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105장 나를 따라오려거든

이원범 2021. 6. 27. 08:59

  예수께서 게네사렛 해변가에 머무시며 그곳의 병든 자을 치유하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실 때에, 몇몇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그곳을 방문하였다. 그들의 방문 목적은 주님을 범법자로 몰아, 그분을 해하려는 것이었다. 마침 그들은 제자들이 식전에 손을 씻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예수께 와서 따져 물었다.

  “어째서 당신 제자들은 규정을 우습게 알고, 손도 씻지 않고 식탁에 앉는 겁니까?”

  주님께서는 그들이 어떤 의도로 자신께 트집을 잡는지 훤히 알고 계셨다. 그리고 그들이 겉으로만 신앙인인 척 유세를 떨지, 그들 마음 중심에는 하나님이 안 계심도 알고 계셨다.

  “그러면 너희는 어째서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느냐? 너희가 소중히 여기는 그 규정을 빌미로 삼아서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너희 부모를 공경하라’, ‘누구든지 부모를 욕하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너희는 부모에게 드려야 할 것이 있어도 부모 대신에 ‘하나님께 예물로 바쳤습니다’ 하고서, 부모를 홀대한다. 너희는 그런 규정을 가지고 하나님의 계명을 잘도 어기고 있도다.

  이 위선자들아! 너희 같은 자들에 대해, 이사야가 정확하게 예언하였도다. 기록되었으되, 이 백성이 말로만 나를 가까이하고 입술로만 나를 공경하는 척하지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이 나를 공경한다 말해도 그저 배운 관습대로 되뇌는 것일 따름이다.”

  대적자들은 핏기가 서린 눈으로 예수님을 노려 보더니, 돌아서서 떠나갔다. 그들이 한마디 말도 꺼내지 못한 이유는 주님께서 자신들의 불합리하고 모순된 관행들을 속속들이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잘못을 지적받아도 죄에 대한 자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의 행위를 정죄한 예수께 대해 더 큰 적대감을 품고 이를 갈았다.

  곁에서 지켜보던 제자들은 나중에 후한이 생길까 두려워하여 주님께 하소연하였다.

  “주님, 바리새인들이 그 말씀을 듣고서 얼마나 못마땅해하는지 보셨습니까?”

  “그래도 저들은 힘 있는 자들인데 저희를 대적해 오면 어찌합니까요.”

  “내버려 두어라. 그런 자들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심지 않으신 나무는 다 뿌리째 뽑힐 것이니라. 그들은 눈먼 자들이면서 눈먼 사람을 인도하고 있구나.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인도하면 어찌 되겠느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질 것이니라.”

  그 후로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은 더욱 기를 쓰고 주님의 사역에 훼방을 가해왔다. 그들은 전혀 근거도 없는 억지 논리로 주님의 신상을 모욕하였고 악성 루머까지 퍼뜨려 백성들로 하여금 주께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적자들의 극렬한 핍박이 이어졌지만, 예수님은 굴하지 않고 하나님의 일을 이어가셨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두로, 시돈 데가볼리 등 다양한 지역을 다니시며 사역을 행하셨고 그들에게 늘 진리의 말씀을 가르치셨다. 그 무렵 유대 사회는 예수께 대한 오해와 편견이 난무하여 진리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호감 있게 바라보면서도 그분이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해 하나님께서 기름 부으신 메시아라 인정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어느 날,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 하더냐?”

  “세례자 요한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엘리야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예레미야나 다른 예언자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너희는 어떠냐? 너희는 나를 누구라 생각하느냐?”

  “주님은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이십니다.”

  “요나의 아들 시몬아, 너는 복이 있다. 너에게 이것을 알려 주신 분은, 사람이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시다. 네 이름은 베드로다. 나는 이 반석 위에다가 내 교회를 세우겠다. 죽음의 문들이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내가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이것을 너희는,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 알겠느냐?”

  “예, 명심하겠습니다. 주님!”

  잠시 후, 예수께서 깊은숨을 내쉬며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너희가 꼭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말씀하소서.”

  평소의 주님과는 다른 분위기에, 제자들은 숨죽여 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희는 잘 듣고 기억하여라. 내가 장차 일어날 일 얘기하려 하노라. 내가 예루살렘에 올라가면 종교 지도자들은 나를 잡아서 로마 군병들에게 넘겨줄 것이요 나는 그들에게 고난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불안해하거나 염려하지 마라. 사흘째 되는 날 나는 부활하여 너희와 만날 것이니라.”

  제자들은 경악스러울 만치 큰 충격에 휩싸였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시몬 베드로가 주님을 붙들고, 강하게 항의했다.

  “주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절대로 그 일이 주님께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그 즉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름이 돋았는지 가늘게 그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주님을 위하는 마음이 강하였던 탓에, 사탄이 넣어주는 생각인 것을 순간적으로 구분해 내지 못했던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너라.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요,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찾을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또 사람이 제 목숨을 되찾는 대가로 무엇을 내놓겠느냐? 인자가 자기 아버지의 영광에 싸여, 자기 천사들을 거느리고 올 터인데, 그때에 그는 각 사람에게, 그 행실대로 갚아 줄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여기 있는 너희들 가운데 죽기 전에, 인자가 자기 왕권을 차지하고 오는 것을 볼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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