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성경 강좌

전도서 서론

이원범 2022. 1. 3. 13:25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험으로 얻는 유익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전도서는 앞서 부귀영화를 누린 한 사람의 인생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누구나 바라마지 않지만, 극히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그것을 말입니다. 저 역시 솔직한 심정으로는 부와 영광을 누리고 싶습니다. 지금보다 여유를 누리고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 바라지요.

그런데 전도서를 읽어보면 솔로몬이 행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회의적이고 어두운 감정이 드러나 있습니다. 최고의 현인이었고 부강한 나라의 일인자로서 기뻐할 만도 한데 마음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것 같습니다. 그는 누구도 견줄 수 없는 부와 영광을 소유했고 향락의 극치를 체험했습니다. 내가 솔로몬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데, 말년에 그의 소회는 귀한 깨달음과 더불어 허무를 드러냅니다. 결론적으로 부귀영화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더라는 감상이며, 그로 인해 회의적이고 어두운 감정이 드러난 것입니다.

아마도 왜 일찍 이것을 깨닫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과 후회가 든 것 같습니다. 조금 일찍 깨달았으면 소중한 시간을 덜 낭비했을 텐데 하고 말이죠. 이 책이 우리에게 들려진 목적이 그와 같습니다. 그가 더 일찍 깨닫길 바라던 것처럼 우리도 낭비를 그치고 삶을 더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지요. 쾌락이라는 것이 문 앞에 섰을 때는 설레고 들어가면 짜릿합니다. 그리고 출구를 나오는 순간, 상실감을 느낍니다. 쾌락의 기쁨이 완전히 우리의 것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솔로몬이 현대 문화의 맛을 못 봐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라고 문화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또 그를 기쁘게 해 줄 사람이 후궁과 첩을 합쳐서 1천여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점점 늙어갔고 "이것이 별거 아니구나. 인생은 짧은데 참 허무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그의 탄식은 하나님을 떠난 자에게 부귀영화가 얼마나 무익하고 헛된지를 절감하고서 내뱉은 말입니다.

쾌락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들은 이야기로는 인간의 뇌는 모르핀과 비슷한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본래 모르핀은 마약에 속하고 독성을 가지지만, 뇌내 모르핀은 독성이 없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욕구 수준이 높을수록 쾌감도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배우기로 인간의 욕구는 이렇게 다섯 단계로 분류됩니다.

  1. 생리적 욕구
  2. 안전 욕구
  3. 소속감과 사랑에 대한 욕구
  4. 인정받으려는 욕구
  5. 자아실현의 욕구

성적 쾌락 같은 가장 원초적인 쾌락은 여기서 1단계에 해당합니다. 어쩌면 욕구 자체로 볼 때 기본적이며 아주 강렬합니다. 그런데 《뇌내혁명》이라는 책을 쓴 박사는 그것을 그렇게 높게 쳐주지 않습니다. '항상성'이라는 메커니즘을 가진 인간은 한 가지 작용이 일어나면 그와 반대의 작용이 일어납니다. 쾌락을 느끼고 나면 다음에는 억제 물질이 나와서 본래 상태로 돌아옵니다. 쾌락이 지속해서 몸을 지배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고차원적인 자기실현의 욕구를 달성한 사람들은 예외적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지고 경험'이라고 불리는 최고의 정신적 상태를 경험한다고 합니다.

원초적인 쾌락은 과하면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그러거나 나중에 식상해집니다. 원하는 만큼 기쁨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에 공허가 찾아옵니다. 이것을 좇는 사람들은 말로가 좋지 않습니다. 쾌락을 지혜자라고 절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책을 남기고 우리를 향해 권고하고 있습니다.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 강병도 편저, 「호크마 주석」, 기독지혜사
  • 하루야마 시게오, 「뇌내혁명」, 사람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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