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103장 오병이어

이원범 2021. 6. 26. 11:45

  예수께 나아와, 몸과 영이 치유되는 체험을 한 무리는 열정적으로 주를 따르는 자가 되었다. 주님의 말씀은 그들을 소생시키는 생명의 양식이었다. 무리는 그 양식을 얻으러 날마다 주님께로 모여들었고, 주님께선 장시간 말씀을 전하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때를 보내셨다. 주님 일행은 무리로부터 잠시 떠나 있기 위해,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갈급한 심령을 가진 무리가 주님의 배를 따라서 뒤쫓아왔으며, 인근 마을에서부터 주님을 만나기 원하는 큰 무리가 모여들었다. 예수님은 목자 없는 양 같이 방황하는 그 무리를 보시고 측은히 여기시며 그들에게 여러 가지 말씀을 가르치시고 병자들을 고치셨다.

  어느새 해가 기울어, 수평선에 살짝 걸려 있었다. 제자 중에 한 명이 예수께 다가와 말했다.

  “주님,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제 무리를 돌려보내서, 저녁을 사 먹게 하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고개를 저으셨다.

  “보낼 것 없다. 너희가 저녁을 주어라.”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찌해야 좋을지 곤란해하였다.

  잠시 후, 주님께서 빌립을 보시며 물으셨다.

  “우리가 어디에서 빵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일 수 있겠느냐?”

  그 많은 수를 먹일 만한 빵은 현실적인 방법으로서는 구할 수 없었다. 이는 주께서 빌립의 믿음을 시험해보기 위한 물음이었다. 빌립은 일어서서 눈을 크게 뜨고 무리를 바라보았다.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 보려는 것 같았다. 무리는 여자와 어린아이를 제외하고도 수천에 달하였다.

  그는 계산을 끝내고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한 사람당 하나 정도 돌아가게 해 주려도, 대략 이백 데나리온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제자들도 그의 말에 수긍하였지만 그만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다들 잠잠하였다. 당시 한 데나리온은 성인 남성의 하루 일한 품삯에 해당하였다.

  제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안드레가 말했다.

  “여기 한 아이가 보리빵 다섯 개와 소금절인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을 먹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죠.”

  “사람들에게 앉아 있으라고 말해라.”

  예수께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칭찬하셨다.

  “착한 소년이로구나, 네 상이 크도다.”

  제자들이 무리에게 다가가 주님의 말씀을 전하니, 그들이 오십 명, 백 명씩 무리 지어 앉았다.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양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감사기도를 드리셨다. 그리고 축복하신 다음에, 빵을 떼어서 제자들에게 나눠 주셨다. 제자들은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해 주었는데,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나눠줄 빵 조각이 주님께 건네받을 때보다 수가 많아진 것이다. 그리고 나누고 나누어도 수가 전혀 줄어들지 않고 풍성했다. 예수께서는 물고기를 가지고 똑같이 하셨다. 그리하여 만 명은 족히 넘을 큰 무리에게 모두 돌아가고도 남음이 있었다. 제자들이 남은 것을 거두니 열두 바구니에 가득 찼다.

  주님을 바라보는 무리의 눈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듯 반짝이고 있었다. 어느 모로 보아도 예수님은 탁월한 지도자의 표상이었으며, 거기에 신적 능력을 더하신 분이었다.

  사람들은 예수께서 행하신 이 일로 인해 기분이 들떠서 웅성거렸다.

  “이분이야말로 그 예언자가 분명하오.”

  “맞아요! 그 예언자가 우리들 가운데 드디어 오신 겁니다!”

  “예수님을 우리 왕으로 모십시다. 이분은 우리 민족을 로마로부터 해방시켜 주실 거예요!”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과거 다윗과 솔로몬 시대의 영광이 다시 우리 시대에 시작되겠지요.”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리는 로마로부터의 해방과 예수로 말미암아 시작될 새 나라에 대한 환상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다만 그 나라는 예수께서 그동안 설파하신 하나님의 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예수님은 그들이 어떤 소원과 갈망을 마음에 품고 있는지 벌써 알고 계셨으므로, 답답하고 슬픈 감정을 느끼셨다. 주님께서 그들의 왕이시며 진정한 주이심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것은 주님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과 명백히 반대되는 것이었다.

  예수께서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려가서 가버나움으로 먼저 건너가거라. 나도 후에 따라 가마.”

  제자들은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으나, 주님의 표정이 안 좋으신 것을 보고 아무도 묻는 이가 없었다. 예수님은 무리를 돌려보내시고, 홀로 산에 올라가 기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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