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성경 강좌

느헤미야 서론

이원범 2021. 12. 22. 21:09

본서는 귀환한 유대 민족이 성전 예배를 회복한 이후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성전 건축은 대적들의 갖은 방해 속에서 기적적으로 이루어낸 결과입니다. 힘이 약한데 적들에게 둘러싸인 그들은 사는 것 자체가 투쟁이었을 것입니다. 예루살렘에서 온 하나니는 그곳 삶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고 체감하였습니다.

제국의 수도 수산에 거하던 느헤미야는 긍휼이 많은 인물로 보입니다. 그는 유대와 예루살렘 사람들이 큰 환난을 겪고 능욕 당하는 처지라는 것을 알고 수일 동안 슬퍼하고 하나님 앞에 금식하며 기도했습니다. 동족의 아픔을 이렇게까지 슬퍼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보통 연민을 느낀다고 해도 자기 삶이 더 바쁜 우리들과는 무척 다른 모습입니다.

그곳에서 과연 하나니가 보고 온 내용은 무엇일지 참 궁금합니다. 성벽이 무너졌고 성문들이 타버렸다는 말을 전하는데, 그 시대를 배경으로 성벽이 없었을 때의 상황을 한번 가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성벽은 울타리입니다. 외부에서 허락 없이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옛날에는 가정집에도 담장이나 울타리가 있었습니다. 도둑들은 그것을 넘어오지만 적어도 들짐승이 침입하는 것은 막아줍니다.

당시 예루살렘은 제국에서 버린 땅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인구가 좀 있고 상업과 농업이 발달한 지역이라면 왕이 좋아하고 지원을 넣어주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대 지방은 정말 건질 게 없는 낙후된 지역이었습니다. 그런 곳에 행정력을 투입하는 것은 계산상 적자이기 때문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유대 민족은 적고 이방 민족들의 힘이 강하니 틀림없이 위험한 일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본문에는 생계 수단인 밭과 포도원을 저당 잡히는 사람이 나옵니다. 먹을 게 너무 부족해서 혹은 왕에게 세금을 바치기 위해서였습니다. 가진 게 없으면 집이나 혹은 자녀를 노예로 팔아서라도 돈을 구해야 했습니다. 정 안 되면 어디서 훔쳐서 이를 해결하였을 것입니다. 살기 어려우면 민심이 흉흉하고 악인들이 득세하기 마련입니다. 느헤미야가 금식까지 하며 슬퍼한 일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느헤미야처럼 약자를 생각하고 그들을 대신하여 회개하는 지도자가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백성이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들, 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일을 그르치게 하지 않습니까. 유대와 예루살렘의 환난은 바른 지도자의 부재가 얼마나 뼈 아픈 결과를 가져오는지 가르쳐 줍니다. 에스라가 그곳에 있긴 했지만, 관리가 아닌 그에게 권한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의 직책은 제사장이면서 율법을 가르치는 학자였습니다.

느헤미야는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아닥사스다 왕으로부터 예루살렘의 총독으로 임명되었으며, 또한 재건 사업을 위해 목재와 호위 인력을 지원받았습니다. 환난 가운데 있는 유대 민족을 돕는 것이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시는 일이었습니다. 그의 일 처리는 다윗과 비슷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하나님께 의뢰하여 해결하였습니다. 고리대금 하는 귀족들을 다그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더 나오지 않게 했습니다. 대적에게서 많은 난관을 헤치고 52일 만에 성벽을 재건하였으며, 에스라와 더불어 영적 부흥을 이끌었습니다.


  • 강병도 편저, 「호크마 주석」, 기독지혜사

'신학 가이드 > 성경 강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욥기 서론  (0) 2021.12.29
에스더 서론  (0) 2021.12.24
에스라 서론  (0) 2021.12.21
역대하 서론  (0) 2021.12.20
역대상 서론  (0) 2021.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