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26장 떨기나무

이원범 2021. 6. 21. 12:08

  모세는 이드로의 양 떼를 이끌고 호렙에 이르렀다. 그의 앞에 드리운 거대한 산은 고요하며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그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뿌연 구름이 윗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양 떼에게 골짜기로부터 흘러내리는 개울에 목을 축이게 하고, 넓게 펼쳐진 풀밭에서 신선한 목초를 뜯게 했다. 그곳에서 불가사의한 일을 보게 되었다. 떨기나무에 불이 붙어 타오르고 있었으나, 떨기나무는 조금도 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신비한 광경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 다가갔다.

  그러자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모세야, 모세야!”

  “예,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너는 신을 벗어라.”

  모세는 꽤 긴장한 듯, 다급히 신을 벗어 한 곳에 가지런히 놓았다.

  “나는 네 조상의 하나님, 곧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다.”

  그는 여전히 하나님 뵙기가 두려워, 엎드려 얼굴을 가렸다.

  “나는 내 백성이 이집트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압제자들의 손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그들의 부르짖음도 들었다. 나는 그들의 고통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제 내가 내려가서 그들을 도와 이집트의 손아귀에서 그들을 풀어 주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이끌어 내어 젖과 꿀이 흐르는 광활한 땅으로 데리고 가겠다. 이제 너는 돌아가거라. 내가 너를 파라오에게 보낼 터이니, 너는 내 백성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이끌고 나오너라.”

  모세는 그런 중차대한 일을 해낼 만한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제가 무엇이라고, 파라오에게 가서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겠습니까?”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 너는 내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낸 뒤에, 이 산에서 나를 예배하게 될 것이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기가 망설여졌다.

  “만약 그들이 저에게 ‘그분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제가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나는 여호와이다. 너는 ‘여호와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고 그들에게 말하여라.”

  모세는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를 신뢰하지 않고 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는 그들의 인도자가 될 수 없었다.

  “그들은 쉽게 제 말을 믿을 자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비아냥거리며 저를 거절할 것입니다.”

  “네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냐?”

  “지팡이입니다.”

  “그것을 땅에 던져라.”

  모세가 지팡이를 땅에 던졌다. 그러자 꿈틀꿈틀 움직이며 살아있는 뱀으로 변하였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꼬리를 잡으라 하시니 뱀이 지팡이로 돌아왔다. 이어서, 그의 손을 품에 넣어보라 하셨다. 모세가 손을 품에 넣으니 악성 피부병이 발하였다. 다시 손을 품에 넣으니 원상태로 돌아왔다. 하나님은 그의 권위를 세워주실 만한 이적을 얼마든지 보여주실 수 있음을 드러내시며 그를 설득하셨다.

  모세는 하나님께 또 이의를 제기했다.

  “주님, 죄송합니다. 저는 본래 말재주가 없는 사람입니다.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러합니다. 저는 말을 심하게 더듬습니다.”

  “누가 사람의 입을 만들었느냐? 누가 말 못 하는 자와 듣지 못 하는 자를 만들고, 누가 앞을 보는 자와 앞 못 보는 자를 만들었느냐? 나 하나님이 아니냐? 그러니 가거라.내가 너와, 네 입과 함께하겠다! 내가 너와 함께하여, 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겠다.”

  “주님, 제발 다른 사람을 보내십시오!”

  하나님께서 노한 음성을 발하셨다.

  “네 형 아론이 있지 않느냐? 그가 말 잘하는 것을 안다. 그가 지금, 너를 만나러 오고 있다. 그가 너를 보면 기뻐할 것이다. 너는 그가 해야 할 말을 일러 주어라. 네가 말할 때에 내가 너와 함께하고, 그가 말할 때에 내가 그와 함께하겠다. 내가 차근차근 너희를 가르치겠다. 그가 너를 대신해서 백성에게 말할 것이다. 그가 네 입을 대신하겠으나,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네가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제 이 지팡이를 손에 들어라. 네가 그것으로 이적을 행할 것이다.”

  노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모세는 감히 다른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아론은 모세를 만나러 멀리 호렙 산까지 찾아왔다. 하나님은 그의 구속 사역을 이루시기 위한 도구로서 특별히 이 두 사람을 부르셨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전하라고 하신 메시지와 그에게 명령하신 이적들을 아론에게 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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