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

복음=회개

이원범 2021. 4. 26. 10:14

8년 전쯤 수요일이었을까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만난 사람이 있다. 버스에서 내려 교회로 향하던 길이었는데, 신호등 곁에서 신호가 와도 움직이지 않던 여성이었다. 보아하니 시각장애인 같았고 동행인은 없었다. 다가가 이제 건너가도 된다고 하니 주저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표정이었다. 그 도로는 차가 많고 시끄럽기도 해서 그녀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무척이나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결국 동행하기로 하고 얼마의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분도 교회에 가고 있었고 가정 내 불화로 기도가 간절하단 사실을 알았다. 안타까운 상황인지라 그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나는 경험담과 함께 간구보다는 회개기도가 훨씬 상달이 잘될 거라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그분은 수긍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문득 떠오른 듯 내가 무슨 교회에 다니는지 또 어디 교단인지 물어봤다. 아마 이단들이 워낙 극성이라 혹시 몰라 그런 듯싶었다. 그 후 버스를 타게 하고 그날 이후로 만날 일이 없었는데 돌연 궁금해진다.

나는 신대원을 다닐 때 여러 사람에게 회개에 대한 것을 전한 적이 있다. 내가 알게 된 바를 설명하고 회개하도록 설득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들은 그것을 생소해하며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심쩍어하는 반응이었다. 마치 회개가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인식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생각하는 복음이란 주님께서 내 모든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으셨으며 그 피로 죄가 모두 사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회개에 대해선 크게 생각할 것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몇 번 그렇게 소득이 없자, 나는 더 이상 애써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다. 말해도 듣지 않을 것을 안 것이다.

구체적으로 회개를 접한 때는 신학생이던 20대 중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학교에서 배운 것은 아니고 우연히 같은 방에 계셨던 어느 목사님을 통해서였다. 당시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나는 저녁때 기도하러 인천을 왕래했었다. 기도하려고 다녔던 그 교회는 치유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나는 방언의 은사를 그곳에서 받아서 주일날 본교회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 거의 붙어있다시피 하였다.

숙소인 남자 방에는 우울증으로 계속 누워만 있고 밥도 먹여줘야 먹는 나이 든 형이 있었는데, 그 목사님이 그 형을 보살피는 모습을 지켜봤었다. 그리고 한번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셨는데 과거에 그 청년처럼 우울증으로 아무것도 못 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기적적으로 회복이 되었는데 그 계기가 회개였다고 한다. 그때 A4용지 몇 장에 정리된 회개기도에 관한 자료를 받았는데,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나에게 하루에 한두 시간 정도 회개하라고 일러주신 것 같다. 다만 내가 들을 귀가 없어 그렇게 실천하지 못하고 어느새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나는 방언으로 기도하는 게 더 마음에 들었는지 모른다. 간절함을 끌어모아 배로부터 있는 힘을 다해 내지르는 그 외침이 주님의 귀에 잘 들릴 것만 같았다. 나는 내가 주의 종으로서 쓸만한 사람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아니 그때는 내가 수준 미달이라고 생각했던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기도를 많이 하고 능력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악착같이 머물러 졸음과 사투를 벌이며 기도했다.

그러던 중 변화를 맞이한 것은 일 년이 훨씬 더 지나고 나서였다. 방언으로 부르짖기만 알던 나는 허탈하면서도 정말 기뻤다. 마치 정체 구간에서 느림보 걸음을 하다가 뻥 뚫린 길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 해답을 준 사람은 지인 목사님 부부였다. 그분들의 소개로 방문한 교회는 실로암이란 단체와 관련된 센터였다. 그곳에선 회개를 가르치며 영들을 축출하고 영들이 떠나므로 은사가 발현되게 하는 사역을 하고 있었다.

전에 나는 내 속에 악한 영이 들어와 있음을 알았지만 내보낼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또 피곤을 무릅쓰고 철야를 지속했어도 변화되는 부분이 별로 없었는데 확실히 달랐다. 찬송하고 기도하고 떠나가라 외쳐도 안 나가던 영들이 회개기도에 떠나는 것이었다. 회개는 이처럼 굉장한 것이다. 회개야말로 주님이 주신 복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를 모르고 교회에 다녀도 생소하게 여기는 것이 안타깝다. 만약 나를 미치광이라고 놀릴지라도 반드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복음은 회개다. 회개가 복음이다. 회개 없는 복음은 가짜 복음이다.

'신학 가이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론  (0) 2021.05.03
조직신학 서론  (0) 2021.05.01
마음의 병  (0) 2021.04.23
교회를 세움에 대해서  (0) 2021.04.16
불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0) 2021.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