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든 사람들은 죄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 이유 모를 저항감을 가지며 은연중에 두려워한다. 그래서 애써 무시하며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다만 피한다고 해도 우리 도처에는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러한 것은 거의 죄에서 비롯한다. 피한다고 하였지만 돌고 돌아 죄와 마주한 격이다.
우리의 주요한 문제 중 하나는 정욕과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없는 사람은 어떻게든 가지려 하고, 가진 사람은 더 가지려 하고, 불의한 사람은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불법으로 취한다. 중요한 물건을 놔두고 자리를 비워도 누가 훔쳐 가지 않는 한국은 세계가 놀라워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그래봐야 거기서 거기다. 또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생기기 마련인데, 불행하게도 나쁜 일은 빠지는 일이 없다.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 싸움이 나고, 양심은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이해득실에 따라 진실을 감추고 거짓이 진실로 둔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많은 사람이 평화를 바라며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모든 나라가 사이좋게 지내면 좋으련만 현실은 같은 민족끼리도 반목하고, 무기를 겨누며 위협한다. 이처럼 세상은 어지럽고 혼탁하다. 그 이유는 지구가 잘못하거나 하나님이 잘못하신 것이 아니다. 답은 굳이 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아는 바이다. 이 주제를 다루는 것은 부끄럽고 석연치 않은 마음을 일으킨다. 하지만 모두가 알아야 하며, 저항감이 들더라도 치밀하고 철저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고, 순자는 맹자의 성선설을 반대하여 성악설을 주장했다. 고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성무선악설을 주장했다. 악의 기원에 관한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자들이 골머리를 앓는 화두였으며, 다양한 관점을 낳았다. 일부는 죄가 하나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며 실존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기까지 했다. 이것은 성경의 계시 없이 이성의 빛만으로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려는 것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성경에 기록된 죄의 기원에 관한 가장 확실한 근거는 창세기 3장의 인간의 타락 기사이다. 비록 많은 부분을 생략한 단편적 기록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친 죄의 출현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유혹자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은 모든 피조물 중 으뜸이요 걸작이며, 지상에서 하나님의 대리인으로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있었다. 더구나 죄를 모르는 태초의 상태에서 자의적으로 죄를 지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성경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므로 시조가 얼마 동안 본연의 상태를 유지하고 살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자녀를 가지기 전이었으며 우리 기준으로 신혼 기간이라고 부를 시점으로 보인다.
그들 부부가 죄를 짓도록 유혹한 주체는 뱀이었다.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가장 간교하니라"라는 언급에서 살필 수 있듯이 뱀은 간교하였고, 두 사람을 꾀어 배반자로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음침한 계획을 언제부터 가졌고, 몇 번을 시도했는지 우리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실패했어도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뱀은 먼저 하와에게 접근했다. 실제로는 하와가 뱀이 있는 근처로 다가왔을 테지만 이 순간을 뱀이 노린 것이다. 아담과 하와 중에 속이기 그나마 쉬운 대상은 하와였다. 먼저 지음받은 이가 아담이며, 직접 하나님께 명령을 받은 이유에서 더욱 확고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리고 아담이 하와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고 있었을 터, 그가 뱀의 말은 듣지 않더라도 아내의 말은 들을 줄 알았던 것 같다.
이후, 상황은 뱀이 계획하고 예상한 대로 흘러갔다. 하와가 홀로 있을 때 뱀은 교묘한 말로 하와의 생각에 혼동을 일으켰고 그것을 먹게 하는 일에 성공했다. 또한 뱀의 말이라면 듣지 않았을 것이지만 실과를 권하는 아내의 말에 아담도 그것을 먹고 말았다. 더없는 행복을 누리고 있었을 두 사람에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은 정말 안타깝다.
뱀의 정체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이, 모든 것이 완벽하고 조화로운 에덴에 왜 그런 존재가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세계가 아름답고 선한데 이와 대비되어 뱀은 무척 낯설고 위화감이 든다. 그 위화감의 이유는 이것이다. 별다른 언급은 없지만 에덴동산 안에 죄를 알고, 죄를 가진 유일한 존재는 뱀이었다. 하늘과 땅,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창조된 대로 본연의 순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을 때 뱀은 상태가 변질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성경은 이렇게 답한다.
"큰 용이 내쫓기니 옛 뱀 곧 마귀라고도 하고 사탄이라고도 하며 온 천하를 꾀는 자라"
이 뱀은 보통 뱀이 아니다. 실제 뱀이었으며 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도 요한의 증언으로 미루어 그의 정체는 사탄이었다. 외형으로 본다면 뱀이 맞지만, 속에서 사탄이 역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 악의 최종 근원인 사탄과 뱀의 관계에 대해, 왜 그들은 악한 일에 한배를 탔는지 등 의문이 남는데, 이 이상 성경은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 외에 뱀을 추궁하는 데서 그치신 점을 고려할 때, 뱀과 사탄은 둘로 나눌 수 없는 오묘한 관계로 보인다.
뱀이 말을?
창세기 3장의 타락 기사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단서를 제공하는 기록으로서 무척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일부 신학자들은 이것의 역사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내세웠다. 예를 들면 칼 바르트는 창세기 3:1~6에 기록을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단지 무용담이라고 했고, 에밀 브루너는 아담의 이야기의 역사성을 부인했다. 현대인에게 이것의 역사성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물론 일반적 관점에서, 뱀이 말하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뱀과 사탄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아주 못 믿을 내용도 아니다. 말은 사람만 아니라 천사도 한다. 한때 천사였던 사탄이 말하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신학자들이 어째서 이런 회의적인 시각을 갖는지 모르겠으나, 이는 결국 인간이 어떻게 죄를 짓게 되었는지 모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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