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성경 강좌

출애굽기 서론

이원범 2021. 11. 28. 22:59

출애굽기는 애굽으로 이주한 야곱 일가가 생육하고 번성하였다는 소식으로 시작합니다. 일찍이 "네 자손이 땅의 티끌 같게 하리니"라고 하신 약속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약 삼백 년이 흐르는 동안, 야곱의 식솔들은 무려 수백만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또 한 가지 나쁜 소식도 전합니다. 불어나는 이스라엘 민족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긴 나머지 애굽 왕이 그들을 노예로 부렸다는 기록입니다. 이것도 앞서 예고되었던 바입니다.

하나님께서 왜 그들을 압제 상태에 놓이게 하셨느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고려할 사항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백성으로 선택된 것이 우리의 뜻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선택과 값없는 은혜가 하나님의 주권으로 말미암은 것처럼 나그네 삶과 애굽의 압제도 하나님의 섭리로 이루어진 일입니다. 출애굽기는 그 의문과 관계없이 이 주제를 우리 앞에 펼쳐놓습니다.

출애굽기의 주제는 구속입니다. 여기서 구속은 대속하여 구원한다는 뜻의 구속입니다. 표면적으로 출애굽기는 노예살이하는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의 손아귀에서 건져내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죄에서 구속하심을 보여줍니다. 정치와 종교는 각각 분리된 것인데 노예로 붙잡힌 상황에서 하나님을 섬기려면 독립이 필요했습니다.

하나님의 구속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구속입니다. 먼저 죄로부터 우리를 구속하시며 질병, 가난, 환난으로부터 구원하십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해방하기도 하십니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이 전부 하나님의 뜻에 달려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정치적 해방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나님께 주장하면 안 됩니다. 권세자를 세우신 이는 하나님이십니다. 바로처럼 심판당해야 할 사람이 있는 반면, 현 상태를 유지할 사람이 있습니다. 신약 시대가 그러하였습니다. 예수님은 독립을 주장하는 유대인의 뜻을 거절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무엇보다도 우리가 죄에서 놓여나길 원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차원은 영의 세계입니다. 내 영혼이 죄의 결박에서 풀려나게 해야 합니다.

속박의 땅, 애굽으로부터의 탈출은 죄의 노예가 된 백성을 해방하시는 하나님의 구속 사역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이미지입니다. 열 가지 재앙 중에 마지막 재앙이 장자의 목숨을 거두는 것인데 어린양의 피를 문지방에 바른 집은 재앙을 면하였습니다. 그 피는 예수님께서 흘려주신 보혈을 상징합니다. 구속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어린양의 희생이 필요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죄에서 놓여나려면 예수님의 보혈이 필요함을 배우게 됩니다.

본문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큰 관련은 없지만 사소한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 시내산의 위치와 더불어 이스라엘이 거쳐 간 경로에 관한 혼선입니다. 전통적으로 시내산은 시나이반도 남단에 위치한 '예벨 무사'(Jebel Musa)라고 주장되었습니다. 기원후 527년 로마 교황청이 무사산의 북서쪽 언덕배기에 캐더린 성당을 세우면서 그곳을 시내산이라고 명명해 버린 게 이유라고 하면 이유입니다. 두 번째 후보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예벨 알 라우즈'(Jabal al-Lawz)입니다. 미디안 땅이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에 위치했다고 알려진 만큼 더 신빙성 있는 주장 같습니다.

성경에 나타난 시내산의 특징은 주위에 목초지가 있어야 하고 수백만의 인원이 둘러앉을 공간이 있어야 합니다. 엘리야 선지자가 이세벨을 피해 숨었던 굴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애굽의 영향권을 벗어난 곳이어야 납득이 가능합니다. 예벨 무사는 지리적 조건이 이를 충족하지 못해서 아마도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맞든 아니든 진리를 흔드는 내용이 아니라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서 되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여겨집니다.


  • 강병도 편저, 「호크마 주석」, 기독지혜사
  • 김승학, 「떨기나무」, 두란노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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