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

교회를 세움에 대해서

이원범 2021. 4. 16. 19:55

코로나 때문에 나라 안팎이 아우성이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땐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줄 몰랐는데, 현재 백신이 나온 상태에서도 확산세를 막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대체로 잘 막아왔지만 쌓인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닐 것이다. 다른 곳도 물론이겠지만 교회들의 형편은 무척 위태로워 보인다. 지난해 숱한 사건을 겪으면서 교회에 실망하고 완전히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를 놓고 보면 소수의 잘못인데 세상 사람들은 교회 전체가 방역에 지장을 초래하는 집단이라 여기는 것이다.

좀 억울한 면이 있지만 중국에 대한 혐오가 아시아인 전체에 대한 혐오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심리가 원래 그런 거라는 느낌이 든다. 하여튼 코로나로 인한 위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람들은 하루속히 이 사태가 진정되길 원하지만, 확산은 방심이 있는 곳에서 속속 터지고 있고 변이종까지 나와 긴장감을 높인다. 분명 어려운 시기이고 세상은 우리를 보며 제발 사고 좀 내지 말라고 손가락질한다. 하지만 교회는 그것에 위축되어서도, 주저앉아서도 안 된다. 풍파에 휩쓸려 넘어지고 힘이 없어 쓰러지더라도 끝내 다시 일어서야 한다. 교회가 무너지는 시대라고 새 교회를 세우는 일에 주저해서는 안 된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 했다. 사람들은 교회가 필요 없다고 전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임을 알아야 한다. 희망이 사라지고 불신이 가득한 곳에, 사랑이 변질하여 추악한 정욕만 남은 이곳에 정말 교회가 사라진다면 과연 원하는 행복을 이룰까? 인간이 주인이고 최고의 지성적 존재라 믿는 이들이 왜 작은 병균 따위에 겁을 먹는가. 연약할 뿐이며 피조물인 인간은 하나님을 경외해야 한다. 하나님이 은혜 베풀지 아니하시면 그 누구도 자기 생명을 지키지 못함을 명심해야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교회는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로 말미암아 존재하였다. 따라서 사람의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주인 삼으신 곳이다. 오늘날에도 교회는 아무나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친히 택하신 종이라야 한다. 그는 하나님 앞에 자신의 소명을 확인하고 정규 신학교에서 교육받으며 그 과정을 마친 후 자기 길을 모색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부여된 훈련에 매진한다. 훈련 기간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간혹 가정에서 목회를 허락하시는 사람도 있다. 훈련은 목회자로서 자질을 키우는 단계이기에 빠트리면 안 되는데, 몸으로 부딪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이 단계를 건너뛰고 교회를 세우는 일이 많다. 혹 소명을 확인하지 않고 신학교로 가는 경우도 있는데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택한 종이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제대로 역할을 감당할 수 없고 엄연히 불순종하는 행위가 되어 형벌을 자초하게 된다.

대개 사람들은 가만히 있기보다 바로 행동하기를 원한다. 멈춰 기다리는 것이 천성이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주의 종이 될 사람은 기다림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다리는 과정을 빠르게 넘기려고 하지 말고 묵묵히 그 시간을 보내자. 가장 빠른 길은 자기 생각으로 계획한 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정해 놓으신 길이다. 만약 내 지혜로 움직인다면 하나님의 뜻에서 어긋나 훨씬 먼 길을 헤맬 수 있다. 주님은 결코 서두르는 일 없이 원하시는 때에 일하시는 분이다. 우리로 가장 빠르게가 아니라 묻고 듣는 중에 순종하며 나아오기를 원하신다. 그것이야말로 느릴 것 같지만 사실 가장 빠른 길이다.

교회가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할 일은 간단하다. 듣고 순종하는 것이다. 교회를 세우는 일에 우리가 관여할 부분은 없다. 결정은 하나님이 하시고 우리는 거기에 무조건 따라갈 뿐이다. 이는 교회 이전과 건축에서도 마찬가지다. 교회 자체에 관련된 일에 사람에게 주어진 권한이란 없다. 따라서 주의 종은 하나님의 허락을 기다리며, 그 후 세부적인 지시를 따르면 된다. 우리가 알아보지 않아도 주님께서는 미리 장소를 예비하고 거기의 규모를 정하신다. 비용은 누가 담당할지 혹은 어떻게 마련할지 가르쳐주시며, 어느 때에 알아보고 들어가야 하는지 일러 주신다.

사람들은 주의 일에 관해 앞서서 걱정하고 어렵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주님께선 교회를 향해 우리보다 더 큰 애정을 품으시며 세세한 뜻을 가지신다. 우리의 생각과 욕심을 내려놓고 귀를 기울이면 하나님은 응답하실 것이다. 만약 이 부분에 자신이 없다면 신뢰할 만한 주의 종을 찾아가 대신 뜻을 여쭈어야 한다. 항목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개척·이전·건축을 해도 괜찮은지
  2. 장소를 어디로 정할지
  3. 규모를 어느 정도로 할지
  4. 어떻게 비용을 감당할지
  5. 시기는 어느 때로 할지

당연하게도 규모는 비용과 연결되고, 시기는 장소 혹은 물질이 마련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응답받을 때 전부 받아야지 어느 하나를 빠트리면 전체적으로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모든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려고 하는데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하나님은 주의 종이 홀로 감당하기보다 알맞은 사람을 붙여서 함께 짐을 지기 원하신다. 이는 주의 종과 성도 모두에게 복이 되게 하시기 위함이다.

장소와 관련하여 주의할 점이 있는데, 하나님은 거룩하지 않은 곳에 교회를 세우기를 원치 않으신다. 또 제대로 값을 치르지 않고 땅을 구입하는 것도 원치 않으신다. 한번은 무당집이 가득 모인 곳에 외로이 있는 교회를 방문했는데 너무 안돼 보였다. 이런 지역은 목회자와 성도가 위태롭기에 교회 땅으로 적합하지 않다. 교회가 거룩한 곳에 세워져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거룩한 곳이어야 하나님이 임재하시고 성도들에게 복을 주실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교회를 세우는 일에는 하나님의 축복과 지지와 성원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준비된 종이고 하나님의 허락이 주어졌어도 자기 뜻을 내려놓고 온전히 하나님께 집중해서 원하시는 바대로 순종해야 한다. 코로나 여파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것만 같은 기간이지만 하나님은 택하신 종으로 하여금 세우신 교회를 붙드신다. 심히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아주 망하게는 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이 주인이신 교회가 망하는 것은 그의 이름의 영광에 누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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