방에서 눕는, 한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였습니다. 하루는 한 손님이 부자의 집에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부자는 자기 소 떼나 양 떼에서 한 마리를 잡아 손님의 식사를 차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가난한 사람의 암양을 빼앗아 식사를 차려 손님 앞에 내놓았습니다.”

  다윗은 크게 격분하였다.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는데, 그런 일을 행한 자는 마땅히 죽어야 할 것이오! 또 그가 그런 일을 하면서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전혀 없었으니, 그는 마땅히 그 어린 암양을 네 배로 갚아 주어야 합니다.”

  그러자 나단이 다윗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고 성난 목소리로 외쳤다.

  “당신이 바로 그 사람이요!”

  그는 조금 전과는 정반대로 돌변하여 다윗에게 질책을 가하였다.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왕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으십시오! ‘내가 너를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았다. 내가 너를 사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내가 네게 네 주인의 딸과 아내들을 주어 소유하고 품게 하였다. 내가 네게 이스라엘과 유다도 주었다. 그것으로 부족했다면, 내가 기꺼이 더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네가 어지하여 여호와의 말씀을 업신여기고 이 큰 악을 행하였느냐? 너는 헷 사람 우리아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빼앗아 네 아내로 삼았다. 더구나 너는 그를 암몬 사람의 칼로 죽였다! 네가 이렇게 하나님을 업신여기고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를 빼앗았으니, 이제 살인과 살육이 두고두고 네 집안을 괴롭힐 것이다. 나 여호와가 하는 말을 명심하여라! 내가 바로 네 집안의 일로 너를 괴롭게 할 것이다. 네가 보는 앞에서 네 아내들을 빼앗아 너와 가까운 사람에게 주겠고, 그는 공공연하게 그들과 잠자리를 같이할 것이다. 너는 은밀하게 했지만, 나는 온 나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 일을 행할 것이다!”

  “여호와여, 제가 죄를 범하였나이다.”

  다윗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읊조렸다.그리고 체면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엎드려 울부짖기 시작했다. 나단의 입을 통해서 선포된 경고의 말씀이 다윗의 완고한 심령을 찌르고 쪼개어 죄를 자각하게 만든 것이다. 한동안 다윗은 엎드려 울다가, 주의 이름을 부르며 용서를 갈구하기를 반복하였다. 여호와께서는 그가 눈물로 회개할 때 그의 기도를 들으시고 죄를 사하여 주셨다. 하지만 그 죄로 말미암아 여호와의 원수인 사단은 다윗의 집안을 공격할 합법적인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리하여 부정한 관계를 통해서 얻은 그의 아들은 중병에 걸려 칠일만에 숨을 거뒀다. 아들의 죽음은 교만했던 자신을 여호와 앞에 굴복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 무렵 암몬의 수도 랍바가 함락되었다. 암몬 국은 여러 협정 하에 이스라엘에 복속되어 다윗의 통치를 받게 되었다. 같은 요단 동편에 속한 모압과 에돔도 차례로 패하여 같은 조치가 취해졌다. 또한 암몬과의 전쟁에 개입하여 상당히 적대감을 키웠던 소바 왕 하닷에셀과 시리아의 여러 도시국가 왕들도 다윗의 군대에 의해 궤멸되어 이스라엘의 속주로 편입되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국은 북쪽으로 레바논 산맥의 등줄기를 따라 두로의 국경 성과 접하면서 오론테 강 유역의 가데스 바근까지 뻗었고, 거기서 동쪽으로 구부러져 하맛의 국경선과 접하는 가운데 사막까지 이르렀다. 다윗은 상당한 규모의 제국의 지배자가 되었다. 비로소 전쟁이 그치고 이스라엘에 평화가 도래하였으며, 성읍들은 부강하게 발전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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