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성경 강좌

시편 서론

이원범 2021. 12. 29. 21:21

우리는 때마다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며 사람들과 대화에서 그것을 표현합니다. 자기감정을 안 드러내고 혼자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시편은 신앙인들이 느낀 감정을 시로써 표현한 글입니다. 따라서 본서만큼 심오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것도 드뭅니다. 시편의 고백에는 찬양, 비탄, 간구, 저주, 참회, 메시아, 왕, 사회 공의, 이스라엘의 역사, 자연, 시온 등 다양한 주제가 나타납니다. 감정이 다양하고 체험이 다양한 만큼, 시편은 신앙인들이 품을 대부분의 감정을 총망라합니다.

인간은 로봇이 아닙니다. 감정을 가진 인격체입니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간혹 감정을 통제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군대에서 이등병은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됩니다. 웃거나 울거나 표정에서 무언가가 드러나서는 안 됩니다. 《D.P.》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그런 이등병의 모습을 잘 연기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감정노동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을 응대하는 직업군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은 기업의 이미지를 위해 웃음과 친절을 강요받습니다. 요즘에는 분노가 가득한 사람이 많아서 힘든 일을 많이 겪는다고 들었습니다.

분노는 예리한 칼입니다. 내 속에 있으면 나를 찌르고 밖으로 나오면 남을 찌릅니다. 속에서 그것이 나를 괴롭히면 사람들은 밖으로 꺼내놓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해소법이기는 하지만 매우 부정적인 행동입니다. 내 기분을 풀기 위해 누군가가 희생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지 않습니다. 바다라도 쓰레기가 계속 들어오면 몸살을 겪습니다. 그래서 가득 쌓이기 전에 비워줘야 합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감정을 억제하는 것보다 훨씬 이롭습니다. 꾹꾹 눌러 담으면 탈이 나기 마련이니까요.

시편 기자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며, 억울한 일을 당하고 속에 울분이 가득 찰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안 좋은 감정을 해소할 좋은 수단이 있었습니다. 그는 재판장 앞에 나선 것처럼 하나님께 억울함을 고했습니다. 슬픈 감정을 감추지 않았고 간절히 탄원을 올렸습니다. 그의 공의로우신 판결에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간구하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시는 줄 믿었습니다.

한편으로 시편에는 저주하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이는 옳고 그름을 떠나서 치유의 과정에서 필요한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의 감정은 쉽게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원한이 깊은 상대에 대해서는 더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가감하지 않고 본심을 표출한 것이 저주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저주는 우리가 하면 죄가 되는 행동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해 저주하신 거라면 죄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저주는 마땅히 저주가 임할 자에게 내립니다. 선지자가 죄가 많은 곳에 멸망을 선포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시편이 성경의 어느 책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하나님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시로 노래한 신앙 고백서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론으로 습득한 지식이 아닌 경험에서 우러나온 신학적 지식을 들려줍니다. 거기에는 하나님의 독특한 성품과 자연계에 관한, 인간에 관한, 역사에 관한, 하나님 나라에 관한 지혜와 지식이 들어있습니다.

한 가지 더하면 시편은 실제 예배에 불린 노래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시편의 표제목에는 우리에게 생소한 음악 용어들이 나옵니다. 당시 예배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악기와 연주 방법, 곡조 등의 정보를 표시하기 위함입니다. 다만 그 곡조들은 우리 시대의 음악과 매우 다르므로 사용하지 않고, 현대의 작곡가들이 붙인 곡으로 시편 찬양을 부릅니다.


  • 강병도 편저, 「호크마 주석」, 기독지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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