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119장 바울의 회심

이원범 2021. 6. 27. 11:05

  적대세력의 기대와는 다르게, 교회 공동체는 날로 수가 증가해 끊임없이 성장해 나갔다. 간혹 제사장들 중에도 직책을 버리고 예수의 가르침에 복종하는 자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당시 예루살렘에 바울이라 하는 청년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가말리엘 문하에서 교육을 받아 학식으로 명망이 높았으며 전통적 종교 체계에 대한 투철한 열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러하였기에 그의 눈에 비친 교회 공동체는 바른 신앙을 해치는 사이비 집단과 매한가지였다. 곧바로 바울은 무력을 동반하여 예수의 제자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섬기는 하나님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거스르고 신자들을 탄압하였다. 그리하여 수천이 넘는 제자들이 살기 위해 사마리아와 유대와 이방 각지로 흩어졌다. 이는 복음이 이방으로 확산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자들이 가는 곳마다 복음을 전하였기 때문이다. 결과가 이렇게 되자, 사울은 더욱 악에 바쳐서 교회를 훼파시키기로 결심했다.

  얼마 후 다마스쿠스에 예수의 제자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소식이 그의 귀에 들렸다. 그는 대제사장에게서 다마스쿠스의 여러 회당에 가져갈 체포 영장을 발부받고 동류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다마스쿠스 외곽에 이르렀을 때였다. 하늘로부터 강한 빛줄기가 내려 비취며 거룩하신 분의 임재가 사울을 덮었다. 전능자의 위엄 앞에, 그는 너무도 놀라 말에서 꼬꾸라졌다.

  빛 가운데 한 음성이 들려왔다.

  “바울아, 바울아,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주여, 누구십니까?”

  “나는 네가 핍박하는 예수다. 가시채를 뒷발질하기가 네게 고생이니라.”

  바울은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 맞은 듯, 정신이 아늑해졌다. 그동안 하나님을 위한다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아왔기에, 그 충격은 적지 않았다. 이마를 땅에 처박고는 가늘게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주여, 제가 주를 위해 무엇을 해야겠나이까?”

  “일어나 시내로 들어가거라. 네가 무엇을 해야 할지, 네게 이를 자가 있느니라”

  잠시 후, 주위를 두르던 밝은 빛줄기가 걷히면서 주의 임재도 이내 사라졌다. 하나님을 뵈었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한동안 떨림이 지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껏 예수의 제자들에게 해온 일들이 극심한 죄책감을 불러와, 그를 깊은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다. 바울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몸을 일으키려 하였다. 그런데 눈앞의 사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그의 눈에 징벌을 내리신 것이었다. 시력을 잃어버린 그는 사람의 손에 이끌려, 다마스쿠스로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 식음을 전폐하고, 하나님의 용서와 구원을 부르짖었다.

  삼일쯤 지나서, 바울이 머물고 있던 집으로 아나니아라 하는 사람이 찾아왔다. 집주인인 유다가 그를 맞이하여 물었다.

  “어떻게 오셨죠?”

  “이곳이 혹시 바울이라는 사람이 머물고 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아, 알겠소. 이쪽으로 오시오.”

  아니니아는 그를 따라서, 자그마한 창이 하나 달려있는 안채 앞까지 왔다. 문이 열려있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침 바울이 마중하여 인사하였다.

  “당신입니까? 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예, 주님께서 보내셔서 왔습니다. 아나니아라고 합니다.”

  바울은 눈이 보이지 않아, 손을 버둥거려 아나니아의 두 팔을 붙들었다. 그리고 무릎 꿇어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호소했다.

  “용서하시오, 형제여. 내가 누군지 아실 거요.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당신들에게 온갖 악한 짓을 일삼았소.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나는 사실 죽어야 마땅한 죄인이오.”

  “저한테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온 이유는 당신께 주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요. 당신이 행한 일에 대해선, 오직 하나님만이 판단할 권리를 가지십니다.”

  아나니아는 그가 사죄하는 모습이 부담스러운 한편, 살기등등하던 바울의 태도가 이렇게 달라진 것이 사뭇 놀랍기만 하였다.

  그는 곧 바울의 머리에 손을 얹고, 이렇게 선포하였다.

  “바울 형제여, 당신이 여기 오는 길에 뵈었던 주님이신 예수께서, 나를 보내시어 당신의 눈을 뜨게 하고 성령을 충만히 받게 하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그 순간, 바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떨어져 나왔다.

  “보입니다! 보여요.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바울은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하나님을 찬송하였다. 그리고 일어나 세례를 받고, 아나니아와 함께 음식을 먹으며 다시 원기를 회복했다. 그의 회심 사실은, 회당에서 그가 전한 메시지를 통해서 드러났다. 사람들은 처음엔 반신반의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된 그의 삶을 통해 그의 믿음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 후, 교회는 한동안 순항했다. 유대와 사마리아와 갈릴리 등 모든 지역에서 교회가 성장했다. 하나님을 깊이 경외하는 마음이 그들 속에 충만했다. 성령께서 그들과 함께 계셔서 그들에게 힘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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