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에서 떠나온 야곱은 무사히 가나안에 도착하여 세겜 가까이에 장막을 쳤다. 하나님은 그와 함께 하셨으며 모든 약속을 신실하게 이행하셨다. 야곱은 세겜을 다스리던 하몰의 아들들로부터 땅을 사서 거기에 장막을 치고 여호와를 위해 단을 쌓았다. 야곱 일가는 세겜 근처에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러던 어느 날 야곱의 딸 디나가 세겜의 소녀들과 교제하러 홀로 외출하였는데, 하몰의 아들로서 세겜의 추장이었던 젊은 세겜이 그녀를 보더니 음욕을 품고 곧 강간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만 그녀를 사랑하였기 때문에 그는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길 원하였다. 디나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가 세겜에게 추행당했다는 소식만이 야곱 일가에게 전해졌다. 야곱은 깊은 고민에 빠져 가만히 있었지만 그의 아들들은 달랐다. 그들은 심한 충격을 받고 몹시 분개하였다. 그들은 누이가 추행당한 일로 자신들까지 수치를 당하였다고 느꼈다.
하몰과 세겜이 결혼을 성사시키려고 야곱을 찾아왔다. 하몰이 먼저 말했다.
“제 아들놈이 당신 딸에게 푹 빠져 있습니다 그려. 부디 따님을 이놈의 아내로 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의 딸을 우리 쪽에게 주신다면, 우리도 우리의 딸들을 여러분에게 주겠습니다. 모쪼록 저희와 사돈을 맺고 한 가족처럼 지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세겜이 옆에서 거들었다.
“꼭 허락해 주십시오! 대가라면 얼마라도 치를 것입니다. 그 아이를 제 아내로 주신다면 어떤 값이라도 치르겠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여동생에게 수치를 끼친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건 안됩니다. 할례 받지 않은 자에게 우리 누이를 줄 수 없습니다. 당신네 남자들이 우리처럼 할례를 받는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허락할 수 없습니다.”
야곱의 아들들은 언약 백성의 표시인 할례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는 허락을 위한 조건이 아닌 거절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었다. 성읍에 사는 모든 남자들에게 거는 이러한 조건은 수락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하몰과 세겜은 그 조건에 동의함으로써 야곱의 식구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하여 세겜 성읍의 모든 남자들이 할례를 받았다. 할례의 후유증으로 가장 아파할 3일째 되는 날, 디나의 오빠인 시므온과 레위가 그 성읍으로 쳐들어가 그곳 남자들을 모조리 살해했다. 그들은 세겜의 집에서 디나를 구출하여 그곳을 나왔다. 그 기회를 틈타, 야곱 일가의 남자들이 성읍 전체를 샅샅이 뒤쳐 값나가는 것들은 전부 탈취했다. 심지어 부녀자들과 아이들까지 포로로 사로잡았다.
이 사건은 야곱을 경악하게 하였다. 야곱은 그 일의 주모자인 시므온과 레위를 꾸짖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 끔찍한 칼부림 사건은 주변 지역으로 퍼질 것이며 야곱 일가는 가나안 주민들의 공분을 사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는 아들들의 죄로 인해 큰 고통을 겪었다. 그것은 야곱 자신이 뿌린 죄의 열매들이었다.
야곱은 전에 하나님께 대한 서원을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하나님은 그것을 야곱에게 상기시켜 주셨다. 야곱은 장막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이방 신상들을 전부 가져오라고 전하며 몸을 깨끗이 씻고 의복을 정결케 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의지해 온 이방 신들과 부적 목걸이들을 모두 야곱에게 가져왔다. 야곱은 그것들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밑에 묻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길을 떠났다. 하나님께서 그의 위엄으로 주변 성읍들을 두렵게 하시니 아무도 야곱의 장막을 해하러 나오지 못했다. 야곱 일가는 곧 베델에 이르렀다. 야곱은 그곳에 제단을 쌓고 서원을 이행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셨다.
“네 이름을 더 이상 야곱이라 하지 말고 이스라엘이라 해라.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다. 너는 생육하고 번성할 것이다. 한 민족과 많은 갈래의 민족이 너에게서 나오고, 너의 자손에게서 왕들이 나올 것이다. 내가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준 땅을 너에게 주고, 그 땅을 내가 너의 자손에게도 주겠다.”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던 곳에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부어드리는 제물을 붓고 또 그 위에 기름을 부었다. 그의 마음에도 하나님의 약속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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