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120장 이방인 고넬료

이원범 2021. 6. 28. 10:49

  지중해 항구도시 가이사랴에 고넬료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로마 경비대 지휘관이면서, 선하기 그지없는 인물로 비록 이스라엘 자손은 아니었지만, 하나님을 경외하여 매일 기도하며 백성을 많이 구제하는 자였다.

  어느 날 오후 3시쯤, 그는 환상 가운데 온몸을 빛으로 두른 하나님의 천사가 집 마당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았다.

  “고넬료야,”

  몹시 겁을 먹은 고넬료는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주여, 무슨 일이십니까?”

  “고넬료야, 하나님께서 네 기도와 이웃을 돌보는 네 행실을 기쁘게 받으셨노라. 너는 욥바로 사람들을 보내서, 베드로라 하는 시몬을 데려오너라. 그는 바닷가에 있는 무두장이 시몬의 집에 묵고 있다.”

  천사가 사라지고 나자 고넬료는 평소 신임하던 하인 두 사람과 경비대에서 병사 한 명을 불렀다. 그는 방금 전 자신이 본 환상을 자세히 들려주고, 그들을 욥바로 보냈다. 이튿날 고넬료가 보낸 세 사람이 욥바 시에 이르렀을 무렵이었다. 그때 베드로는 지붕에서 조용히 기도하던 중이었는데, 비몽사몽간에 그의 눈앞에 신비한 환상이 펼쳐졌다. 하늘에서 네모진 보자기 같은 것이 줄에 매달려 내려오는데 자세히 살피니 잡다한 짐승과 새들 그리고 기묘하게 생긴 동물들이 있어 다양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베드로야, 이것들을 잡아먹어라.”

  “주님,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저는 속되고 부정한 것은 한 번도 먹은 일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

  그런 일이 세 번 있고 나서, 보자기가 다시 하늘로 들려 올라갔다. 가만히 앉아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고 있던 베드로는 아래층에서 자신을 찾는 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고넬료가 보낸 사람들이 시몬의 집에 당도하였던 것이다.

  “너를 찾고 있는 자들이 문 앞에 와있다. 내려가서 그들과 함께 가거라. 그들은 내가 보낸 사람들이니라.”

  베드로는 내려가서 찾아온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하였다.

  “내가 당신들이 찾는 사람이오. 무슨 일로 오셨소?”

  방문자들이 베드로를 보더니 공손히 인사하였다.

  “저희 주인이신 고넬료 님은 의롭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분으로 널리 명망 있으신 분입니다. 이 부근에 사는 분들에게 물어보시면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희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저희 주인께서 어제 하나님의 천사를 만나셨답니다. 그리고 그 천사가 전하길, 당신을 찾아서 집으로 모셔다가 당신의 말을 들으라고 했습니다.”

  베드로는 그들이 이방인인 것을 보고, 주님께서 왜 이런 사람을 보내셨는지 조금 의아해하였다.

  “일단 들어오시지요. 오시느라 수고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는 그들을 영접하여 들이고, 하루 묵어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 베드로와 몇 동료는 그들을 따라서 가이사랴로 출발하였다. 한편 고넬료는 베드로가 올 것을 기대하여 가까운 곳의 친척과 친지들을 초대해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려고 베드로가 안으로 들어오니, 맞으러 나온 고넬료가 엎드려 그에게 절하였다.

  베드로가 그를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이러지 마십시오. 한낱 사람에 불과한데,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천사가 지명해준 특별한 손님이십니다. 바쁘신데 제 부탁에 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고넬료는 기뻐서 만면에 미소를 짓고, 베드로와 그의 일행을 집안으로 안내했다. 그의 집은 과연 그의 신분에 걸맞게 넓고 각종 수목과 식물이 자라고 있어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베드로는 안뜰과 안채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귀댁의 식구들인가요?”

  “다는 아닙니다. 일부는 제 손님들이죠.”

  그는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베드로를 가리켜 보였고, 그들은 베드로와 인사를 나눴다.

  “솔직히 이런 만남이 생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대개 유대인들은 다른 민족과 잘 어울리지 않거든요. 그러나 하나님께서 제게 어떤 사람이라도 속되거나 불결하게 여기지 말라고 이르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를 부르러 왔을 때, 묻지 않고 따라나선 것입니다. 그럼 저를 왜 이곳에 불렀는지 들어 보고 싶군요.”

  “하하, 오시면서 궁금하셨겠네요. 제가 간략히 설명드리지요.”

  고넬료는 천사를 만난 신비한 경험을 그 자리에서 들려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참으로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외모로 가리지 아니하시는 분이시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의를 행하는 사람은 다 받아 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평화의 사자로 보내심을 받은 메시아, 곧 예수께서는 죄로 무너진 모든 것을 용서하시리라는 기쁜 소식을 우리에게 전하셨습니다.

  유대에서 있었던 일은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세례자 요한이 회개와 전적인 삶의 변화를 전한 뒤 갈릴리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사렛 예수님에게 성령과 능력을 부어 주셨고, 이분은 온 유대를 다니시며 선한 일을 행하시며 마귀에게 억눌린 자들을 고쳐 주셨습니다. 이러한 일을 행하실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유대 지방과 예루살렘에서 그분이 행하신 모든 일을 보았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사람들이 그분을 십자가에 매달아 죽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사흘째 되는 날 살리시고 나타내 보이셨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분을 본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미리 택하여 주신 증인들, 곧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주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하신 뒤, 우리는 그분과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우리에게 명하시기를, 하나님께서 산 자와 죽은 자의 심판자로 정하신 이가 바로 예수이심을 사람들에게 증언하라 하셨고, 그에 대하여 모든 예언자도 증언하되 그를 믿는 사람들이 다 그의 이름을 힘 입어 죄 사함을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이 말이 베드로의 입에서 선포될 때, 이방인들 사이에서 매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오순절 날 임하셨던 성령께서 거기에 모인 모든 회중에게 동일하게 임하셨던 것이다. 모인 자들은 방언으로,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베드로는 너무 놀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직접 이 광경을 보지 못했다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문득 그는 성령께서 내리시는 세례에는 민족과 출신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사람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성령을 받았으니, 이들에게 물로 세례를 주는 일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도 이의를 내는 사람이 없자 그는 유대인들에게 주던 것과 동일하게 이방인에게도 세례를 베풀었다. 그리고 그곳에 여러 날 머물며,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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