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내러티브

28장 이집트에 내린 재앙

이원범 2021. 6. 21. 12:32

  다음날 아침, 모세와 아론은 강가로 내려갔다. 강물이 햇빛을 받고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고 강변을 따라 수북이 자라 있는 갈대는 불어오는 바람에 살며시 일렁이고 있었다. 곧 있으면 나일 강의 신에게 제사가 드려지는 시간이었다. 왕과 그의 신하들이 배에 올라 나일 강의 신 하피를 숭배하는 노래와 의식을 거행하였다.

  강가에서 그들의 행위를 지켜보던 모세는 큰 소리로 외쳤다.

  “파라오여, 제가 쥐고 있는 이 지팡이로 나일 강을 내리치면 강물이 피로 변하여, 강의 모든 물고기가 죽고 강물에서 악취가 날 것입니다. 이것은, 왕께서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아서 초래한 결과입니다. 이로써 하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모든 사람이 알게 될 것입니다.”

  아론은 람세스와 그의 신하들이 보는 앞에서 지팡이를 들어 나일 강 위에서 흔들더니, 그것으로 강물을 내려쳤다. 그러자 강의 물이 다 피로 변했다. 강에 있는 물고기가 죽고 강물에서 악취가 나서, 이집트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실 수가 없었다. 이집트를 먹여 살리던 나일 강이 한순간에 그들을 괴롭히는 오염원이 되었다. 궁정 마술사들도 마술을 부려 그와 비슷하게 행하였다. 그러자 람세스는 코웃음을 치며 그들의 말을 거절했다. 이 재앙이 지속되는 동안 이집트 사람들은 마실 물을 얻기 위해 혹독한 고생을 치러야 했다.

  칠 일이 지난 후,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왕께 나아갔다.

  “파라오여, 이제는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어 여호와를 섬기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주께서 개구리 떼를 온 땅에 보내실 것입니다. 그 개구리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와 이집트를 온통 개구리 천지로 만들 것입니다.”

  아론이 이집트의 물 위로 지팡이를 내밀자 강에서부터 개구리 떼가 올라왔다. 개구리들은 어디든 가리지 않고 출몰하여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였다. 궁정 마술사들도 덩달아 따라한 탓에 수가 더욱 많아졌다.

  람세스는 이번 재앙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그리하여 모세와 아론을 불러들였다.

  “너희 청을 허락해 줄 테니, 제발 이 개구리들을 없애 다오. 너희가 바라는 대로 하나님께 희생제를 드리고 예배하게 해 주겠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면 언제쯤 이 개구리들이 물러나게 할지 시간을 정해 주십시오. 그럼, 강에 사는 것을 제외하고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내일이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왕께서는 우리 주 하나님 같은 분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모세와 아론이 왕 앞에서 물러나왔다. 그리고 하나님께 개구리가 물러나기를 기도하였다. 이튿날 개구리들은 모세가 기도한 바와 같이 집과 뜰과 밭에 전부 죽었다. 그러나 람세스는 위기를 모면하자 다시 고집을 부리고 그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개구리에 이어 해충, 파리 떼, 가축의 전염병, 악성 종기 등의 재앙들이 이집트 전역에 내렸다. 하나님은 인간의 생사화복을 주관하시며 어떤 신도 그를 거스를 수 없고 그와 비교할 수 없음을 나타내셨다. 파라오는 재앙에 직면하여 하나님의 뜻에 굴복하는 듯 보였으나, 그것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연기하는 것에 불과할 뿐 그의 본심은 바뀌지 않았다.

  파라오는 버틸 만큼 버텨보겠다는 심산으로 하나님의 능력을 시험하였다. 하나님은 한층 더 강한 재앙을 예비하시고 모세와 아론을 그에게 보내셨다.

  “파라오여, 그만 고집부리시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십시오. 주께서 치명적인 질병으로 왕과 백성을 쳤더라면, 지금 이 땅에 나마 난 것이 아무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주께서 왕을 쓰러뜨리지 않은 것은, 왕께서 주의 능력을 인정하고 주의 이름이 온 세상에 전파되게 하려는 것입니다. 왕께서 백성을 놓아주지 않는다면. 내일 이맘때 무시무시한 우박이 쏟아져 내려올 것입니다. 우박에 맞아 죽지 않으려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야 할 것입니다.”

  모세의 이 같은 선언 후, 궁내 이집트인들이 술렁였다. 그들 중에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인 자들은 자기 일꾼과 짐승들을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모세가 하늘을 향해 지팡이를 들자,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불이 섞인 우박이 내렸다. 우박은 이집트 온 지경에 쏟아져 지붕으로 가리지 않은 모든 것을 파괴하였다. 사람이나 짐승들이 죽고 나무가 부러졌다. 아마와 보리 등 농작물들이 못쓰게 되었다. 마치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이 사는 고센 땅만은 예외여서 그 땅에는 우박이 내리지 않았다.

  람세스는 모세와 아론을 불러들였다.

  “이번에는 내가 확실히 죄를 지었다. 여호와는 의로우시고 나와 나의 백성은 악하도다. 제발 부탁이니, 이 천둥과 우박을 그치게 해라. 내가 너희를 보낼 것이니 아무 염려하지 마라.”

  “제가 이 성을 벗어나는 대로, 하나님께 내 손을 들겠습니다. 그럼 천둥이 멎고, 우박도 그칠 것입니다.”

  모세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또한 전혀 여호와를 경외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지만 그의 청을 수락하였다. 모세와 아론은 파라오 앞에서 물러나와 성 밖으로 나왔다. 그가 하나님께 손을 들자 천둥과 우박이 그치고 비바람이 잠잠해졌다. 재앙이 멈추었으나 람세스는 또다시 약속을 파기했다. 그의 마음은 돌처럼 단단하여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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