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87장 기울어져 가는 유다 왕국

이원범 2021. 6. 25. 12:38

  히스기야 왕이 죽은 후, 유다 왕국은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의 아들 대에 이르러, 철저히 죄악으로 더럽혀졌기 때문이다. 므낫세는 역사상 가장 악하리 만큼 유다 왕국을 우상 숭배로 더럽혔다. 그는 히스기야가 헐었던 음란한 종교 산당들을 다시 지었고, 북왕국의 아합처럼 바알을 섬기는 제단과 아세라 목상을 만들었으며, 자기 아들을 희생 제물로 바칠 정도로 이방 종교에 열성적이었다. 유다 백성들은 그의 죄악에 동화되어 여호와께 배역을 저질렀고 선조들이 쫓아낸 가나안 주민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의 죄가 얼마나 가증하고 악했는지, 여호와는 변개치 않을 심판을 선언하셨다. 므낫세에 이어 왕이 된 아몬도 므낫세처럼 악하게 살았다. 그는 아버지가 섬겼던 더러운 우상들을 섬기고 숭배했다. 결국 그는 신하들의 반역으로 왕궁에서 살해되었다.

  그 무렵, 동방의 군주로 군림하던 아시리아는 다양한 내부적 갈등 상황을 겪으며 점차 몰락해가고 있었다. 바빌로니아의 나보폴라사르 왕은 아시리아가 약해진 틈을 이용해 독립을 선언하고, 메디아와 연합하여 아시리아 정벌에 나섰다. 불과 십여 년 사이, 바빌로니아는 아시리아 제국의 동쪽 영토를 빼앗고 수도 니느웨로 진격하였다. 바빌로니아 진영은 니느웨를 가로지르는 코세르 강 상류에 댐을 쌓아 물을 가두어 둔 다음, 물을 갑자기 방류시켜 성벽의 한 곳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성 안에 진입하여 니느웨 성을 함락시켰다. 하란으로 피신해 온 아시리아 왕은 군비를 가다듬고 성을 방비하였으나, 여세를 몰아 밀려드는 바빌로니아 군에 또다시 패하여 시리아 북부로 도망하였다. 그는 적대 관계였던 이집트와 동맹을 맺고 빠르게 부상하는 바빌로니아를 타도하기로 맹약하였다. 이듬해 아시리아·이집트 연합은 바빌로니아를 상대로 유프라테스 강가 갈그미스에서 총력전을 벌였으나, 전력에서 훨씬 우위를 점하던 바빌로니아에게 승리가 돌아갔다. 마침내 아시리아는 바빌로니아에 의해 완전히 패망하였다.

  이 후 근동 지역의 패권을 놓고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의 치열한 쟁탈전이 전개되었다. 두 나라의 길목에 위치하였던 유다 왕국은 적국의 난입과 전쟁으로 황폐해지고 이리저리 치이는 수모를 당하였다. 그러한 와중에 수도 예루살렘에는 부정과 부패가 성행하고, 힘없고 연약한 자들은 착취를 당하였다. 반면에 악한 자들은 더욱 득세하여 세상은 공평과 정의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었고, 유다 백성은 목자 잃은 양 떼처럼 방황하였다.

  유다 왕국의 마지막 선지자로 부름 받은 예레미야는 유다와 예루살렘 백성들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그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여호와의 말씀 전하기를 쉬지 않았다. 그가 전한 메시지는 여호와께 불순종한 죄를 회개하고 바빌로니아에 항복하라는 것이었다. 바빌로니아는 여호와께 순복하지 않는 이스라엘을 징계하시기 위해 여호와께서 드신 징계의 매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백성들은 그의 말을 순순히 듣지 않고 그를 매국노라 비방하며 핍박하였다. 거짓 선지자들이 그들의 눈을 가려 진실을 외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직 평안만을 예언하였다.

  유다 왕 여호야김이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할 무렵, 여호와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임했다.

여호와의 말씀이다. 너는 여호와의 성전 들에 서서, 유다 전역에서 여호와를 예배하러 오는 백성에게 전하여라. 내가 이르는 말을 남김없이 전하여라. 한 마디도 빼지 마라. 행여 그들이 듣고 악한 삶에서 돌이킬지 어찌 알겠느냐. 그러면 나는 그들의 악행을 벌하기 위해 계획한 재앙을 다시 생각해 볼 것이다.

그들에게 전하여라. 여호와의 말씀이다. 너희가 내게 귀 기울이기를 거부하고, 내가 분명하게 계시한 가르침을 따라 살기를 거부하고, 내가 끊임없이 보내는 나의 종과 예언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계속 거부하면, 나는 이 성전을 실로처럼 폐허로 만들 것이다. 이 도성을 온 세상의 조롱과 저주가 되게 할 것이다.

  예레미야는 그 말씀에 순종하여, 여호와의 성전으로 갔다. 그곳에는 제사장과 예언자, 백성들이 모여 있었다. 그는 여호와께서 들려주신 모든 말씀을 그곳에 모인 회중에게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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