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74장 압살롬의 반란

이원범 2021. 6. 24. 14:31

  세월이 흘러 다윗이 헤브론 시절에 낳은 아들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다. 그의 셋째 아들인 압살롬은 준수한 외모로 인해 온 이스라엘 사람들의 입에 수없이 오르내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렇지만 맏형 암논을 살해한 이후 완전히 다윗의 눈 밖에 난 상태였기에, 아버지의 왕국을 이어받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압살롬은 아버지의 왕위를 스스로 차지하기 위해 공작을 실행하였다. 그는 예루살렘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들의 송사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문제 해결을 도왔고 자신을 겸손한 자인 것처럼 포장하였다. 또한 전국적으로 자신과 함께 할 사람들을 포섭하는 등 4년 간 거사 준비에 몰두했다.

  압살롬의 계략은 성공적이었다. 마침내 예루살렘에서 그의 지지율은 왕보다 높아졌으며, 헤브론의 대다수 인사들이 그에게 호의적인 의사를 표명하였다. 사전 준비를 마친 압살롬은 헤브론으로 가서 의도한 바를 실행하였다. 곧 고위 관료 아히도벨을 비롯한 2백 여명의 인사들을 초청하여 종교적인 연회를 베풀었으며, 그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각지에서 봉기를 일으켰다. 반란은 급속히 전개되어 압살롬의 군대와 성난 민중들이 예루살렘을 향하여 진격해 들어왔다. 다윗은 전령들의 보고를 받고 서둘러 예루살렘을 빠져나왔다. 예고도 없이 불시에 벌어진 일이라 성을 방비하기보다는 도망치는 편이 더욱 적절한 판단이었다. 그의 가족들과 신하들 그리고 친위대가 그의 피난길에 뒤 따랐다. 다만 첩보 활동을 위한 목적으로 제사장 사독과 아비아달, 다윗의 벗 후새가 왕궁에 남았다.

  다윗의 도피 행렬이 바후림 성읍에 이를 무렵이었다. 사울 집안의 일원 중에 하나인 시므이가 골짜기 너머에서, 다윗과 그의 따르는 자들이 모두 듣도록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 학살자야, 잔인한 자야, 꺼져 버려라! 썩 사라져라! 네가 사울 집안에 온갖 비열한 짓을 행하고 그의 나라를 빼앗은 것을 여호와께서 이렇게 벌하시는구나! 여호와께서 이 나라를 네 아들 압살롬의 손에 넘겨주셨다. 꼴좋구나. 이 몹쓸 영감아!”

  행렬의 모든 인원들은 분노로 치를 떨었지만, 다윗은 자신을 향한 저주와 욕설을 들으면서도 분노보다는 슬픈 감정을 느꼈다.

  다윗 집안의 일원인 아비새가 나섰다.

  “저 천한 개가 내 주께 모욕하도록 놔둘 수 없나이다. 제가 건너가서 목을 베겠습니다!”

  “됐다. 너희 스루야의 아들들은 어째서 걸핏하면 끼어들고 나서는 것이냐? 그가 저주를 하는 까닭은 여호와께서 나를 저주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가 그를 나무라겠느냐.”

  “하, 하오나! 주여······.”

  “내 아들도 지금 날 죽이려 하는데, 저 베냐민 사람이야 오죽하겠느냐. 그에게 신경 쓰지 말고 저주하게 놔두어라. 혹시 여호와께서 내 처지를 살피시고 이 저주를 좋은 일로 바꾸어 주실지 누가 알겠느냐.”

  시므이는 다윗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저주와 욕설과 돌팔매질을 쉬지 않았으며, 다윗과 그의 일행들은 슬피 울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날 그들은 지칠 대로 지쳐 거의 녹초가 되다시피 하여 여리고 근처 요단 강가에 이르렀다.

  어둑어둑한 저녁, 예루살렘은 압살롬과 그의 추종세력에 의해 점거되었다. 압살롬은 원하던 소원을 이루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그가 왕의 보좌에 앉자 아히도벨 및 여러 신하들이 그 앞에 도열하여 큰 절을 올리고 그의 예루살렘 입성을 축하하였다.

  그즈음 후세가 그곳에 당도하여 압살롬에게 인사하였다.

  “압살롬 왕이시여 감축드리옵니다! 만수무강하옵소서!”

  압살롬은 후세가 여기 있는 것이 무척 의아하였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 있는 거요? 당신이 친한 친구에게 표하는 우정의 방식이 이런 것이오?”

  “여호와와 이 백성 이스라엘이 택한 분과 함께 있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저는 이곳에 남기를 원하였습니다. 전에 왕의 아버지를 섬긴 것처럼, 이제부터 압살롬님을 위해 신명을 바쳐 섬기겠나이다.”

  “알겠소. 나도 환영하는 바오.”

  압살롬은 자신의 합법적인 왕권을 인정해주는 후새의 발언에,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중신 아히도벨에게 말했다.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무엇이오? 의견을 말해 보시오.”

  아히도벨이 건의했다.

  “가서 왕의 아버지의 후궁들과 잠자리를 같이하십시오. 그럼 왕께서 아버지를 공개적으로 욕되게 했다는 소식이 모두에게 들리게 될 테니, 우리 편에 선 자들의 사기가 높아질 것입니다.”

  압살롬은 그의 의견을 좋게 여겨 속이 비치는 주홍색 천막을 옥상 위에 치고 그곳에서 아버지의 후궁들을 범했다. 그때 왕의 신하들과 예루살렘에 모인 백성들은 압살롬과 다윗 사이의 화목이 불가능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지 by Sweet Publishing

'언약 내러티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76장 열국의 제사장  (0) 2021.06.25
75장 반란 진압  (0) 2021.06.25
73장 나단의 질책  (0) 2021.06.24
72장 밧세바를 취하다  (0) 2021.06.24
71장 내가 너를 위하여  (0) 2021.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