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111장 잡히시다

이원범 2021. 6. 27. 09:51

  주님과 제자들은 시냇물을 건너 겟세마네 동산으로 올라갔다. 늘 머물던 장소에 이르렀는데, 주님의 얼굴에서 평소 때와 같은 평온함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자들도 주님의 안위가 걱정되어 마음이 편치 못치 못했다.

  “내가 기도할 동안 너희는 여기 있거라.”

  이 말씀을 하시고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만 따로 불러 숲속 한적한 곳으로 같이 나아가셨다. 주님의 발걸음은 몹시도 무거웠다. 달빛에 반사된 예수님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듯 생기가 없었다.

  “내가 지금 괴로워 죽을 같구나. 여기서 나와 함께 깨어 있거라.”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음성이었다. 이 말씀을 하시고 열 걸음 이상 더 나아가, 둥글게 솟은 바위 위에 기대듯이 엎드리셨다. 그리고 인류의 끔찍스러운 죄악과 대면하시어 그것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인정하고 홀로 짊어지시려 고투를 벌이셨다.

  이때 제자들은 슬픔에 겨워 잠이 들었고, 수종드는 천사가 주님의 곁을 지키며 열심히 응원하였다. 치열하게 고투하시는 주님의 얼굴에는 피 섞인 땀이 맺혀 땅으로 흘러내렸다. 얼마 후 예루살렘 종교 지도자들이 보낸 로마 병사와 성전 경비대가 배반자 가룟 유다의 뒤를 따라서 동산으로 오고 있었다. 예수님은 곧 닥칠 일에 대해서 전부 아시면서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오는 것을 기다리고 계셨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가룟 유다가 다가와서 인사하며 그분께 입을 맞추었다. 이것은 자기가 인솔해온 무리에게 사인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는 앞서 지적을 받았음에도 뜻을 돌이키지 않았다.

  예수께서 안타까워하시며, 책망하셨다.

  “유다야! 네가 입맞춤으로 인자를 파느냐?”

  그의 등장과 더불어, 주님을 잡으러 온 무리가 한 손에 횃불, 다른 손엔 칼, 포승줄을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제자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주님을 지키겠다는 각오로 이렇게 말했다.

  “주님, 저희가 싸울까요?”

  “아니다, 너희는 물러나 있어라! 이 일은 내 아버지께로부터 말미암았고, 내가 홀로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예수께서 그 무리를 향해 나아가, 이렇게 물으셨다.

  “너희가 누구를 찾느냐?”

  “나사렛 사람 예수요.”

  “내가 그니라.”

  신적 위엄을 느끼게 하시는 주님의 대답에 의해 앞에 섰던 자들은 뒤로 물러나 땅에 엎드러졌다.

  다시 물으셨다. “너희가 누구를 찾느냐?”

  “나사렛 사람 예수요.”

  “내가 그라고 너희에게 이미 말하였다. 너희가 찾는 자가 나라면, 이 사람들은 가게 해주어라.”

  주님의 사려 깊으신 배려로 제자들의 안위는 보장되었다. 그러나 떠나려고 하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곧 몇 사람이 달려와, 마치 강도라도 잡듯이 거칠게 주님을 포박하였다. 주께서 해 받으시는 모습을 바라보던 베드로는 참다못해, 칼을 뽑아 그들 중 한 명의 귀를 내리쳤다. 귀가 잘린 종은 아파서 소리소리 비명을 질러댔다. 뜻밖의 유혈 사태로 일순간 긴장이 고조되었다.

  이때, 예수께서 다친 자의 귀에 손을 대시며 낫게 해 주시고, 베드로를 꾸짖으셨다.

  “칼을 집어넣어라.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하느니라. 내가 당장이라도 내 아버지께 구하여, 하늘의 열두 군대를 여기로 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너희는 모르느냐? 그러나 그렇게 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한다고 성경이 말한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겠느냐?” 그리고 무리를 향하여, “내가 위험한 범죄자라도 되는 것처럼 칼과 몽둥이로 나를 잡으러 오다니, 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날마다 성전에 앉아서 가르쳤지만, 너희는 내게 손 하나 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너희 뜻대로 하여라. 지금은 어두운 밤이요, 어두운 시간이다.”

  이 말씀을 마지막으로, 예수께선 체포되어 어디론가 끌려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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