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공적 사역을 시작하신지도 3년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제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가장 큰 사랑과 자비가 역사 가운데 실현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동안 유대 백성들은 주님께로부터 다양한 표적을 보았고 가르침을 받았다. 모두 하나님의 계획 가운데 포함되어 있던 것이었다. 비록 그분을 메시아와 구주로 믿는 자들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택하신 귀한 자녀들이었다.
유월절이 가까이 이를 무렵, 주님 일행은 예루살렘 순례길에 올랐다. 예루살렘에는 과격한 유대 주의자들이 다수 운집해 있어서 다른 어디보다도 가장 드센 저항을 받았던 곳이지만, 예수님은 개의치 않으시고 길을 떠나셨다. 그 길에 열두 제자와 갈릴리로부터 온 많은 동행자들이 함께 했다.
예루살렘을 향해 한참 나아가던 도중, 예수께서 열 두 제자를 길가로 따로 불러 말씀하셨다.
“내 말을 잘 듣거라. 우리는 지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그곳에 올라가면, 나는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에게 넘겨질 것이고, 그들은 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릴 것이다. 그리고 로마 사람들에게 넘겨, 조롱하고 고문하고 십자가에 못 박을 것이다. 그러나 제 삼일에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 말씀은 전에도 하셨던 적이 있었지만, 고난의 때가 머지않았으므로 주님께선 재차 그들에게 경고하실 필요가 있었다. 그때에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 살로메가 두 아들과 함께 와서, 예수께 청할 것이 있다고 나아왔다.
“무엇을 원하느냐?”
“주님께서도 아실 것입니다만, 제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정말 믿음직한 주의 일꾼들입니다. 부디 주의 나라가 임하실 때에 제 두 아들을 크게 써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하나는 주님 오른편에, 하나는 주님 왼편에 말입니다. 꼭 좀 부탁드려요.”
주님께서는 그들의 오해로 말미암아 심히 답답하셨다.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구하는지 모른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왜 못 마시겠습니까?”
“그래, 너희는 과연 나의 잔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광의 자리에 앉히는 일은, 내 소관이 아니다. 그 자리는 내 아버지께서 정해 놓으신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곁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제자들은 두 형제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치사하게 어머니까지 데려와서 먼저 선수를 치다니!’
‘그렇게 안 봤는데, 정말 너무하는군!’
제자들의 마음은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었다.
“너희는 세상의 통치자들이 얼마나 위세를 부리며, 작은 권력에 얼마나 빨리 취하는지 알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누구든지 크고자 하면 섬기는 자가 되어라. 너희 가운데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거든, 먼저 종이 되어야 하느니라. 내가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 포로에게 사로잡힌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어주려고 왔노라. 이것을 명심하여라.”
미리 예고하신 바, 고난 받으실 날이 금방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유월절 어린양으로 오신 예수님은 짊어져야 할 죄의 무게로 양 어깨가 심히 무거웠지만, 아버지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여 천천히 예루살렘으로 걸음을 옮기셨다.
올리브 산에 있는 벳바게와 베다니에 이르렀을 무렵이었다. 예수께서 두 제자를 불러서, 이렇게 지시하셨다.
“건너편 마을로 가거라. 들어가서 보면, 아직 아무도 타 보지 않은 나귀 새끼가 줄에 매여 있을 것이니, 줄을 풀어서 끌고 오너라. 만일 그 주인이 이유를 묻거든, 주께서 쓰시겠다고 대답하도록 해라.”
두 제자가 가서 보니 예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였다. 그들이 나귀 새끼의 줄을 풀고 있는 중에, 나귀 주인이 물었다.
“그 나귀 새끼의 줄은 왜 푸는 것이오?”
“주께서 쓰시겠다 하셨소!”
그러자 주인은 흔쾌히 그 나귀 새끼를 제자들에게 내어 주었다.
예수님은 그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귀 새끼 등에 올라타셨다. 이는 구약 선지자 스가랴의 예언을 이루려 하심과 주께서 섬기는 자로서의 본을 친히 보여주시려는 의도셨다. 나귀에 타신 주님은 제자들과 더불어 시내로 연결된 길을 따라서 성문 안으로 들어오셨다. 곧 수많은 인파가 그분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그들 가운데 주님을 열렬히 사모하는 무리가 있어, 주님께서 지나실 길 위에 자신들의 겉옷을 벗어 펼쳐 놓았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환영하였다. 무리는 기뻐하는 목소리로 일제히 외쳤다.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송하리로다, 장차 올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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