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가이드

어린 시절

이원범 2020. 2. 20. 09:45

벌써 삼십 년 하고도 훨씬 많은 시간이 지났습니다. 제가 태어난 날이 1983년 6월 5일이니까요. 그때로 달력을 돌려보니 유월 첫 주 일요일이었습니다. 들은 말로는 집에서 직접 받았더랍니다. 가장 바람직한 케이스 아닌가요? 멀리 이동할 필요도 어머니가 오래 진통할 필요도 없이 말이죠.

태어나고 자란 동네는 원래 벌판이었다가 개발된 지 오래 안 되었던 서울의 신월동입니다. 초기에는 땅값이 무척 저렴한 곳이었습니다.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낸 저로선 매우 살기 좋았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지만 그 시절만큼 좋지는 않아요. 그 시절이 참 그립습니다. 그때도 오염이 있었지만 기억 속 하늘은 맑았어요. 별이 잘 보였고요. 차가 많은 편이 아니라서 골목이든 공터 어디든 놀 수 있었어요. 재미있는 놀이가 참 많았습니다. 피구공 탱탱볼 테니스공만 있어도 축구, 피구, 와리가리, 일이삼사 등 하고 놀았고 얼음땡, 땅따먹기, 경찰놀이, 숨바꼭질,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팽이치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제기차기, 연날리기, 그리고 비비탄총, 미니카, 구경하기 등.

요즘 세대라면 다른 재미있는 것이 많아서 안 하겠네요. 참 추억입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때의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은 무얼 하고 지낼까요. 그때 살던 집은 재개발로 사라졌어요. 아쉽습니다. 위의 사진은 교회 체육회 때. 어려서 다녔던 교회는 기억 속 진한 감동으로 남아있어요. 추억은 여기까지 하고 묻어둬야겠네요. 추억은 추억이니까.

돌이켜보면 하나님께 참 감사할 제목입니다. 가슴이 흐뭇해지는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즐겁게 뛰어놀 수 있었던 그때 그 시절이 지금 제 삶을 지탱해 주는 하나의 기둥입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이 소중한 것은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한 가지 소중한 것은 부모님이죠. 소박하고 특별하진 않지만 가정에 충실하신 부모님 덕에 근심 없이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닌 저를 낳기 전에 예수를 믿었고, 아버진 잘 모르겠지만 제가 일곱 살 전후에 교회를 다니게 되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의 회심은 매우 극적인데, 우상숭배 가정에서 태어나 사십 년간 어둠에 갇혀계셨던 아버지는 예수님을 만나고 거듭나면서 놀랍도록 사람이 달라지셨습니다.

세상에서 죄 많이 짓고 늦은 나이에 예수 믿은 사람으로서 지은 죄가 너무나 마음 아파 일 년 이상을 거의 회개하며 성경 읽으며 지내셨습니다. 아버지가 눈물 콧물 흘리며 애통해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웃음이 나와 킥킥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철없던 어린 시절이었어요. 지금은 다 알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성령님께서 역사하시면 진정한 통회자복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이후로 저희 집에선 매일 가정 예배를 드렸고, 아버지는 곧 신학 공부를 시작하시게 됩니다. 지금은 목회하신 지도 24년째가 되었네요.

어린 시절 특별한 사건이라면, 제가 8살쯤 되었을 때 일입니다. 밤에 잠을 자다가 소리를 질러대며 울었어요. 배가 너무 아팠던 겁니다. 밤이 깊어 병원에 가기 곤란했던 부모님은 병원보다 하나님을 의지했습니다. 아버지가 배에 손을 얹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얼마 후 통증이 사라지고 제가 울음을 멈추었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파서 견디기 힘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참 놀라웠지만, 분명한 깨달음은 하나님께서 치유하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병든 자를 고치실 때의 그 기적이 저에게도 분명히 임하였습니다.

그날 후로 몸이 아닌 마음에서 변화가 생겼어요. 알 수 없는 기쁨이 샘솟았습니다. 예배 시간에 부르는 찬양 소리가 변화된 심령을 보여주는 듯했어요. 하나님은 분명히 살아계시며 과거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기적을 행하심을 믿게 되었습니다. 기도하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훈련이 시작되었고요.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해피엔딩이라 끝맺음하기가 참 좋지만,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던 영적 세계에 관한 내용입니다.

내게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선택하신 은혜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격입니다. 다만 구원은 선택 받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구원은 이루어 나가는 것이죠. 우리 삶은 구원의 과정 가운데 있습니다. 당시에는 영적으로 무지해서 악한 영의 존재를 몰랐습니다. 누군가 가르쳐 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악한 영은 사탄의 수하이며 하나님께 버림받은 존재입니다. 그들의 멸망은 예고되었어요. 그들의 목적은 사람을 멸망에 빠트리는 것이며, 그들이 노리는 주 타깃은 하나님께서 택하신 영혼입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머릿속에 여러 공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되고 싶은 나... 부유한 나... 인기 많은 나... 다재다능한 나... 내가 바라는 이상이 모인 즐거운 상상이었습니다. 상상 속에서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습니다.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만족을 공상 속에서 누리고 있었습니다. 공상에 빠지면 예배 시간에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주님께 대한 마음도 식어버립니다. 높아진 내 자아가 마음의 중심을 차지했고 하나님은 멀리 밀려나 계셨습니다. 자신이 우상이 되어버린 나... 사탄의 수하들은 그들의 임무를 이미 완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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