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75장 반란 진압

이원범 2021. 6. 25. 10:15

  예루살렘을 탈취하여 실권의 기반을 다졌으나 다윗이 건재한 이상 절반에 그친 성공이었다. 아직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기에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전황 파악이 민첩한 아히도벨은 다윗을 제거하려면 속도가 관건임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계책을 마련하고 압살롬에게 진언하였다.

  “주군, 오늘 밤이야말로 기회입니다. 제가 가서 다윗을 죽이고 그의 잔당 세력을 모두 소탕하고 오겠습니다. 많은 병력도 필요 없습니다. 만이천 명만 동원해도 충분할 것입니다.”

  이스라엘 장로들도 그의 의견에 동의하며 말했다.

  “옳습니다, 주군. 탁월한 생각이라 여겨집니다.”

  “일찌감치 제거하지 않으면, 왕국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화근이 될 것이옵니다.”

  “주군, 속히 실행하시옵소서.”

  “경들의 뜻은 잘 알겠소. 모처럼의 좋은 기회를 놓쳐선 안 되겠지.”

  신하들이 꺼낸 카드는 말그대로 속전속결이었다. 다윗에게 있어 가장 절박한 것이 시간이기에 되도록 지체하지 않는 편이 현명했다. 하지만 압살롬은 쉽사리 결단이 서지 않았다. 한참이나 고심하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후새를 불러오너라. 그의 의견을 들어 보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겠다.”

  후새가 오자 압살롬이 그에게 물었다.

  “아히도벨의 말이, 지금이 다윗의 잔당을 쳐야 할 때라고 하오. 당신의 생각은 어떻소? 우리가 그렇게 해도 괜찮겠소?”

  사실 후새는 다윗의 명을 받아 첩자로 잠입한 상태였다. 그러니 적 진영에게 도움이 될 말을 해줄 필요가 없었다.

  “이번에는 아히도벨이 세운 계략이 좋지 않은 것 같사옵니다, 주군.”

  “그래, 어디 이유를 한번 말해보시오.”

  “주군께서도 아시다시피,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용맹스러운 데다 새끼를 잃은 곰처럼 잔뜩 화가 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백전노장인 주군의 아버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잠을 자다가 붙잡힐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는 분명 동굴이나 다른 곳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그가 매복해 있다가 왕의 부하들을 덮치면 금세 소문이 퍼져 우리 군의 사기가 저하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좀 더 시간적 여유를 두고 그가 어디 있는 지를 수색하고 그동안 단에서 브엘세바까지 온 이스라엘의 힘을 한데 규합하여, 주군께서 직접 그들을 통솔하고 그를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그의 의견은 순전히 다윗을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압살롬은 그의 유창한 언변에 설복되어 그의 뜻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여호와께서 압살롬을 망하게 하시려고 그의 총기를 가려 아히도벨의 뜻을 저버리게 만드신 것이었다. 일단 위기를 넘겼으나, 후새는 다윗의 안위가 걱정되어 그에게 적습에 대비하라는 전갈을 보냈다. 그리하여 다윗과 그의 일행 등은 위기를 의식하고 동이 트기 전에 모두 요단 강을 건너갔다.

  다윗과 그의 일행들은 속히 마하나임으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고 그곳을 임시 거점으로 삼았다.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시고 도움의 손길을 베푸시니 시시각각 아군 세력이 모여들고 군비가 마련되었다. 그 무렵, 압살롬은 이스라엘 각지에서 불러 모은 군대를 이끌고 요단 강을 건너 진군하였다. 다윗은 연로하여 후방에 남고, 요압과 아비새, 잇대 세 군장들이 휘하의 군대를 이끌고 그들에 맞서 출진하였다.

  양 편의 군대는 마하나임 근처 에브라임 수풀에서 전투를 벌였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압살롬이 이끄는 이스라엘군은 다윗의 부하들에게 이만 명이 넘게 도육당하고 참패하였다. 남은 자들은 모두 전의를 상실하여 살기 위해 모두 흩어져 버려 그의 주위에는 호위 한 명도 붙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그도 살아 남기 위해 속히 도주하였으나 숲을 빠져나가던 도중, 그의 머리카락이 번성한 나뭇가지에 엉키면서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무방비 상태가 된 압살롬은 요압에 의해 죽임을 당하였다. 그리하여 압살롬의 반란은 진압되었고, 다윗은 왕좌로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왕국이 입은 상처는 작지 않았다. 유다와 북쪽 지파들의 갈등이 가장 문제가 되었는데, 그때 세바라고 하는 베냐민 사람이 북쪽 지파 사람들을 선동하여 분열을 조장했다. 북쪽 지파 사람들은 다윗을 버리고 세바를 좇아갔다. 그러나 충분히 세력을 키우지 못한 세바의 반란군은 다윗의 빠른 대처로 잠재워졌고, 이스라엘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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